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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병준 기자
  • 칼럼
  • 입력 2014.06.27 12:14

도넘은 박주영 비판, '그가 비판 받을 이유는 릴이 아닌 아스날을 선택했다는 것 뿐'

[스타데일리뉴스=박병준 기자] 박주영에 대한 비판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27일 벨기에와의 경기가 0:1 패배로 끝이나고 한국은 16강을 탈락했다. 16강 탈락의 아쉬움에 손흥민, 김영권 등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울고 있는 손흥민 뒤로 박주영이 웃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박주영이 웃고 있다'는 이유로 그를 맹비난했다. 네티즌들은 "왜 혼자 웃고 있느냐", "지금 상황이 즐겁냐" 등 SNS를 통해 박주영을 비난하고 '헐뜯었다.'

▲ 지난 2011년 8월 잉글랜드의 아스날로 이적한 박주영은 최근 아스날로부터 방출됐다 (출처 아스날 공식사이트)

아마 브라질월드컵 본선진출 32개국 736명의 선수 중 '웃었다고 욕을 먹는 선수'는 박주영이 유일할 것이다.

박주영은 85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서른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은 참여하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나이다. 그에게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함께 동행한 일일 것이다.

그동안 황선홍이나 안정환, 이동국처럼 대표팀의 사기를 올려줄만한 '상징적인 선수'나 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선수가 늦은 나이에도 월드컵에 참가하긴 했지만 박주영은 이미 '까임의 최전방'에 있는 선수. 언젠가부터 박주영은 골을 기록하는 경우를 제외한 거의 모든 행동이 '비난'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됐다.

이번 월드컵 역시 마찬가지였다.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박주영은 매경기마다 맹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렇게 박주영의 경기력이 형편없었을까? 기자의 생각은 '절대 아니다'이다.

박주영은 경기에 출전할 때 마다 상대팀 수비수를 '꼭 달고 다녔다.' 러시아와 알제리의 수비수들은 최소한 1명 이상이 박주영의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그를 철저히 마크했다. 그의 실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격 위치 선정에 탁월한 그를 마크하지 않는다면 실점 기회로 연결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이 상대팀 수비수들을 '달고 다닌' 덕에 상대적으로 득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손흥민과 이청용들이었다. 물론 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박주영의 존재가 상대팀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체력을 소모하게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증거로 박주영이 출장한 2경기에서는 3골이 들어갔지만 박주영이 출장하지 않은 벨기에전에는 득점이 없었다.

기자가 생각할 때 요근래 박주영이 이 정도로 비난 받아야 마땅했던 일은 프랑스 리그1의 릴로의 이적을 구두계약까지 해놓고 막판에 잉글랜드의 아스날로 이적한 사건 뿐이다.

당시 박주영의 이적을 확신했던 릴은 박주영을 주축으로 팀의 운영을 개편하는 의지까지 보였지만 그는 '좀 더 빅클럽인' 아스날을 선택하며 릴의 기대를 저버렸다. 물론 규정이나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지만 도의적인 책임이라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법. 이 사건은 분명 박주영이 비난받아야 마땅했던 일이다.

하지만 과연 지금 박주영이 받고 있는 비난의 화살들이 당시의 사건을 일으켰던 박주영이 받은 비난보다 그 양과 정도에서 덜 할까?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다. '웃는다'고 맹비난을 퍼부운 일은 없으니 말이다.

어쨌든 브라질까지 가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이고 대표팀이다. 그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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