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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1.09.11 21:46

[권상집 칼럼] 김태호 PD의 미디어 패러다임: 매스콘텐츠의 시대

플랫폼의 변화와 매스콘텐츠의 영향력을 강조해온 김태호 PD

▲ 김태호 PD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미디어 업계에서 소문처럼 돌던 김태호 PD의 MBC 퇴사가 결국 확정되었다. <무한도전>으로 방송계의 중심을 드라마에서 예능으로 바꿔놓은 그였기에 그가 MBC를 벗어나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정도로 그의 방송계 영향력은 매우 크다. 미디어 환경에서 스타 PD는 많았지만 김태호 PD같은 독보적 존재는 없었다.

스타 PD 중 한 명인 나영석 PD는 방송 인터뷰에서 김태호 PD는 자기도 견주기 힘들 정도의 천재 PD라고 칭한 바 있다.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으로 TV조선을 일약 방송계의 핵심으로 만든 일등공신 서혜진 TV조선 본부장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김태호 PD는 50대 이상의 카메라를 동원, 리얼 버라이어티를 만든 선구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호 PD는 늘 방송에서 차별화된 시도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정 아이템이 성공할 경우, 해당 아이템을 계속 반복하여 시청률을 견인하는 PD들이 많은 반면 그는 프로그램 내에서도 매회 다양한 시도를 내놓아 미디어 업계에서도 독종으로 통한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김태호 PD와 함께 하는 이들은 유독 그와의 작업에 자부심을 보인다.

한때 모 기업은 김태호 PD를 영입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지만 영입이 힘들어지자 김태호 PD와 함께 한 인물들을 대신 영입할 정도로 그의 브랜드 파워, 이른바 김태호 사단의 존재감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나영석 PD의 영향력이 CJ ENM 대표를 능가하듯이 김태호 PD의 존재가 MBC 사장을 능가한다는 얘기는 우스개 소리가 아닌 팩트에 가깝다.

수많은 방송사, 종편, 기획사들이 그의 영입을 위해 노력해 온 이유는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창의적인 콘텐츠 기획능력뿐 아니라 미디어 패러다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유독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10년 전부터 1인 미디어의 등장, 다채널 시대의 등장에 따른 지상파 영향력의 축소, 엔터테이너 및 스토리의 세계관이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놀랍게도 그가 전망한 예측은 모두 미디어 업계에서 현실이 되었다. 1인 미디어와 다채널 시대로 인해 지상파 플랫폼은 이제 시청자에게 올드한 미디어로 각인되고 있고 지상파 PD의 종편, 기획사로의 이동은 일상이 되었다. 아울러, 콘텐츠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팬덤을 구축하기 위해 유니버스 세계관을 앞세우는 기획사, 프로그램은 한 둘이 아니다.

김태호 PD는 MBC에서도 새로운 실험 정신을 꾸준히 보여왔지만 종종 한계도 경험했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 편성이 어려운 점, 경쟁사 예능 프로그램과의 협업 방송 무산, 다양한 아이템의 시도 무산 등은 널리 알려진 사례이다. 특정 방송사로의 이적이 아닌 독립 제작사에 그가 관심을 더 보이는 이유이다.

콘텐츠의 유통 및 제작은 이제 더 이상 지상파의 고유 영역도 아니고 지상파가 핵심 경쟁력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 CJ ENM을 시작으로 거대 기업부터 수많은 기획사, 그리고 카카오 및 네이버 등 IT기업들까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 유통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미디어 콘텐츠 경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김태호 PD가 MBC를 떠난 후 그의 영입 또는 그의 독립 제작사에 거액을 투자할 곳이 족히 10곳은 넘는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MBC를 떠났기에 특정 조직에 소속되어 활동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오픈 플랫폼 시대에 특정 조직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관심은 이제 그가 어떤 콘텐츠를 내놓을 것인가에 있다. 아이템을 재활용하지 않는 그이기에 다양한 플랫폼에서 김태호 PD의 창의적 콘텐츠가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그의 행보가 성공적이라면 이후 스타 PD라고 불리는 몇몇 PD들 역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을 벗어나 독립 제작사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내놓으려 할 것이다.

김태호 PD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한도전 스튜디오>를 꿈꾸며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시킨 캐릭터를 바탕으로 플랫폼에 특화된 스핀오프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적이 있다. 매스미디어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다양한 채널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매스콘텐츠의 시대라고 그는 지금의 패러다임을 규정했다.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지만 반대로 콘텐츠에 적합한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고 그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태호 PD가 MBC를 떠나 적합한 플랫폼을 골라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는 그때 이미 결정되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매스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그의 열망은 이제 시작이다.

- 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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