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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4.19 16:05

[권상집 칼럼] 세월호 참사 "하늘이시여, 부디 이들을 모두 돌려 보내주시길"

후진국형 재난 사고, 상처를 남긴 사람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영화 속 대사처럼 꿈인 줄로만 알았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서 실제 이런 일이 우리 곁에서 발생하리라 생각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최첨단의 과학과 기술혁신, 불연속적으로 발전하는 과학이라는 말을 귀가 닳고 닳을 정도로 들었기에 세월호 사고의 구조가 이렇게 더디고 더딜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270여명이 넘는 실종, 아니 미확인된 고귀한 생명은 어디선가 우리들을 원망하며 목놓아 우리들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 수요일 아침, 필자가 이 사고를 접하면서 느꼈던 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웠지만 다행히 시야가 확보된 한낮이었고 배의 절반이 바다에 떠 있었기에 인명 구조에 있어서 아주 어렵진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모두 다 어처구니 없는 필자의 착각이었다. 대한민국의 시스템, 재난 대처 방안을 너무 과도하게 기대한 건지도 모른다. 특히, 세월호에 탑승한 인원이 정확히 몇 명인지도 모른다는 말에 필자는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어디 2014년에 벌어질 일이며, 어디 선진국이라고 부르짖는 나라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현재 미확인된 탑승 인원의 대부분은 단원고 10대 학생들이다. 너무 어린 학생들이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에 의해 지금 안타깝게 희생을 당했고 또는 실종되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애타게 하고 있다. 특히, 침착하게 기다리라고 한 선원 및 선장 29명 중 23명은 조기에 탈출하여 모두 살아남았고, 그들의 ‘안전하게 기다리고 있어라’ 라는 부적절한 지시를 듣고 구조가 되길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은 지금 며칠째 우리들 곁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선장과 선원, 그들이 우리에게 준 상처는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가슴을 도려내는 상처였다.

또한, 270명이 넘는 (정확히,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미확인된 인원은 273명이다) 인원을 구조하지는 못할 망정, 거짓된 정보로 SNS를 유포하여 미확인(실종)된 분들의 가족에 다시 한번 돌을 던진 사람들은 얼마나 자기가 부끄러운 짓을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모를 것이다. 아울러, MBN에 출연하여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을 한층 더 불안에 떨게 한 허위 민간잠수사 여자 역시 이번 사고 피해자들의 가슴에 더 큰 멍을 던져주었다. 떳떳하지 못한 거짓 발언을 했기에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잠적했다는 그녀의 말 한 마디는 모든 국민의 가슴에 분노와 오해를 던져주었다.

더 나아가 모 대기업의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C 스포츠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통해서 ‘더 늦기 전에 내 옆의 가족,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세요’라는 믿을 수 없는 마케팅을 실행하여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고 한 명의 고귀한 생명이라도 찾아야 할 상황에 이를 재빠르게 자사의 브랜드 제품 할인 마케팅에 이용한 이들 역시 모든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주기에 충분했다. 한 트위터리안의 말대로 ‘국민적 불행을 재빠르게 장사의 기회로 삼았다’라는 말처럼 그들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마케팅 기회로만 보였던 것 같다. 참으로 극악무도한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그 외 조난 신고를 보낸 후 무려 90여분간 배가 바다 위에 반쯤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늑장 대응으로 구조 지연을 유발한 사람들, 이때다 싶어 국민들의 요구와 목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다가 현장에 몰려들어 사안의 심각성을 걱정이라도 하는 듯 부끄러운 태도를 보이는 수준 낮은 정치인들, 탑승 인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세월호를 운항시킨 사람들은 모두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상처를 주었다. 더 나아가서 이번 사고의 책임을 달게 받아야 할 해당 해운사는 여전히 홈페이지에 사과문 하나 게재하지 않고 운항 영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참으로 비정상적인 운영과 행태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이렇게 많은 줄은 미처 몰랐다.

이번 사고로 새로운 대한민국 위기 대처 매뉴얼이 생겼다고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안전하게 대기하지 말고 무조건 밖으로 나와라’, ‘조용히 기다리라는 말은 절대 믿지 말아라’, ‘무조건 탑승 후 선원이나 해당 직원 뒤만 따라다녀라’ 등 모두 세월호 사고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말들뿐이다. 이번 세월호 재난이 얼마나 후진국형 사고인지 확인할 수 있게끔 해주는 대목들이다.

이번에 미확인되거나 안타깝게 희생된 사람의 상당수는 10대 학생들이다. 모든 연예 프로그램, 행사 등이 줄지어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아주 당연한 처사이다. 한창 꿈을 키워야 할 우리 학생들의 꿈을 어리석은 어른들이 다시 짓밟았다는 점이 가슴 아프다. 아울러, 거짓말을 통해 더 많은 희생과 상처를 강요하고 상처를 준 사람들은 현재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별로 없이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제 앞으로 우리가 비행기를 타든, 기차를 타든, 배를 타든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어라’라는 말은 두 번 다시 믿기 힘든 말이 되어 버렸다.

올 초, 대학생들이 오리엔테이션 행사에 참여하다 희생당한 데 이어 이번에는 수학여행을 가려던 학생들이 또 다시 희생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우리는 현재 이 희생이 더 커지지 않도록 기도하고 기적을 바라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가슴으로 실종자 모든 분들의 생환을 기원하고 있다. “하늘이시여, 아까운 그리고 안타까운 생명을 다시 우리 곁에 모두 돌려 보내주십시오”. 기적이 우리 곁에 멀리 있지 않음을 바라며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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