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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4.03.24 08:22

[권상집 칼럼] 아이돌의 연기 영역 확장, 성찰과 비판 그리고 시사점

연기 영역까지 침범하는 아이돌의 역할 확대를 다시 생각해 본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이제는 TV 드라마에 격렬한 춤을 추던 그룹의 아이돌이 나와서 연기를 하는 게 전혀 새롭지 않다. 특히, 아이돌 그룹이 연기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신인 연기자 지망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뉴스 축에도 못 끼는 업계 관행이 되어 버렸다. 기획사의 역할과 권한이 막대해지면서 이제 일부 음악 기획사는 연예 매니지먼트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기존 드라마, 연기자 공급(?) 역할도 적극적으로 현재 수행하고 있다.

한때 드라마의 조연 및 비중 있는 주조연급 역할에 그쳤던 아이돌은 이제 당당히 드라마의 중심 인물, 주인공으로 드라마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최근 KBS <감격시대>의 김현중, MBC <황금무지개>의 유이, SBS <쓰리데이즈>의 박유천은 각 방송국에서 드라마의 주연을 맡으며 드라마 전반의 인기에 있어 큰 역할과 책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제는 10~20대 시청자를 위한 트렌드 드라마는 거의 대부분이 아이돌 출신 가수를 섭외 0순위에 올려 놓고 있는 형편이다.

▲ 공중파 드라마 주연을 맡고있는 감격시대 김현중, 황금무지개 유이, 쓰리데이즈 박유천 ⓒ스타데일리뉴스
물론, 과거에 비해 현재 아이돌 출신 가수들은 훨씬 더 나은(?) 연기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어색하다 못해 도저히 봐줄 수 없을 정도의 발 연기는 요즘 아이돌들에게서 확실히 줄어들었다. 지난 시기를 돌아보면 아이돌들이 많은 네티즌과 시청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대작 드라마, 한류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유는 바로 드라마의 수출 효과 때문이었다. 국내 영화가 아무리 인기를 구가해도 해외 성적이 신통치 않지만 국내 드라마가 해외에서 그나마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는 아이돌로 인한 수출 효과도 일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아이돌은 이미 트레이닝 초기부터 연기 교육을 병행하기에 연극영화과나 방송연예과에 재학하며 연기자를 꿈꾸는 신인 지망생들을 이미 압도하고 있다. 체계적인 트레이닝, 기획사의 거대 자본과 지원, 그리고 기획사의 드라마 영역 침범에 힘입어 아이돌에게 이제 연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오디션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오디션에서 신인 지망생이 아닌 아이돌 가수가 최종 캐스팅에 선정되는 이유이다.

이에 대해 지난주 한겨레 신문은 이색적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아이돌들이 전성시대를 연 이유가 있다’는 식의 기사를 내놓았다. 차근차근 준비하는 아이돌의 연기 준비, 그리고 무대표현력을 통해 길러진 감정 연기 등을 통해 이들이 연기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이 20대 부족한 배우 빈자리를 메운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보태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설명이다.

첫째, 20대 부족한 배우 기근은 2000년 이후 10년 사이에 발생한 일이다. 과거 세 개의 지상파 방송은 개그맨 선발과 같이 신인 탤런트 공채를 공개적으로 진행했었다. (물론 지금은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지만) 그러나 지금은 끊임없는 기획사의 아이돌 공급으로 인해 신인 탤런트 공채나 탤런트 오디션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아이돌의 연기 영역 침범으로 인한 20대 배우 기근은 오직 연기에만 자신의 인생과 신념을 건 많은 지망생을 더욱 허탈하게 할 뿐이다.

두 번째, 아이돌의 연기 영역 확장 자체를 비판할 의도는 없다. 그러나 연기와 가수, 춤 트레이닝을 병행하다 보니 음악계에서 진정한 아티스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드래곤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뛰어난 패션 이외 감각적인 작곡 실력일 것이다. 다만 이외 아이돌 그룹 중 아티스트를 떠올리라고 하면 쉽게 다른 인물이 생각나지 않는다. 연기 연습은 물론 좋지만 이는 더 나아가 음악의 전문가로 애초부터 아이돌을 육성할 의지가 별로 없다는 기획사의 의도가 드러난다.

세 번째, 아이돌의 연기가 점차 나아진 건 분명하지만 여전히 영화계에서 아이돌은 단역 또는 비중 있는 조연에 그치고 있다. 물론 일부 아이돌이 영화 주연을 통해 영화계에 신고식을 올렸지만 그 성과는 신통치 못했다. 지난해 수많은 관객에게 호평을 받은 영화 <신세계>, <변호인>, <설국열차>, <베를린>, <7번방의 선물>은 놀랍게도 아이돌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거나 또는 출연했다고 해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 건 아니었다. 즉, 지금의 아이돌 연기는 여전히 드라마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돌의 연기가 더 나아졌고 탄탄해졌다는 건 옳지 못한 해석이다.

물론 멀티 엔터테이너를 육성하는 건 한류 효과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과거 홍콩, 중국에서도 멀티 엔터테이너가 아시아에서 열풍을 불게 한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만, 기획사의 아이돌 육성은 초점이 분명해야 한다. 무분별한 문어발 확장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한 육성이 향후 아이돌의 연기 또는 가수 생명 연장을 돕는데 기여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이돌을 단순 소모품이나 상품이 아닌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는 길을 탐색하게 해주고 재능이 있는 영역으로 그들을 인도해야 하는 것이 기획사의 역할임을 수많은 기획사 경영진은 잊어서는 안 된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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