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1.08.27 12:05

'바쿠라우' 브라질 황무지에서 솟아난 쿠바式 게릴라... 내달 2일 개봉

브라질 황무지가 배경인데 쿠바의 게릴라 전선이 생각나

▲ '바쿠라우' 메인포스터(영화사 진진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9월 2일 개봉하는 브라질 영화 '바쿠라우'의 배경은 황무지. 바쿠라우라는 가상의 지명도 밤에만 활동하는 새 이름을 따왔다.

그런데 이곳은 관광객은 커녕 방문자 한명 조차 없고, 물 한 방울도 없다. 하루 한 번 꼴로 식수차가 오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처지. 그런데도 사람이 산다.

동네 어귀부터 고양이와 개들도 있고, 낡았지만 나름 개조한 트럭과 자동차들도 있다. 마을을 조금 벗어나면 말 농장도 있다.

바쿠라우라는 마을의 역사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도 있고, 외부 배급이 올 때마다 차곡 차곡 쌓아둔 음료수와 증류주를 파는 카페도 있다.

비록 고장난 버스 속이지만, 그 안에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도 재배한다. 하물며 이동식 집장촌 버스도 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목재로 된 관을 실은 차량이 가끔 방문한다.

외부인이 보면 빈민촌인 바쿠라우. 이곳에 사는 주민은 주어진 현실이 힘들지만 어느 정도는 자급자족이 된다. 단, 바쿠라우를 포함한 지역을 총괄하는 토니 주니어 시장이 바쿠라우 주민들의 골치거리다.

이 지역 젖줄이나 다름없는 강에 설치된 댐 수문을 막아 물이 없기 때문이다. 토니 시장 또한 곧 다가올 재선 때문에 바쿠라우 주민에게 해묵은 식량과 정체모를 약도 보급하면서 살갑게 대한다.  

상 복도 많은 '바쿠라우'

제7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제52회 시체스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최우수 판타스틱상, 비평가상을 수상한 '바쿠라우'는 유수 영화제에서 69개 부문 52개의 트로피를 수상한 그야말로 알짜다.

클레버 멘돈사 필로, 줄리아노 도르넬레스가 공동으로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바쿠라우'는 크게 보면 재개발 한 가운데로 몰린 황무지 마을을 다루고 있다. 장르로 보면 서부극과 느와르인데 실상은 보다 더 강렬하고 잔혹하다. 

아울러 이 작품에는 독일 명배우 우도 키에르가 용병 마이클 역을 맡아 오래 간만에 출연했다. 브라질 배우들도 베테랑들이다.

바쿠라우의 유일한 의사 도밍기스 역에 소냐 브라가, 극중 바쿠라우 물 공급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수배를 받고 있는 룽가 역에 실베로 페라라, 마을 청년중 리더인 파코치 역에 토마스 아퀴노, 그리고 바바라 콜린이 극중 바쿠라우의 정신적 리더 카르멜리타의 손녀 테레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쳐 보였다.

▲ '바쿠라우' 스틸컷 1(영화사 진진 제공)

토니 시장은 왜? 바쿠라우 주민에게 채찍과 당근 정책을 구사하는 걸까

브라질 동북부 세르테우(Sertao)는 미국의 아리조나처럼 광활한 황무지 밖에 없다. 영화 '바쿠라우'는 그 지역을 무대로 만든 가상의 도시. 흥미로운 점은 이곳이 최근 10년 사이 황무지가 늘어났다는 것.

이유는 하나. 지방정부와 건설사들이 결탁해 화전민을 통해 곳곳에 방화를 하고, 토지를 멋대로 개간한 탓에 농사도 짓기가 어렵다.

그 옆에는 브라질의 젖줄이라는 아마존 강이 흐르는데도 정작 현지 대기업과 지방 정부의 관심사는 정글 속 목재와 전력을 공급할 댐 밖에 없다.  

현재 38대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르의 정치 기반을 보면 글로벌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움직이는 토목 건설사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토목 건설사의 악행 중에는 화전민을 앞세운 위장계열사들이 악명 높다. 방화와 정글 개간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들에게 맞서거나 저항하는 주민은 용병(조직폭력배를 포함한)을 고용해 살해하거나 갖은 폭력을 행사하며 댐과 상수도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브라질 하층민이 처한 현실이 영화 바쿠라우에 속속들이 담긴 것이다. 

▲ '바쿠라우'스틸컷2(영화사 진진 제공)

70년전 쿠바 혁명사가 생각나는 '바쿠라우'

러닝타임 131분의 '바쿠라우'는 얼핏 보면 1959년 게릴라 전과 혁명 이후 60년이 넘도록 미국에 의해 고립된 쿠바가 연상된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미국기업이 지원하던 바티스타 정부를 실각 시킨뒤 무장 혁명에 성공하자, 미국은 각종 금융투자와 식량 및 의료 지원을 끊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모든 인력 및 시설과 기물을 공유하는 시에라 마에스트라 선언이 이뤄졌던 그 시대 쿠바가 '바쿠라우'의 처지와 크기만 다를 뿐 매우 유사하다. 

마을을 이끌던 카르멜리타 여사가 노환으로 별세하고 장례식이 치뤄진뒤 마을 주변은 급속도로 변한다. 인터넷과 네비게이션으로 확인 가능한 웹 지도에 서 지명(바쿠라우)이 사라지고, 통신시설도 가끔씩 끊기고, 겨우 공급받던 전기 마저 위험하다. 

그러고나서 마을 주민들도 총격에 의해 한명 두명씩 살해된다. 누군가 사주한듯한 모양새, 그래서 더 불길한 예감을 갖고 잔뜩 긴장하는 바쿠라우 주민들. 

영화사 진진이 수입하고 배급하는 '바쿠라우'는 오는 9월 2일 개봉한다. 이 작품에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과 선정적인 장면도 다수 포함됐다. 빈민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이를 집어먹으려는 자본가들의 악행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 이 영화의 장점이다. 그래서 청소년 관람불가이다.

▲ '바쿠라우' 스틸컷3(영화사 진진 제공)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