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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2.08.30 17:55

[박수빈의 into The Book] #2. 사진 의사를 번복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도서 ‘직장검법 50수’ 김용전 저자 경솔한 행동은 금물, ‘차타구전 검법’을 써라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 도서 '직장검법 50수'

“의류 벤더 회사에 다니는 6개월 차 새내기 직장인입니다. 연봉은 비교적 높으나 업무 강도가 너무 세고 또 일이 적성에도 안 맞는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며칠 전에 팀장님을 건너뛰어서 본부장님(상무)께 사직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잘 아는 대학 선배와 면담을 해보니 제가 너무 성급하게 사직 의사를 밝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철회하고 싶은데요, 본부장님은 아직 다른 말씀이 없으시지만, 그만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아서 어찌해야 할 지 난감합니다.”

 

 

나와보면 더 지옥같은 현실

▲ 출처 pixabay

요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회자하는 퇴준생, 비계인, 중규직 이런 단어들이 생각난다. 퇴준생은 처음에는 퇴사를 준 비 중인 직장인이라는 뜻으로 쓰이다가 요즘은 입사하자마자부터 이직을 결심하고 퇴사를 준비하는 직장인을 지칭하게 되었는데, 이 질문의 주인공이 그런 경우다. 

비계인은 비정규직, 계약직, 인턴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인데, 정규직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직장을 여러 번 옮겨도 정규직으로 갈아타지 못하고 계속 비정규직으로 떠도는 인생을 자조적으로 비계인이라고 부르는 건데, 실제로 한국 고용정보원 통계를 보면 첫 직장이 비정규직일 경우 10년이 지나도 역시 비정규인 직 장인의 비율이 40%에 이른다고 한다. 

중규직은 2007년에 생겨난 법으로 인해서 계약직 2년을 한 뒤에 신분이 보장되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이 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게 신분은 정규직이지만 실제로는 정규직의 6~70%에 불과한 처우를 받기 때문에 반쪽짜리 정규직이다. 그래서 중규직이라고 자조하는 것이다. 

심지어 취업을 포기한 취포생 중에 주변에 말로만 이력서를 냈다고 거짓말하는 아가리 취준생이라는 말까지 있다. 우리나라 청년 일자리가 현저하게 부족한 현실에서 생겨난 말들인데, 이분하고 면담한 그 대학 선배가 이런 현실을 정확히 지적한 뒤에 그러니까 ‘일단 직장은 그대로 다니면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아라’ 이렇게 설득해서 사직을 번복시킨 거 같다. 한마디로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대사처럼 ‘나와보면 더 지옥’이라는 거다.

 

경솔한 판단은 금물

▲ 출처 pixabay

질문자는 왜 사직 의사를 팀장을 건너뛰어서 본부장한테 직접 말했을까? 필자의 추측으로는 팀장한테 말하면 강하게 만류할 거고 그러면 많이 시달릴 게 뻔하니까 아예 그러지 못하도록 본부장한테 직보했다고 본다. 달리 말하면 사직하기로 결심은 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본인도 스스로 확신은 없었던 거다. 그러니까 동료나 선배가 강하게 붙잡으면 주저앉을 거 같으니까 아예 높은 분한테 가서 그만둔다고 저질러 버린 건데 좀 경솔했다. 왜냐면 대학 선배의 적나라한 설명을 듣고 결국 번복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래놓고도 또 경솔한 판단을 하고 있다. 즉 그만둔다는 소문이 나서 사직 의사를 번복하는 게 힘들다는 생각은 경솔한 거다. 소문은 아무리 많이 났어도 상관없다. 누구나 다 가슴에 사표를 품고 사니까. 이분은 본부장이 아무런 말씀이 없다고 했는데 이분한테 아무 말이 없는 거지 팀장하고는 벌써 이야기했을 거고, 실제로 이분의 문제는 본부장이 아닌 팀장 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분이 새내기라서 조직의 생리를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내가 본 부장한테 직접 이야기했다고 해서 본부장도 마찬가지로 나한테 직접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당연히 팀장을 불러서 ‘팀원 관리 잘해라, 왜 팀장을 빼고 나한테 직접 오냐.’ 이런 이야기했을 거고, 그다음에는 붙잡는 게 좋으냐 아니냐를 물었을 거고, 팀장이 일단 ‘글쎄요.’라고 하자 그럼 결론은 당신이 알아서 판단해라 이랬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지금 팀장도 조용한 건 이 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 본다. 그럼 이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차타구전 검법

▲ 출처pixabay

차타구전 검법을 써야 한다. 이 검법의 핵심은 말 그대로 차타구전(借他口傳). 본인 입이 아닌 남(팀장)의 입을 빌려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결자해지니 뭐니 하면서 사직 의사 철회까지 또 본인이 본부장한테 직접 갔다가는 앞으로의 직장 생활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검법을 쓸 때 명심할 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앞에 설명했듯이, 사직 의사는 본부장한테 먼저 밝혔지만, 번복 의사는 반드시 팀장한테 먼저 말해야 하고, 둘째는 팀장을 건너뛰어서 본부장한테 직접 간 것에 대해서 팀장한테 사과해야 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팀장님이 만류하면 제 결심이 흔들릴 거 같아서 본부장님한테 직접 갔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그다음에 사직 의사 번복 이유를 설명할 때 대학 선배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다. 자칫하면 사직 의사는 직접 본부장한테 밝히고 또 거기에 대한 면담은 대학 선배한테 했으니까 팀장은 두 번이나 무시당한 기분이 들 수 있다. 그냥 ‘나중에 깊이 생각해 보니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본인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 팀장이 충분히 이해해줄 거라고 본다. 

그리고 어차피 새로 뽑은 신입이 나가면 그 위에 있는 상사들도 좋은 평가를 못 받기 때문에 처음에는 누구한테 먼저 말했느니 안 했느니 따지겠지만 속으로는 번복 의사를 반길 것이다.
많은 직장인이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순서를 어기는 실수를 저질러서 생긴 고민을 보내온다. 

직장 생활을 순조롭게 하려면 무슨 일이든 수순(手順)을 중시하라고 권한다. 이분도 사직 의사를 밝히기 전에 그 대학 선배와의 면담을 먼저 하는 게 순서였으며 사직 의사를 밝히는 것도 팀장한테 먼저 밝히는 게 순서였다. 그 순서가 뒤바뀌니까 이런 일이 생기 는 건데, 바둑에서도 살 수 있는 말이 수순을 어기면 죽어버리듯이 인생사도 그렇다. 특히 무슨 사항을 어디에 알릴 때 누구한테 먼저 알려야 하 느냐를 잘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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