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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2.08.01 15:47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엠마 톰슨의 과감한 열연...11일 개봉

베이비 부머 여성과 MZ세대 청년의 성힐링캠프

▲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티저포스터(퍼스트런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호주 출신의 영화 감독 소피 하이드는 단편 외에 장편 작품수는 많지 않지만, 항상 따라다니는 시그니쳐 같은 비평 문구가 있다.

'유쾌하다'라는 뜻의 'Hilarious'다. 그녀의 몇 없는 장편 중에는 분명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고, 성과 청춘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번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8월 11일 개봉)라는 작품으로 60대 베이비부머 여성과 20대 후반의 MZ세대 청년의 색다른 인연을 소개했다.

무엇보다도 60대 여성 낸시로 분한 엠마 톰슨이 극 초반 신중하고 겁먹은 표정을 탈피해 과감하고 도발적인 낸시로 전개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낯선 호텔방에서 대화와 관계가 주를 이루는 이 작품은 예고편만 보면, 로맨틱이 가미된 일탈 외에는 생각 나는 단어가 없다. 하지만 영화는 세대를 뛰어넘는 어색한(?) 만남과 진지함이 뒤섞여 있다.

나아가 한 인간이 그토록 찾고 싶었던 진짜 해방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동안 구원자를 찾지 않았던건 도덕과 윤리로 쌓여있는 사회와 가정 때문이었던 것.

그래서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청소년관람불가)는 거시적 의미가 포함된 Liberation(해방)이 아니라, 윤리와 도덕으로 겹겹히 쌓인 사회 체계를 깨고 속내를 드러내야 얻어지는 Emancipation(해방)을 부연하고 있다.

▲ 엠마 톰슨의 데뷔작으로 알려진 코미디쇼 '알프레스코'(1984) 스틸컷(ITV)

엠마 톰슨은 영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진 탑클래스 연기자다. 데뷔 초였던 1984년 영국ITV에서 방영됐던 코미디쇼 '알프레스코'에서 휴 로리(시리즈 닥터하우스)와 엽기적인 코믹 에피소드를 선보였던 앳된 모습의 엠마 톰슨이 '남아있는 나날'과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거치며 최고의 배우로 성장했다.

이제 주디 덴치처럼 대배우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그 나이에 30살 차이가 나는 리오 그랜드 역을 맡은 대릴 매코맥과 성매매를 통해 관계를 맺는다는 설정은 과감하다 못해 충격적이다.   

유럽에서 보는 성 만족도는 국가 미래가 걸린 사회현상   

지난해부터 유럽에서는 코로나 이후 성 만족도가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계속해서 보도된 바 있다. 반면 성욕과 성교는 증가했으나, 임신을 원하는 여성의 비율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학회 보고도 있었다.

최근 독일 잡지 슈테른은 이전과 달리 더 많은 분량의 성관계 기사를 내보냈으며, 독일 대중일간지 빌트와 영국의 '더 선'은 더 많은 열애설과 자극적인 가십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한때 독일의 경우(N-TV 인용) '자신이 성불감증'이라며, 성 만족도를 전혀 느끼지 않는 여성이 80%를 넘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이는 1998년도와 2008년, 2018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조사 결과가 나왔었다. 

겉으로 보기엔 조회수 혹은 판매부수를 올리려는 미디어의 마케팅 전략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폭력과 보수화 경향의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즉, 급증하는 폭력범죄, 이혼율 증가와 인구감소를 억제하기 위한 유럽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엿보인다. 

이런 가운데 독특한 영화 한편이 국내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외설이라며 터부시 되던 여성 성불감증과 관련된 이야기다. 제목은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11일 개봉예정인 영국 영화다.

남편과 사별한지 2년째, 남편과 사는 동안 단 한번도 성만족도를 느껴본 적 없던 낸시 스토크스는 60세. 은퇴한 교사다. 더 늦기 전에 활력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리오 그랜드(대릴 매코맥)의 퍼스널 서비스를 받고자 입금한다.

베이비 부머女와 MZ男 세대를 넘어선 性 힐링캠프 

러닝타임 97분의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에 나오는 주인공 낸시의 은퇴한 학교 교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림잡아 60세 이상. 이른바 베이비 부머 세대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부터 1965년 이전에 출생한 세대로 대표적인 전후세대다. 귀환한 군인들과 전후국토 재건 및 대규모 경제성장 정책에 힘입어 유럽과 북미에서 기하급수적으로 태어나 성장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베이비 부머의 10대, 20대는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 자유분방한 아이돌밴드 비틀즈가 등장하고, 68운동으로 사상 투쟁과 인류 해방이라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월남전 패망전까지 반전운동이 대세를 이뤘다.

위 같은 배경을 낸시 스토크스가 갖고 있다. 그런 그녀가 남편과 결혼해 자녀까지 낳아 키우고, 독립시켰음에도 단 한번의 만족조차 없는 삶을 살았다는 것. 두 가지 궁금증이 든다. 그간 얼마나 많은 진실을 외면했는지? 그리고 윤리와 도덕이라는 미명아래 가정과 사회에 구속되어 산 것은 아닌지?

60대 낸시와 만나는 리오 그랜드는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 MZ세대로 보인다. 토트넘 홋스퍼 대표 공격수 손흥민 선수가 즐겨입는 의상에 곱상한 외모는 1987년 유럽과 북미음반차트에서 'Wishing Well' 한 곡으로 원히트 원더를 차지했던 트랜스 트랜트 다비가 연상된다.

▲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메인포스터(퍼스트런 제공)

'블랙미러 시즌3: 샌주니페로'와 유사한 스토리 라인

영화사 퍼스트런이 수입/공동배급하고, 무비다이브가 배급하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와 유사한 결을 가진 드라마가 있다. 2016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국SF '블랙미러' 시즌3, 4화(오웬 해리스 감독)에 나오는 '샌주니페로' 에피소드가 그것이다.

이 작품은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와 비교해 무대가 다르다. 하지만 본질은 같다. 때는 1987년. 미국 서부 도시 LA 변두리처럼 꾸민 샌 주니페로라는 도시.

아름다운 해변과 바닷가가 보이고, 나이트 클럽과 카페가 널려있는 곳. 로비 네빌의 1987년 원히트 원더 대표곡 '세라비'(C'est la vie)가 울려퍼지고, 둥그런 테가 인상적인 안경을 쓴 요키(맥킨지 데이비스), 켈리(구구 엠바사 로)의 어색한 연기가 인상적인 이 작품은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 이승과 가상을 이어주는 생애 마지막을 준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작품의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1일 개봉예정작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가 현재의 만남을 통해 삶을 만족을 찾아 나서는 것과 비교해 '샌 주니페로'는 고령의 나이에 현실에서 만족하는 것을 포기하고 가상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다르다.

과연 두 작품 중 어떤 것이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낼지 모르겠으나, 현실 속에서 해방감을 찾는다면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가 훨씬 가깝게 보인다. 

▲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스틸컷과 '블랙미러' 시즌3 4화 샌 주니페로 화면컷(퍼스트런,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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