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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2.07.23 10:34

'배드 럭 뱅잉' 에미와 연수의 평행이론

SIWA의 '오래된 사진'처럼 살아가길 기원하며

▲ '배드 럭 뱅잉' 메인포스터(알토미디어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28일 개봉 예정인 '배드 럭 뱅잉'은 루마니아 영화다. 지난해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루마니아에 3번째 황금곰상을 안긴 바 있다.

이 작품을 두고 유럽의 일부 매체는 리벤지 포르노라고 정의한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SNS와 외설사이트에 공개된 성관계 동영상을 의미한다. 대부분은 파트너에 대한 사적인 보복과 금전적인 목적이 있다고 전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되던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어느 공립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에미(카티아 파스카리우)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급히 걸어간다.당황한 표정, 흥분한 목소리, 계속 걷지만 목적지까지 도착하려면 멀었나 보다.

▲ '배드 럭 뱅잉' 스틸컷2(알토미디어 제공)

다른 이야기지만, 카메라를 들고 해외여행을 하는 한국 유튜버들을 보면, 유럽에서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앱으로 콜을 하는 우버 택시조차 편법으로 요금을 갈취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루마니아를 꼽는다. 주인공 에미는 그런 최악의 대중교통 지옥에 살고 있다.

극중 에미가 당황한 이유는 하나다. 남편이 자신과 촬영한 영상이 외설사이트에 무단으로 올리고 SNS로 배포된 것이 화근.

해당 영상은 자신이 근무하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과 동료 교사, 학부모들에게 일파만파 퍼지며, 부도덕한 교사로 낙인이 찍힌다.

이를 두고 에미가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할 상황인데, 학교는 벌써 교사 해임을 위한 공청회 절차를 준비 중이다. 

알토미디어가 수입/배급하는 러닝타임 106분의 '배드 럭 뱅잉'은 청소년관람불가다. 노출 수위가 상당히 높고, 다수의 파시즘과 마녀사냥이라는 주제로 관념 속에 머물러있는 도덕과 윤리의 모순을 지적한다.

▲ 개봉예정작 '배드 럭 뱅잉', 지난달 개봉후 IPTV로 공개 전환된 '경아의 딸' 에미와 연수의 스틸컷(알토미디어/인디스토리)

에미와 연수의 평행이론

지난달 국내 개봉하고 IPTV로 전환된 '경아의 딸'(김정은 감독), 주인공 연수(하윤경)은 '배드 럭 뱅잉'과 같은 주제를 놓고 전연인의 협박과 보복의 가학과 폭력성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이와 반대로 '배드 럭 뱅잉'은 '경아의 딸'처럼 진지하게 전개되기 보다 루마니아가 처한 집단지성의 무지와 가식성에 포커스를 맞춘다.

어쩌면 두 작품 속 주인공 에미와 연수는 조직사회의 집단적 폐쇄성과 다수가 무의식적으로 떠들고 사회 기준으로 삼는 도덕과 윤리의 희생양이다. 

'배드 럭 뱅잉'은 세 단락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가 일방통행, 둘째가 일화, 기호, 경이에 관한 소사전, 마지막으로 셋째가 실천과 빈정거림(시트콤)이다.

첫번째 에피소드 '일방통행'은 단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목적지를 찾아 부쿠레슈티를 배회하는 주인공 에미에 촛점이 맞춰져 있지만, 최소한 부분적으로 봉쇄되어 있어야할 도심이 여전히 돌아가고 있어, 위험천만하다.

구체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악재가 시내 곳곳을 덮으며, 주변 사람들을 의식적으로 피해서 다녀야만 하는 한 시민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두번째 에피소드 '일화, 기호, 경이에 관한 소사전'은 목적지에 다다를 무렵, 계속해서 부풀려지는 루머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드는 주변인들의 걱정과 분노를 담아내고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 '실천과 빈정거림'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남편은 물론, 주변 모두와 통화해야만 하는 주인공의 애잔한 노력과 달리 학교는 벌써 공청회를 통해 그녀를 교사에서 해고하려고 한다.

▲ '배드 럭 뱅잉' 스틸컷3(알토미디어 제공)

이웃의 사생활을 무단으로 염탐하는 타자의 문제지, 한 사람의 부도덕을 논한다는 것은 마녀사냥의 범주에 이미 들어간 상황 아닌가.

그래서 이 단락은 집단의 일방적인 체벌과 개인의 누명을 변명해야만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루마니아는 물론,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라두 주데 감독의 세태풍자가 압권이다. 반면 김정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경아의 딸'은 웃음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경직된 사회의 일면을 드러낸다. 

끝으로 28일 개봉하는 '배드 럭 뱅잉'의 에미와 '경아의 딸'의 연수는 "갖은 고초를 겪고난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노래 한 곡을 권유해 보고 싶어졌다. 16년전 유튜브에 공개됐던 시와(SIWA)의 '오래된 사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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