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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규준 기자
  • 생활
  • 입력 2022.08.30 13:16

[인터뷰] 의사꿈나무를 위한 고려정형외과 왕승용 원장의 조언

[스타데일리뉴스=황규준 기자]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이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선망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는 쉽게 되기는 어려운 직업인데, 생각보다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는 어렵다. 그래서 최근 의사꿈나무와 학부모의 궁금증을 풀어내고자 고려정형외과 왕승용 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인터뷰 진행 전 간단한 인사와 소개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정형외과 왕승용 원장입니다. 정형외과 전문의이고 14년째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아들의 아빠이기도 합니다.

▲ 고려정형외과의원 왕승용 원장

Q. 어떤 계기로 의사란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나요?

A. 제 누나께서 아주 어릴 때부터 뇌손상으로 중증 장애인 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의사가 되어 누나를 치료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대에 와서 공부해 보니, 누나는 이미 어릴 때 뇌손상이 생겨 완치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날 강의실에서 혼자 하염없이 눈물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의대 재학중 제가 무릎을 다쳐서 대학교 부속병원에 입원하여 수술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본 정형외과 환자들은 모두 다 잘 낫고 완치가 되는 것을 보고 의사로서 치료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정형외과를 전공으로 택하게 되었습니다.

Q. 전공과목이나 자격요건은 어떻게 되나요?

A. 의대에 입학하여 6년(의예과2년,본과 4년)을 배우고 졸업하면 의사국가시험을 보게 됩니다. 이 시험에서 합격하면 의사면허증을 받게 되고, 정식 의사가 되어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내과, 소아과, 정형외과 등 전문의가 되려면 대학병원등 종합병원에서 인턴으로 1년을 근무한 후, 레지던트(전공의)로 4 년간 근무해야 해요. 그러면 전문의 자격시험을 볼 수 있고, 이 시험에 합격해야 전문의가 됩니다. 즉, 의대6년, 인턴1년, 레지던트4년 합해서 최소한 11년을 공부해야 비로소 전문의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자격이 생깁니다. 너무 긴 세월이죠.(웃음)

Q. 의사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경우는 언제이신가요?

A. 환자분들을 치료하고 나서 환자분들이 좋아지고, 치료가 잘 되어 건강을 되찾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수술이 끝나고 걱정스런 얼굴로 기다리시는 환자의 보호자분들께 “수술이 잘 되었습니다.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라고 말씀드리면 너무나 좋아하시고, 감사해하는데요. 그모습을 보면 제가 더 기쁩니다.

제가 레지던트때 수술이 끝나고, 수술실 교수님 탈의실에 교수님께 전해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교수님이 콧노래를 부르고 계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평소에 매우 근엄하신 교수님이셨는데, 그날 어려운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끝났거든요. 그 때 교수님이 제게 하셨던 말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닥터왕, 이맛에 외과의사를 하는 거야.”

Q. 병원에서의 하루는 어떤가요? 원장님의 하루를 말씀해주세요.

A. 저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입니다. 아침 5시에 기상해서 조깅을 하고 식사하고 8시정도에 병원에 출근합니다. 병원원장은 의사이면서 경영자이므로 환자 진료 외에도 은행계좌 입출금 관리, 병원 기자재, 약품 관리, 직원급여 관리 등등 그런 인들을 진료시작 전에 모두 처리합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할 일과 직원들이 할 일들을 구분하여 아침에 전달하며, 그날 예약된 환자의 차트를 미리보고 준비도 합니다.

9시가 되면 진료를 시작합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정신없이 오전시간이 지나갑니다. 환자 상담과 진찰 처방, 수술, 상처소독 및 처치 등 일을 하면 차 한잔 마실 시간도 잘 없을 때가 많습니다. 1시부터 2시까지는 점심시간입니다. 이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진정한 휴식시간을 갖게 되는데요. 점심식사를 빨리 마치고 잠시 낮잠을 자기도 합니다(웃음).

2시부터 7시까지는 다시 진료를 합니다. 7시 진료 마감 후 그날의 진료환자 중 의문점이 있는 환자는 참고서적을 찾아보기도 하고, 선배 의사분께 전화해서 문의하기도 합니다. 퇴근 후 집에가면 8시 정도 됩니다. 저녁을 먹고 그 이후는 온전히 가족과 시간을 보냅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요. 대신 주말에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Q. 의사로써 가져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요?

A. 한가지 일을 하기 시작하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들어야 합니다. 의사의 업무가 탁월한 지능을 요한다기 보다는 인내하고 견디고 참아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이나 다른 직군의 사람들과 협력해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쉽게 싫증을 느끼고 자기 자신만을 고집하는 성격은 의사로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Q. 원장님께서 환자를 대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A. 환자분이 진료실에 들어오셨을 때, 아파서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긴장하고 불안해 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편안한 마음을 가질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가끔은 내 집처럼 너무 편안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웃음).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눈을 마주치는 것입니다. 환자분이 말할 때 되도록 눈을 보고 끝까지 듣습니다. 병력 청취라고 하는데요, 환자분의 말씀만 잘 들어도 진단의 80~90%는 나옵니다. 그 다음은 꼭 환자의 환부를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봅니다. 요즘은 첨단 진단기계들이 많아서 X-ray, CT, MRI 등 검사결과만 보고 환자의 몸을 자세히 진찰하지 않는 의사도 종종 있습니다만, 저는 검사 결과를 보더라도 절대로 환자분의 병력청취와 신체검사를 생략하지 않습니다. 그래야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정형외과에 몸이 아파서 오신 환자분중에 가정사나, 심리적인 문제를 동반한 분들도 꽤 많이 있는데요. 이런 분들을 X-ray 등 검사에 이상이 없다고 해서 정상이라고 진단하면 안되고, 가려진 이면의 원인을 알고 치료하려고 노력합니다.

Q. 의사란 직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남을 도울 수 있고, 치료되어가는 환자분들을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가 진심으로 환자분들께 다가가고 최선을 다하면, 환자분들도 마음을 열고 저를 신뢰하는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관계(rapport)’ 가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일하는 보람도 생기고 부차적으로 금전적인 수익은 자연히 따라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일하는 보람도 느끼고 경제적으로도 비교적 풍족한 좋은 직업입니다.(웃음)

Q. 미래 의사를 꿈꾸는 학생과 학부모님들에게 당부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A. 마음이 따뜻하고 실력도 있는 좋은 의사후배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좋은 의사가 되려 해도 일단, 의사자격증을 따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의대에 가야 하는데요. 한국에서 의대에 가려면 다른 것 없이 공부를 잘해야 합니다. 그것도 상위 1% 안에 들 정도로 매우 잘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예요.

얼마전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영표선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축구선수를 의사에 비유해 설명했더군요.

“100명의 학생이 의사가 되려고 공부를 하지만, 1명만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99명은 실패하는 것일까요? 아니요. 100명중 정말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학생은 20 명 이하입니다. 나머지는 의사만 되고 싶었지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아요. 그 20 명 중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3-4명이 남아 의대 시험을 보고, 그 중 1명이 의사가 됩니다. 그러면 시험에 떨어진 2-3명은 실패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공부한 2-3 명은 비록 의사는 되지 못했지만 다른 일을 해도 성공할 겁니다.”

의사를 목표로 하던, 다른 것을 목표로 하던 최선을 다해 끈기 있게 노력하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 꼭 원하는 바를 얻지는 못하여도 노력하고 도전하는 과정이 충분히 의미 있고, 그 과정들이 모여 행복한 삶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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