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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4.06.08 09:47

[권상집 칼럼] 트로트엑스, 싱겁게 끝나버린 용두사미

Trot X, 왜 우리에게 감탄과 감동을 주지 못했을까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CJ는 지난 2009년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다양한 직종에 대한 오디션의 장을 마련하며 국내 수많은 지원자들의 가슴에 불을 당기는데 공헌했다. MBC가 질세라 <위대한 탄생>을 통해 슈퍼스타K에 맞섰고, KBS가 <탑밴드>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 중 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오디션을 진행하여 차별화에 나섰으나 모두 실패한 점은 그만큼 CJ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좀 더 탄탄히 만들어졌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물론 우리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진 SBS의 신인 연기자 선발 <기적의 오디션>이란 프로그램도 잊어선 안될 것이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레드오션 상황 속에서도 CJ는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그 중 하나가 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린 <Trot X>이다. 국민 누구나 노래방에서 한번쯤은 자신의 애창곡으로 부르는 트로트를 다양한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트로트를 부활시키고 다시 조명하자는 차원으로 진행된 <Trot X>는 그러나 가야 될 방향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고 방송 기간 내내 표류한 채 아쉬움만을 남기며 성급히 끝을 맺고 말았다.

▲ 엠넷 제공
트로트엑스가 실패한 첫 번째 이유는 정말 이 프로그램의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인가에 기인한다. 방송 내내 프로그램의 지향점이 “트로트의 부활인 건지” 아니면 “요즘 흔히 일컫는 표현으로 트로트와 다른 장르를 융합하여 재해석을 시도한 건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어제 파이널 무대에서도 제대로 된 트로트를 구사한 지원자가 우승자 나미애씨 외에 딱히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트로트엑스가 제대로 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자꾸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직접적 증거이다.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한 이유, 그리고 젊은층, 그리고 트로트를 정말 사랑하는 성인층 어디에도 이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지 못한 이유는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방송 끝날 때까지 제작진이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가장 큰 문제는 트로듀서(TD)라는 제도의 미성숙함이다. 트로트의 부활을 위해 트로트 전문가와 비트로트 대표가수로 구성되었다는 TD라는 트로듀서가 가져야 할 심사위원으로서의 전문성은 매우 약했다. 단적인 예로, 박현빈과 홍진영이라는 가수를 트로트의 전문가로 과연 부를 수 있을까에 대해 대부분의 시청자는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실제로 지원자 중 일부는 박현빈과 홍진영의 트로트 선배였기에 과연 “이들이 심사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그리고 “지원자보다 때로는 실력이 부족한 심사위원이 평가를 하는 게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제기될 수 밖에 없었다.

아울러, 유세윤과 박명수, 아이비, 뮤지 등은 실제로 TD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구현하는 모습이 방송 내내 보이지 않아 단순히 보여주기식 TD로서 그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트로트와 기타 장르의 대표가수로 구성했다는 취지 역시 비트로트 TD로 선발된 이들의 면면을 통해서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박명수와 아이비, 유세윤과 뮤지는 독특한 무대 장악력과 차별화된 시도를 하는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트로트엑스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들 비트로트 TD가 갖고 있는 역량이 조화되지 않아 자꾸 심사위원과 지원자, 프로그램의 취지가 겉돌고 융합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지원자에 있다. 방영 당시 “오디션이라 말하기엔 너무 다양하고 경력이 많은 분들이 많다. 깜짝 놀랄 정도의 실력을 가진 지원자가 많다”라는 제작진의 말은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시청자들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슈퍼스타K 시즌1의 준우승자 조문근이나 지난시즌 TOP 10에 들었던 장원기가 트로트엑스에 모습을 보인 점은 프로그램의 지원자들이 정말 순수하게 트로트를 사랑하고 있는지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아울러, 어제 파이널에 올라온 상당수도 순수한 아마추어가 아니라 모두 이미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진 기성가수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말 트로트의 숨겨진 보석을 찾는다는 애초 명분은 퇴색하고 말았다.

트로트엑스는 분명 오리지널 트로트 외에 기존 트로트를 락과 힙합, EDM(일렉트로닉 댄스음악)과 조화하는 신선함을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10~30대에겐 다시 한번 트로트의 소중함을, 그리고 트로트를 사랑하는 중년층 이상에겐 다시 한번 트로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프로그램의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제목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어느 순간 프로그램에선 트로트는 사라지고 락과 힙합, EDM, 발라드에 트로트 가사가 단순히 입혀진 모습이 반복되어 나타났다. 이는 식상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미애씨의 우승으로 프로그램이 본질에 조금 다가서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트로트가 갖고 있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음악으로 프로그램 자체가 뒤바뀐 점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아울러, 프로그램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건 트로트와 다른 장르의 융합은 좀 더 많은 분석과 노력을 바탕으로 해야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원곡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트로트를 단순히 EDM으로 바꾸거나 락으로 바꾸자 원곡이 준 감탄이나 감동은 그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시즌 2가 진행된다면 제작진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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