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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1.09.01 05:25

[박수빈의 into The book] 올리버 색스를 찾아서③ '모든 것은 그 자리에'

▲ 의사이자 과학자, 작가 '올리버 색스'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만약 우리가 운 좋게 건강한 노년에 도달한다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열정과 생산성을 유지해주는 것은 ‘삶의 경이로움’일 것이다.”

스스로 ‘세상 하직이 얼마 남지 않은’이라며 메시지를 건넨 작가의 말이다. 심지어 ‘나이든 뇌와 노쇠한 뇌’라는 부제의 표현이라는 사실은 역시나 ‘올리버 색스’라며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인생의 말년, 작가 ‘올리버 색스’는 그의 마지막 저서인 ‘모든 것은 그 자리에’를 통해 자신의 일생의 소회를 에세이로 전하고 있다. 

‘모든 것은 그 자리에’는 지난 2019년 4월, 영문판과 한국판이 동시에 출간됐다. 책은 ‘뉴욕타임즈’, ‘뉴요커’, ‘라이프’ 등에 기고하거나 그의 노트에 써내려간 33편의 에세이를 담았다. 그 중 7편은 미공개작으로 책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내용은 올리버 색스가 평생 사랑했던 것들과 마지막 순간까지 추구했던 가치들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재현해 생동감 넘치게 담았다. 

따뜻한 의학을 실천하고 설파하는 의사, 무한한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으로 발현되는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문학적 기품이 깃든 문장과 서사를 읽다 보면, 어느새 작가로서의 올리버 색스에 대한 경탄에 이르게 된다.

▲ 도서 '모든 것은 그 자리에'

#미발표 에세이를 수록한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저서
도서 ‘모든 것은 그 자리에’는 올리버 색스의 순수한 열정, 근원적 통찰, 명민한 정신을 우아한 문장으로 담아낸 에세이집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깊은 고뇌가 묻어나는 책의 내용을 통해 한층 깊어진 작가와의 유대를 느낄 수 있다. 의사나 과학자 그리고 작가로서 동경하던 올리버 색스가 아닌 사려깊고 관대한 이웃인 하나의 인간을 대면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책은 “도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태어났단 말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주제로 전개된다. 각 장을 구성하는 에세이들은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지적 통찰이 깃든 완결성 있는 작품인 동시에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결국 독서라는 과정을 통해 작가 자신이 추구했던 거대한 세계관의 개념을 독자에게 넌지시 전하는 과정으로 관계를 구성한다. 생전 그의 마지막 에세이집인 ‘모든 것은 그 자리에’는 현재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올리버 색스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낸 거의 유일한 책이기에 더욱 가치가 크다. 실제로 출간 전, 유명 과학 매거진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는 “색스와 비교될 저자들은 지금껏 없었고 현재에도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유년시절부터 심연의 자아까지
총 3부로 구성된 ‘모든 것은 그 자리에’는 ‘첫사랑’, ‘병실에서’, ‘삶은 계속된다’는 주제로 이어진다. 1부에서는 올리버 색스가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2부 ‘병실에서’는 의사와 과학자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에세이들로 가득하다. 의대생 시절을 비롯해 신경과 전문의로서 일하던 시절에 만났던 환자들의 임상 사례와 연구들이 다채로운 이야기와 함께 전개된다. 마지막 ‘삶은 계속된다’에는 우주에 대한 동경,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에 대한 애정이 깊이 묻어나는 에세이들을 담았다.

1부는 올리버 색스가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유년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너무나 사랑하던 수영과 얽힌 추억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연의 책’ 박물관들 이야기, 학창 시절 푹 빠져 있던 생물학 수업과 그로 인해 생긴 에피소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게 했던 도서관과 책들에 대한 회고, ‘화학의 시인’으로 불리던 험프리 데이비에 관한 소고 등의 내용을 전한다.

다음 파트인 ‘병실에서’는 의사와 과학자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에세이들로 가득하다. 의대생 시절을 비롯해 신경과 전문의로서 일하던 시절에 만났던 환자들의 임상 사례와 연구들이 다채로운 이야기와 함께 전개된다. 또한 신경학과 꿈·환각·임사체험 등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숙고, 일시적·지속적·영구적 무(無)와 소멸에 대한 철학적 고찰 등은 필연적으로 ‘인간됨(being human)’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가닿는다. 딸꾹질, 틱(투레증후군), 우울증, 조현병, 노환, 치매, 알츠하이머병 등에 관한 소재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맞물리면서 질병과 환자와의 관계는 물론, 환자들과 우리들이 새롭게 맺어야 하는 관계, 즉 ‘치유 공동체’를 향한 따뜻한 호소로 이어진다.

▲ 의사이자 과학자, 작가 '올리버 색스'

#올리버 색스의 결연한 소망이 담긴 아름다운 문장들의 향연
마지막 파트인 ‘삶은 계속된다’는 우주에 대한 동경,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에 대한 애정이 깊이 묻어나는 에세이들이 실려 있다. 그리고 그 동경과 애정은 자신의 삶에 대한 찬탄으로도 발화된다. 작가이자 의사인 아툴 가완디는 “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올리버 색스만큼 제대로 가르쳐준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이 마지막 에세이들을 읽은 독자들은, 굳이 우리가 의사가 아니더라도 ‘온전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올리버 색스만큼 제대로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지구라는 아름다운 행성에서 살아가는 한 존재로서,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하는 삶의 경이로움. 바로 그 지점에 이르러, 이 책은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소망이 담긴 결연한 문장들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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