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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정수경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3.13 07:51

[정수경 아트칼럼] Art Tomorrow (1)

관계의 사이, 그 하나 됨 : Media ‘間’ - 미디어아티스트 김혜경의 1회 개인전에 부쳐

[스타데일리뉴스=정수경 칼럼니스트] 정수경 아트칼럼에서는 '현대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에 이어 'Art Tomorrow'라는 제목으로 예술과 테크놀러지를 독창적으로 접목시킨 작업을 선보이는 국내외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오는 3월 24일 일본 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미디어아티스트 김혜경 작가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동아시아의 고미술에 내재된 노장사상과, 전통과 뉴미디어어 사이의 관계를 융합하고자 했다. 특히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도자기와 동양화를 모티프로, 프로젝션 매핑과 인터렉션의 접목을 통해 동양 전통미술과 미디어아트의 접점을 모색하는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고자 했다고 말한다.

▲ 미디어아티스트 김혜경 개인전 Media ‘間’, 2014.3.24~3.29, 일본 오사카 한국문화원, 미리내갤러리 ⓒ김혜경
관계의 사이, 그 하나 됨 - Media ‘間’

“없음과 있음은 하나에서 나온 두 가지 이름이라, 이를 현묘하다 한다...”
此兩者(有無), 同出而異名, 同謂之玄 - 老子, 道德經 第1章 中

아무런 색도 문양도 없는 순백의 도자기 위로 흰 빛줄기의 선들이 하나씩 피어오르면 어느새 꽃이 되고 나비가 되고, 작지만 살아있음을 알리는 마치 숨짓과도 같은 섬세한 움직임들이 만들어진다.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며 파닥이는 생명체들의 움직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함께 호흡하게 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혜경의 작품은 이처럼 바라보는 것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그의 작품과 함께 숨 쉬게 한다. 그리고 함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동양미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미디어아트

김혜경은 동양미술의 요소들을 미디어아트에 접목시키는 독창적인 작업을 연구해온 작가이다. 그는 동양미술사를 연구하면서 중국 산수화, 우리나라 도자기의 순수한 색채와 문양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동양미술의 멋스러움을 현대인들에게 보다 친근한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빛과 움직임을 도입한 미디어아트와 접목하였다. 작가는 선조들이 늘 곁에 두고 쓰며 그 아름다움을 향유했던 도자기나 가구, 병풍 등의 실물에 프로젝션 하는 방식의 인터렉션 매핑 작업을 선보이며 가지고 싶고 또 가질 수 있는 미디어 작품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누워서 명승고적의 그림을 보며 유람했던 “와이유지(臥以遊之)”의 공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 <미디어 와유(臥遊)>는 방 안에 누워서 산수를 감상하며 마음의 평안을 얻고 우주의 이치를 깨닫고자 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 김혜경 Media 와유(臥遊) 2012 ⓒ김혜경

지나침이 없는 전통과 현대의 공존

김혜경은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기존의 작품을 그대로 옮기거나 과도하게 재해석하려 하지 않고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전통예술에서의 현대적 요소들을 발췌하여 재구성하는 재기를 발휘한다. 그는 청대의 산수화와 고가구에 등장하는 문양들, 그리고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분청사기의 형태와 백자의 순수한 흰색을 잘 버무려서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현대적인 기형(器形)의 분청 편병이나 장군을 사용하면서 빛의 순수성이 강조된 흰색 빛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며 순백자의 아름다움을 함께 담아내고 여기에 작가의 직관에 따라 아기자기한 전통 문양들이 도입된 그의 작품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통과 현대적 요소가 융합된 새로운 미디어 도자기로 거듭나고 있다.

▲ 김혜경 Media 락(樂) 2014 Ⓒ김혜경

관계, 그 사이에서

김혜경의 작품은 관계의 대립항이 공존하는 형식을 연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있음과 없음, 움직임과 정지, 빛과 어둠, 실제와 가상, 생명과 죽음, 과거와 현재, 서양과 동양, 전통과 새로움 등 그의 작품 속에는 서로 대립되는 요소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함께 움직이고 있다. “나의 작업은 상반되는 것들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했던 작가의 말대로 김혜경의 작업은 관계의 사이, 즉 두 대립항의 경계에 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립항들은 하나에서 나온 것이고 결국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의 전시 공간 한 편에서 작가 김혜경은 전통의 미와 현대 테크놀로지가 한 몸을 이룬 21세기의 사랑방 풍경을 창조해내고 있다. 이를 두고 작가는 “동아시아의 문양들이 21세기의 빛으로 다시 소성(燒成)되어 관객 앞에 제시되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통에 새롭게 생명을 부여한 김혜경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가운데 21세기의 와유(臥遊)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전통과 새로움, 과거와 미래로 서로 마주한 관계의 사이에서 결국 이 둘이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 김혜경 Media 길상(吉祥) 2014 Ⓒ김혜경

* 김혜경은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응용미술과 박사과정(시각 & 멀티미디어디자인 전공)에 재학중이며 한라대, 용인대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포토샵 아트웍 스타일북》과 《포토샵 디자인 스타일북》이 있다.  참고 사이트 : www.artnuvo12.blogspot.com

정수경 칼럼니스트
미술사학 박사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초빙교수
저서 : 《한국의 STAINED G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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