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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2.02.24 01:14

'축복의 집' 정치인들은 이 영화 안본다... 24일 개봉

이제 데뷔작일 뿐인데 강렬하다...박희권 감독 차기작 기대돼

▲ '축복의 집' 스틸컷2(필름다빈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24일 개봉하는 '축복의 집'(감독 박희권), 제목부터 "정치인들은 이 영화를 안본다"라고 부연한 이유란 역설적으로 '꼭 봐야할 영화'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정치인들은 볼 가능성이 없다. 한류열풍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에서 대를 이은 가난과 처참한 환경에 놓인 청년들의 현실을 소재로 삼은 독립 영화가 설 자리는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러닝타임이 79분으로 부담 없이 감상하기 적당한 ‘축복의 집’은 가난해도 적당히 가난해야 될 텐데, 오갈 곳 하나 없는 이 나라 서민이 처한 적나라한 현실을 여과없이 표현했다.

덧붙여 2019년에 제작을 마친 이 영화 스토리 초반부에서 검정색 마스크를 한 주인공의 모습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계층의 사각지대와 소통의 부재를 '축복의 집'처럼 정확하게 집어낸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 '축복의 집' 스틸컷1(필름다빈 제공)

이 땅의 청년이 감내 중인 기나긴 노동, 침묵으로 표현된 오프닝 시퀀스

‘축복의 집’(필름다빈 배급/고앤고필름 제작)은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재개발 철거가 진행 중인 영등포구 신길동. 그곳에 사는 20대 초반의 해수, 고등학생인 해준 남매와 50대에 접어든 어머니. 이 가족은 이사할 돈도 없어 갈 곳도 마땅치 않은데, 어머니 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체 무슨 축복을 받았길래 제목이 저럴까 의아했다. ‘축복의 집’(12세 이상 관람가)는 영상도 독특하다. 첫 작품을 입봉한 박희권 감독의 집요함과 치밀한 서사 구조가 돋보인다. 더 나아가 인상적이다.

출연배우들의 감정이 배제된 연기, 주인공의 후면과 측면을 비추며 인물 묘사를 객관화한 점은 신선하다.

또한 절제된 상황 설정 등이 주인공들이 처한 현실을 더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심지어 롱테이크 기법이 자주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롱테이크 장면에서 보여지는 긴장감이 계속해서 드러난다. 

부연하자면, 주연배우인 안소요, 이강지를 졸졸 따라다니는 화면은 이 둘의 후면과 측면만 비출 뿐, 전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두 주인공의 어머니 역을 맡은 김나영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시말해 스토리 속 주인공이 처한 극단적인 상황을 뚜렷하게 비춘다.

여기에 극중 비중이 적지만 기꺼이 조연으로 출연해 씬스틸러로 스토리의 중심을 잡아준 배우 이정은이 보험회사 직원으로 분하고, 배우겸 가수로 알려진 김재록이 닳아빠진 형사로 열연했으며, 연극계에서 익히 알려진 나종기 배우가 부검 의사로 출연했다.  

▲ '축복의 집' 스틸컷4(필름다빈 제공)

영화 '축복의 집'은 15분 남짓한 오프닝 시퀀스도 눈에 띈다. 첫 화면은 암전과 함께 공장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탈의실과 세면실이 보이더니 남녀 청년들이 입장한다.

그중 왜소한 체구의 주인공 해수(안소요)의 뒷모습과 옆 모습을 차례로 보여준다. 심지어 대사도 없다. 밖을 나온 해수는 검정색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 역으로 들어간다.

해수의 일과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저녁 무렵, 매케한 먼지가 가득한 공장을 퇴근하고 해수가 도착한 곳은 또다른 일터. 이번엔 고기집이다.

불판을 쉴 틈 없이 갈고, 끝도 없이 쏟아지는 식기와 불판까지 세척하고, 음식 쓰레기를 식당용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밖에 내놔야만 일이 끝난다.

이윽고 다 늦은 저녁 영등포구 신길동 재개발 철거 현장을 지나 후미진 구석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집에 도착한 해수. 피곤한 그녀는 잠을 청할 집에도 못 들어가고 다시 밖에서 휴대폰만 바라본다. 왜일까? 왜 집에 못 들어가는 걸까?

돌아가신 엄마가 사망하기 전 생명보험을 가입해 수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일까?

하지만 주인공이 처한 문제는 엄마의 자살이다. 부검과 경찰 조서를 꾸미지 않으면 보상은 커녕, 무일푼으로 철거될 집에서 나와야만 한다.

▲ '축복의 집' 스틸컷3(필름다빈 제공)

산업역군으로 화려함만 강조하는 한류열풍, 그 뒤에 숨겨진 가난과 청년 노동

코로나 팬데믹 전후 한류열풍으로 도배가 된 국내 언론.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다수 사람들에게 나름 위로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은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가난'과 '차별'이 큰 주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한국의 가난과 차별을 팔아 콘텐츠 산업 부흥의 역군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한류열풍을 붙일 수 있을까?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다고 해도, 아무리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양극화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부연해도,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은 처참하고 궁색하기 짝이 없다.

앞서 나열한 드라마를 만든 이들은 자기 주변이 빈부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진 나머지, 돌이키기 힘든 가난으로 잠식 되가는 상황을 목격하고, 스토리를 쓰고, 제작을 했을 것이다.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과감한 투자와 OTT배급을 넷플릭스가 맡은 이유도 국내 방송사와 대형 제작사들이 오랫동안 외면했기 때문 아닌가.

그런데도 한류열풍이라고 자랑하는 현실은 참으로 애석하기 그지없는 비극이며, 또 하나의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다. 웃픈 현실이다.

▲ '축복의 집' 스틸컷5(필름다빈 제공)

한편 영화 '축복의 집'은 박희권 감독의 첫번째 장편으로 24일 전국 30개관에서 개봉한다. 서울은 KT&G상상마당 시네마, KU시네마테크, 라이카시네마, 아리랑시네센터, 아리랑 인디웨이브, 에무시네마, 필름포럼,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CGV압구정,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메가박스 군자, 코엑스에서 상영된다.

경기/인천은 AWC하남미사, 부평 대한극장, 인천미림극장, 헤이리시네마,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에서 상영되며, 충청/대전은 대전 아트시네마, 씨네인디U에서, 전라/광주는 광주독립영화관, 도킹시네마, 시네마라운지MM,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된다.

경상/대구/부산 상영관은 씨네아트 리좀, 오오극장, 메가박스 대구, 인디플러스 포항, 영화의 전당, CGV서면, 롯데시네마 광복,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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