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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칼럼
  • 입력 2014.03.13 22:37

[기자수첩] 2NE1 이슬람 모독 논란은 왜 논란거리가 못 됐나?

YG 삭제로 모든 것 해결됐다 생각하지만 입장이 없으면 2NE1 장래 어둡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이슬람의 경전인 꾸란의 구절을 랩으로 함부로 사용해 무슬림들의 항의를 받은 2NE1의 '이슬람교 모독 논란' 사건이 정말 조용히 묻혀지고 있다.

13일 저녁 현재 이 사건을 보도한 매체는 맨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와 티브이데일리, 그리고 본지 세 매체 뿐이다. '연예인 논란'이라면 무조건 달려들고 보는 매체들이 의외로 이번 2NE1 논란에는 정말 관대하다. 너무나 조용하다. 검색어에도 이들의 논란은 없다.

일단 한국에서는 YG가 문제의 부분을 삭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뒤 바로 삭제했고 이슬람교 측도 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에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NE1이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려면 이 문제를 이렇게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 문제의 발단은 사실 유튜브에서 먼저 일어났다. 지난 7일 한 네티즌이 2NE1의 '멘붕'에 나오는 씨엘의 랩과 꾸란을 암송하는 아이를 비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2NE1이 꾸란을 멋대로 사용했다는 주장과 하나의 '예술 행위'일 뿐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이슬람 모독 논란의 중심이 된 2NE1(YG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슬람교에서는 대중음악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으며 기도나 암송이 아닌 곳에서 꾸란의 구절을 사용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성모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씨엘이 꾸란의 구절을 노래에 사용한 것은 이슬람교 내에서는 자신의 종교를 모독한 행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네티즌들, 심지어 같은 무슬림들 사이에서도 이것이 꾸란에 대한 모독인지, 아니면 꾸란과 상관없는 예술의 표현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꾸란 구절을 함부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더 많지만 무슬림들이 2NE1을 바라보는 자세가 확실히 부정적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YG와 우리 언론은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YG는 삭제를 선언한 후 이 사건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감격시대 출연료 미지급', '제시카 열애설', 심지어 '진세연 겹치기 출연' 등 논란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이들이 정작 국제적인 논란 거리가 된 2NE1의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

물론 이 상황은 문화의 차이가 빚어낸 해프닝이었다고 웃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다른 나라의 문화를 건드린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입장은 표명하는 것이 맞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YG가 침묵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해명을 해야하는 게 맞다.

이슬람은 우리가 보기엔 배타적인 부분이 많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이슬람은 종종 비하의 대상이 됐고 이로 인해 무슬림들은 신성모독에 굉장히 민감해 있다. 이슬람을 비하한 이들은 한결같이 구설수의 대상이 됐고 세계적인 논란의 중심이 됐다. 2NE1의 '실수'를 가볍게 여기면 안되는 가장 큰 이유다.

2NE1은 지금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가수가 아니다. 만약 이슬람에서 2NE1을 '무슬림을 모독한 가수'로 규정한다면 2NE1의 해외 진출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수가 있다면 인정을 하고 솔직하게 밝혀야 오해가 없는 법이다. 지금의 YG 행동은 무슬림을 두 번 죽이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문화에 대한 무지가 있었다면 풀고 나가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무지를 감싸안을 수 있는 포용력이 있는 게 문화다. YG가 문화인의 자세를 보이려면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무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없다면 YG는 문화가 아닌, 장사꾼의 모습으로만 비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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