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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4.04.14 09:26

[권상집 칼럼] 가요계 거장들의 귀환,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

90년대 아티스트, 그들의 귀환이 반가운 이유 그리고 대중의 무거운 책임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최근 모든 언론들이 음악계에서 조명한 이슈 중 하나는 90년대~2000년대 초까지 우리 가요계에 잔잔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던 거장들의 귀환이다. 임창정이 오랜만에 <흔한 노래>를 발표하며,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이승환 역시 <너에게만 반응해>를 선보이며 대중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현재 얻고 있다. 더욱이 이은미 역시 새 음반 <스페로 스페레>를 내놓으며 타이틀곡 <가슴이 뛴다>가 주요 음원 사이트인 소리바다와 벅스에서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걸그룹과 아이돌이라는 말 외에는 별다른 수식어가 존재하지 않는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 가요계의 거장 이선희 임창정 이승환 이은미 ⓒ스타데일리뉴스, nh미디어, 드림팩토리, 네오비즈
90년대 음악은 지금보다 더욱 풍성했다. 이미 필자가 과거 칼럼에 소개했을 정도로 언더그라운드 가수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되었으며, 이승환, O15B, 과거 신해철이 이끌던 N.EX.T는 방송 출연 없이도 최소 60만장 ~ 최대 100만장을 판매하며 음반 업계의 호황을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변되던 신세대 가수들 역시 가요계를 종횡무진한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대활약을 했던 시기가 1990년대였다. 그러므로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LP와 CD로 대변되던 가요계를 여전히 업계 종사자들과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국내 가요계의 황금기’라고 일컫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CD라는 말도 점점 사라질 정도로 음원으로 가요가 유통되는 트랜드가 형성되었고, 과거 신나라 레코드, 타워 레코드라는 음반계의 대표적인 대명사였던 레코드사 대신 멜론, 벅스뮤직, 엠넷 등의 온라인 음원 유통이 가요계의 표준으로 정립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 음악이 ‘들려주기’에서 ‘보여주기’로 전환되며 가요계의 핵심이 아티스트에서 기획사의 기획형 엔터테이너로 이동되면서 흔히 말하는 실력파 가수들의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게 되었다. 과거 2011년 MBC의 ‘나는 가수다’가 실력파 가수들의 존재를 알렸지만 프로그램의 관심이 1년을 못 가며 과거의 실력파 아티스트들은 점점 기억 속 희미한 존재로 잊혀지게 되었다.

그 와중에 임창정, 이승환과 같은 가창력을 토대로 한 발라드 가수들의 선전과 2000년대 초반 음반 판매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조성모가 조성모표 발라드를 다시 선보이며 컴백을 알렸고, 뒤이어 이선희, 이은미 등 ‘가요계의 여제, 거장’으로 불리던 가수들까지 등장하며 현재 가요계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 건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다. 특히, 3월부터 발표된 이들 가수들의 노래가 음원 차트 1위에 오르고, 공연이 매진된다는 소식은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 꽤 많은 다수가 ‘보여주기’가 아닌 ‘듣고 싶은’ 소리에 더 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찬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아이돌, 그리고 걸그룹의 대전으로 많은 가요 팬들은 때로는 지루함, 때로는 권태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가요계에 있어 아이돌과 걸그룹이 차지해야 하는 부분도 일정 부분 있어야 하고 나름의 존재가치가 있지만 요즘의 가요계 문제는 이들 아이돌 그룹에 의해 너무 획일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일어나기가 무섭게 날이 바뀌면 등장하는 아이돌들로 인해 가요계에 10대 팬들을 중심으로 한 전쟁이 치열해지며 결과적으로 나타난 건, 노래의 수명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어떤 노래들은 이미 방송사 음악 차트 1위에 오르고, 좀 귀에 익었다 싶으면 그 노래들이 다시 차트에서 사라지는 악순환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필자가 최근에 등장한 임창정, 이승환부터 이선희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음악계의 거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들의 음악은 하루살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그리고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불려지고 들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노래 자체가 90년대 감수성을 대변했고, 10년 더 나아가 20년이 넘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잊혀지지 않는 건 그들의 노래엔 요즘 아이돌들이 대변할 수 없는 호소력과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립싱크를 통해 대다수가 입만 뻥긋하는 단순 무대에서 이들이 생생한 라이브를 통해 노래에 생명을 입히는 과정은 가히 요즘 가수를 지망하는 많은 지망생들에게 반성과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임창정이 음원이 아닌 실제 방송 가요 순위에서 1위에 오르고, 이선희가 Mnet의 <엠카운트다운>에서 신곡을 발표한 에이핑크와 1위를 다투는 것만으로도 이들 거장들이 음악계에 미친 잔잔한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이런 점들을 보면서 여전히 다행인 점은 음악이 CD에서 음원 중심으로 방향이 전환되었음에도 여전히 음악의 본질인 ‘듣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팬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티스트로 불리던 이들이 방송 인터뷰와 TV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보이는 것이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대중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필자는 팬들에 한발 더 가까이 서는 이들의 모습이 반갑기만 하다.

이승환은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과연 이게 잘하는 것인지, 맞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가 더 많은 제작비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새 음반을 발표한 이유는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노래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팬’을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그는 ‘마지막’을 거론하며 이번 음반 활동의 배수진을 선언했다. 거장들의 귀환과 그들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반가우면서도 어느덧 음반 판매에 주저하는 우리들에게 따끔한 일침이 아닐 수 없다. 거장들의 귀환이 낯설지 않도록, 그들의 노래가 계속 들릴 수 있도록 이제 우리들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거장들에게 보답해야 할 때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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