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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규준 기자
  • 생활
  • 입력 2021.08.24 13:24

[칼럼] 의사에 대한 신뢰 무너져… 개방형 수술실 등 새로운 해결책 필요해

[스타데일리뉴스=황규준 기자] ‘라뽀(Rapport)’는 의사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말이다. 프랑스어에서 비롯한 이 말은 ‘마음의 유대’라는 의미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유대감을 뜻하며 널리 활용된다.

▲ 평택우리병원 이주엽 원장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의사와 환자가 대면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는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 특히 대형 병원을 비롯해 여러 의료기관에서 대리 수술 등의 논란이 빚어지며 환자들의 신뢰는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의료계에서는 일부의 일탈로 전체가 욕 먹는 것이 과하다는 반응을 하기도 하지만 환자를 위해 성심을 다 할 것이라 믿고 찾은 의사가 그 믿음을 저버리는 선택을 했으니 환자들이 실망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검사와 진단, 치료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있어 환자는 의사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의사는 의료행위 전반에 걸쳐 환자에게 신뢰와 믿음을 줄 수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하며, 환자의 건강 상태에 집중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만이 현재 환자들 사이에 팽배한 불신을 해소하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이러한 점에서 개방형 수술실의 도입은 환자의 불안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 볼 수 있다. 어깨인공관절이나 관절내시경 수술 등을 진행할 때, 환자는 마취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설령 부분 마취만 한다 하더라도 낯선 환경 속에서 위축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시 상태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방형 수술실의 경우, 환자가 미리 동의하고 원한다면 수술 장면을 가족이나 보호자가 살펴 볼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근거 없는 의심과 걱정을 떨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의료인의 입장에서도 아무리 설명해도 환자가 이를 믿지 않을 때,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여 의혹을 벗을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시스템을 개혁한다고 해서 바닥에 떨어진 환자의 신뢰가 순식간에 정상 범위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환자와의 신뢰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처음 대면하는 그 순간부터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가 불안해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간다면 환자와 의사 사이에 깊게 패인 갈등의 골이 언젠가는 메워질 것이라 기대한다.

▲ 평택우리병원 이주엽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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