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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7.04 19:50

[권상집 칼럼] 뻔한 반전 드라마,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유임 결정

대한축구협회가 진짜 비판을 받아야 하는 이유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월드컵 조별 예선이 끝나고 필자는 사실 홍명보 감독에 대한 무한한 비판과 비난은 사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칼럼에 게재한바 있다. 홍명보 감독이 자신이 내세운 원칙과 상식을 저버리고 속칭 ‘의리’로 인한 선수 선발과 고집스럽고 단조롭게 진행한 경기 운영 방식에 관해선 비판 받아 마땅하나 단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바란 우리도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의 가장 큰 문제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은 감독보다 감독 선임과 유임을 결정한 대한축구협회에 있기 때문에 필자는 이번 부진에 대한 비판으로 감독보다 축협의 부진을 먼저 꼬집고 싶었다.

▲ 대한축구협회 허정무 부회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조별 예선이 끝나고 홍명보 감독, 그리고 일부 선수에 대한 비난은 매우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솔직히 감독은 경질이 된다고 해도 이상할 일이 아닐 만큼 이번 예선 세 경기, 더 나아가 올해 벌어진 월드컵 대표팀의 모든 경기까지 고려하면 민망할 수준의 지도와 전술 부재의 경기력을 홍명보 감독은 보여주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팀 감독을 내려놓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한축구협회는 다시 한번 유임 결정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로 인해 가장 큰 비난의 화살은 여전히 축구협회가 아닌 홍명보 감독에게 먼저 쏟아지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대표팀 감독들이 ‘독이 든 성배’라는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직에 도전했다가 성적 부진으로 불명예 퇴진을 거듭했다. 감독직을 최소 2년, 최대 4년 이상 유지하는 유럽 및 일본 대표팀 감독과 달리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직은 ‘장관 수명 못지 않게 짧은 임기’로 유명하다. 이 점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고 모든 이는 역설했었다. 전술과 전력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기간이 충분히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90년대부터 대한민국은 단기간의 성과를 요구하고 거기에 부응하지 못한 감독은 ‘여론 악화’의 이유를 들어 불명예 퇴진시켰다. 1998년 월드컵에서 차범근 감독이 경질된 건 지금도 생생하다.

허정무 부회장은 이런 사례들을 언급하며 대표팀 감독에게 충분한 권한과 시간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의 유임 결정과 달리 대한축구협회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번에도 가장 큰 문제를 저질렀다. 첫 번째로 협회는 여전히 단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한축구협회는 허정무 부회장의 발언을 통해 대표팀 감독에게 충분한 기간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 시기를 굳이 ‘6개월 앞 아시안컵’으로 못박아 둠으로써 여전히 대표팀 감독이 장기적인 Team Rebuilding이 아닌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1960년 이후로 대한민국은 50년 넘게 아시안컵 우승을 못하고 매번 ‘아시아의 자존심’이라고 스스로 자평하는 민망함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항상 월드컵이 끝난 후, 4년 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도 2000년대 이후 벌어진 네 번의 아시안컵에서 세 번을 우승한 건 그러므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 굳이 홍명보 감독을 유임시키고 싶다면, 특정 아시안컵이라는 성과 지향적 관점이 아니라 보다 긴 호흡의 Rebuilding을 그에게 먼저 요구했어야 하는 것이 표면상으로 맞다. 지금의 홍명보 감독 유임은 대한축구협회가 단기간에 대안을 찾을 수 없기에 그를 아시안컵 방패막이로 쓰고자 하는 것이 너무 보이기에 비판 받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대한축구협회는 협회 자체의 건설적인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부진은 사실 홍명보 감독의 책임도 컸지만 대한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의 책임 역시 누구보다 컸다. 축구 경기를 모두 지켜본 우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실제 붉은 악마가 성명서를 통해 홍명보 감독보다 협회와 기술위원회의 책임과 개혁을 먼저 요구한 건 바로 이와 같은 대한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의 비난 살짝 비껴가기 행태에 대한 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말한 바와 같이 ‘시간이 짧았다’라는 관점으로 홍명보 감독의 부진을 탓하기 전에 먼저 협회 차원에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자아성찰을 했어야 했는데 여전히 협회의 입장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경영학적 용어로 ‘핵심 경직성’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 성공의 원인이었던 핵심역량이 패러다임이 바뀌어 변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성과에 취해 여전히 그 핵심역량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활용하다가 패퇴하게 된다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는 확실히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영광에 취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홍명보 감독 역시 2012년 올림픽 동메달 획득을 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른바 ‘홍명보 키즈’를 고집했고 언제나 ‘성과로 말하겠다’라고 자신만만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조별 예선 내내 고집했던 ‘4-2-3-1’의 단조로운 경기 방식도 확실히 올림픽 성공의 핵심역량이 월드컵에서도 통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본지 박병준 기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필자 역시 이번 문제와 실적 부진은 다시 홍명보 감독이 반드시 되돌려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자신이 생각했던 핵심역량이 축구 흐름에 뒤쳐지고 어떤 부분의 개선과 개혁이 필요한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8년 더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 대표팀의 올바른 시작을 위해서라도 표류하고 있는 대표팀을 반드시 바른 자리에 놓고 떠나야 할 책임은 홍명보 감독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모든 책임과 부진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감독 뒤에 숨어 교묘히 엿보는 대한축구협회의 그릇된 자세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개혁과 기술위원회의 자아성찰 없이는 2015년 아시안컵도,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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