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7.15 05:18

[권상집 칼럼] 재미와 감동, 리얼리즘 모두 잃어버리고 표류하는 룸메이트

지루하고 목적 의식 없는 룸메이트, 대체 왜 하는 거지?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TV 예능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 요소가 있다. 2005년 ‘무모한 도전’때부터 시작되어 하나의 패러다임이 된 리얼리티를 강화하거나 또는 그게 아니라면 시청자의 눈을 지속적으로 사로잡을 재미를 끊임없이 던져주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마지막으로 시청자의 눈물샘이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동을 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상파 및 케이블 TV 예능프로그램은 이런 몇 가지 방향성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의 본질과 목적 의식을 찾는다. 그런데 아쉽게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프로그램이 주말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SBS의 <룸메이트>이다.

이 프로그램 해당 홈페이지엔 기획 의도가 친절히 설명되어 있다. “대한민국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 점점 늘어가는 1인 가구에 맞춰 새로운 주거 형태가 등장함과 동시에 개인과 공동 생활 공간이 존재하는 하우스에서 타인과 인생을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홈쉐어(Home Share).” 과연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 중 개인 생활과 공동 생활의 새로운 형태를 인식하거나 새로운 트렌드의 홈쉐어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 실제 있을지 물어보고 싶다.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거주 환경도, 함께 생활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에서도 일상사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결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초기부터 표류할 수 밖에 없었다.

▲ SBS 제공

급기야 어제는 박민우의 졸음 운전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최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박봄의 비속어까지 등장하는 방송 사고(?)까지 벌어졌다. 방송 잠정 중단 선언을 한 박봄의 출연 분량을 지속적으로 내보낸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과연 졸음 운전과 비속어 간접 방송을 내보는 게 이 프로그램이 기획한 의도와 어떤 점에서 유사하고 그 어떤 점이 홈쉐어를 표방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애초에 필자가 기대했던 새로운 공동체 생활을 통해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적 사고를 버리고 새로운 형태의 집단에 대한 애착을 기대했던 건 어불성설이었던 것 같다.

최근 주거문화와 관련된 예능은 많다. 결혼연령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혼자 사는 노총각(?) 또는 젊은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MBC의 <나 혼자 산다>와 케이블 채널인 올리브의 <쉐어 하우스> 역시 SBS의 <룸메이트>와 함께 주거 생활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해 진행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도 유독 다른 프로그램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데 비해 <룸메이트>는 명분도 없고, 방송 초기부터 지루함을 제공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이를 벗어나기 위해 아무 관련 없는 남녀 연예인들을 억지로 엮어 ‘러브 라인’을 형성하며 10대 ~ 20대 젊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문제는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행동과 말투 역시 모두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다들 억지 설정으로 자신의 역할을 부여하고, 때로는 매끄럽지 않은 상황을 만들려다 보니 억지 웃음과 억지 행동이 난무한다. 결국 애초 프로그램이 기획한 ‘홈쉐어’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연예인들의 이미지 메이킹과 지루한 억지 러브라인과 억지 상황 전개만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작진의 무리함이 빚어낸 참사가 바로 ‘졸음 운전 논란과 박봄의 비속어 방송’으로 도출된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MBC의 <나 혼자 산다>가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주거 형태를 보여주며, 방송에 출연하는 이들의 주거 형태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며 처음 접근부터 시청자와 거리적 가까움을 표현한 데 비해, SBS의 <룸메이트>는 출연진이 대부분 20대~30대 연예인으로 국한되어 있고 주거 형태도 시청자들의 대다수가 쉽게 공감하기 힘든 환경에 놓여 있어 처음부터 이질감을 던져주었다는 점이다. 차라리 지향하는 바가 해외 방송에서 보여주듯이 젊은이들의 럭셔리 문화라면 애당초 호기심 많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 잡았을 텐데 정작 방송에서는 소소한 일상사를 보여주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방송 세팅과 진행 스토리 자체가 서로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이다.

<룸메이트>는 이미 필자 이외 수많은 평론가들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기에 개편 때 고이고이 시청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황금 시간대 주말 예능이라면 제작진은 남은 기간 조금 더 정성 들여 다시금 본래 기획한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관찰 카메라가 자신의 생활을 들여다본다는 상황을 출연자들이 너무 인식하다 보니 그 안에서 자연스러움은 사라지고 인위성만 지금은 남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자연스러움, 재미,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룸메이트 제작진 역시 처음엔 다양한 상황과 소소한 재미를 보여주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것이다. 출연진부터 40대의 신성우와 이소라부터 요즘 핫한 아이돌의 상징인 EXO까지 구성한 건,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남녀가 만나 생활하며 겪는 재미와 고민,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 등 진정한 홈쉐어 문화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초반 시청률이 부진하자 무리하게 기존 예능을 답습해 나갔고, 홈쉐어를 내팽겨치고 남녀간의 이성 연애에 방송의 무게중심을 두면서 프로그램의 본질은 사라지고 말았다.

커플이 탄생하면 해외 여행을 보내주겠다는 제작진의 의도와 실제 커플이 탄생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방송을 보고 어떤 시청자가 이를 실제로 받아들이고 이를 공감할 수 있을까? 제작진은 프로그램이 사라지기 전까지라도 프로그램의 본질을 다시 한번 음미하고 지향해야 할 무게 중심을 바로 찾았으면 한다. 시청자들 역시 리얼 예능을 이미 믿지 않은지 오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 또한 ‘리얼은 아닐지라도 우리 일상에 정말 가까운 리얼과 같은 상황과 모습, 에피소드’일 것이다. 제작진이 시청자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이 가야 할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해주길 바란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