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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1.10.19 18:38

'당신얼굴 앞에서' 이혜영의 열연, 강렬한 인상 심어줘

홍상수의 문법 위에서 경쾌하고 감성적이며 심플한 이혜영의 아우라

▲ '당신얼굴 앞에서' 해외포스터(영화제작전원사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21일 개봉 예정인 홍상수 감독의 26번째 장편 '당신얼굴 앞에서'는 오프닝부터 살포시 다가오는 배우 이혜영의 모습은 디카페인과 카페인 사이에 걸터 있다. 

열연이라는 찬사가 붙어 있기 힘들만큼 저 만치에서 아우라를 뽐내는 이혜영. 그녀 하면 문득 기억나는건 19년전 한국판 느와르 '피도 눈물도 없이'의 거칠고 날카로운 택시운전사 경선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에 귀국한 전직 배우 상옥을 연기하고 있다.  

미국에 살던 상옥(이혜영 분)의 갑작스러운 귀국, 여동생 정옥(조윤희 분)과의 만남은 마치 쉬어가는 여백을 가진 중간 페이지처럼 잔잔하다. "언제는 홍상수 영화가 잔잔하지 않았던 적이 있을까"라고 생각될 만큼 적막하고 건조하다.

고국에서 재기하고픈 전직 배우? 아니면 부득불 한국으로 돌아올 사정이 있는 동생 정옥의 무정한 언니? 무엇으로 불리워도 쉽게 덮여지지 않는 그녀의 고민은 어디에서 드러날까. 러닝타임 85분은 상옥, 정옥 자매의 끊어진 인연을 붙여 보는데 집중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작년부터 이어졌으니,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온 때문일까. 그런 가운데 상옥은 정옥과 반나절을 늦은 아침 식사와 대화로 관계의 시작과 끝을 이어 붙인다.

상옥을 그렇게 따랐던 정옥의 아들이자 조카(신석호 분)가 운영하는 분식집을 방문해 떡볶이와 사이다를 먹는다.

그 뒤 미리 약속이 되어 있던 영화감독 재원(권해효)을 만나러 간다. 그러던 중 약속 장소가 변경되어 틈을 이용해 찾아간 이태원 집. 상옥과 정옥이 살던 집을 찾아간다.

영화 '당신얼굴 앞에서'는 틈(시퀀스)과 틈(시퀀스) 사이에 깊은 주제 의식이 숨어 있거나, 복선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홍상수 장편 26편을 돌아보면 서사를 음미할만한 구성은 없었다. 단지 관람을 마치고 슬며시 다가오는 여운과 여백 만이 존재할 뿐이다.

긍부정을 따로 구분 지을 수 없는 홍상수 감독의 세계관은 이번 신작 '당신얼굴 앞에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이혜영의 아우라가 인상 깊어...

그럼에도 이혜영이라는 배우의 아우라가 담긴 연기는 신의 한수였다고 본다. 홍상수 영화가 대체로 웅장한 교향곡도 아니고 현악 3중주도 아닌데, 마치 어린아이가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놓은 바이엘에서 방금 뽑아낸 베토벤의 '미뉴에트 G장조'처럼 곳곳에서 그녀의 연기 포인트가 두드러진다. 

적어도 '당신얼굴 앞에서'는 민낯을 드러내며 동생 정옥(조윤희)과 주고 받는 대화는 마음에 깊에 담아 두지 않아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낄수 있는 아주 쉬운 갈등과 긴장이 조성된다.

여기에 인사동 주점에서 영화감독 재원(권해효)과의 만남은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 배급(공동 콘텐츠판다)과 제작은 늘 그렇듯 영화제작전원사가 맡았고, 21일 개봉한다. 15세이상 관람가다. 

이 영화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세대들에게 큰 힘은 보태기 힘들지만, 잠시 쉬어갈 시간은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 '당신얼굴 앞에서' 스틸컷(영화제작전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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