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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1.08.20 04:55

[박수빈의 into The book] 올리버 색스를 찾아서② '의식의 강'

▲ 의사이자 작가 '올리버 색스'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올리버색스를 찾아서 part.2 '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는 82세의 나이까지 인간의 뇌와 정신이라는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분야의 이야기를 대중과 함께 소통하며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왔다. 그의 저서 '의식의 강'은 그의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려는 무한한 과학적 호기심과 더불어, 인간과 인간의 삶을 애정과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감동적인 메타포를 담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과학적 정보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통찰력, 문학적 글쓰기의 힘으로 방대한 자연의 신비와 빛나는 영감을 하나하나 들추어내며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책은 특이하게도 '장'의 구분이 없이 구성됐다. 책의 '목차'는 담고 있는 내용의 큰 틀을 분절해 독자에게 이해하기 쉽게 구분해 둔 주요한 골격이다. 그러나 '의식의 강'은 이정표 같은 목차 같은 틀을 과감히 버렸다. 강 위를 유영하듯 의식의 흐름대로 내용을 읽어나가길 바란 저자의 마음이었을까? 책의 첫 시작부터 과연 올리버 색스가 남긴 마지막 저서답다는 감탄이 흘러나온다.

총 10개의 항목으로 이어지는 '의식의 강'은 작가 자신의 삶의 궤적을 밟아가듯 독자에게 자연스러운 대화를 건넨다. 책에서는 유독 일상에서 쉽게 느끼는 사항에 대한 주제들이 눈에 띈다.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이나 '잘못듣기', '지각력' 같은 감각적 경험부터 정신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로이트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다룬 '우리가 몰랐던 프로이트'까지 다양하다. 종잡을 수 없는 주제들의 연계 속에서 자연스럽게도 이해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의식의 강'을 독서하는 와중에 느낀 소감이다.

▲ 도서 '의식의 강'

#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 그리고 문학적 글쓰기
도서 '의식의 강'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나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을 비롯해 H. G. 웰스의 소설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서와 연구 내용, 그리고 시대적 장애를 극복한 과학자들의 비화들이 소개한다. 책은 작가의 방대한 과학적 지식과 호기심을 통해 하나하나 들추어내는 자연의 신비와 빛나는 영감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올리버 색스의 자전적 체험 에피소드들은 한 편의 매력적인 픽션처럼 흥미롭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목련나무 이야기를 통해 진화론과 모든 생물의 생물학적 의미에 대해 어렴풋한 깨달음을 얻었던 일화나 ‘루게릭병에 걸린 홍보전문가(publicist)’를 ‘루게릭병에 걸린 갑오징어’로 잘못 듣고도 정교한 신경계를 가진 두족류(문어, 갑오징어 등)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었던 에피소드 등은 실소를 자아내는 한편 왠지 모를 공감을 자아낸다.

그는 “우리 인간은 오류투성이이고 나약하고 불완전한 기억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유연성과 창의력을 지니고 있다.”라고 강조하며 오류로 인해 생기는 ‘잘못 듣기’의 사례에서 인간의 지각은 사람들마다의 관심사와 경험이 반영된다고 설명한다.

#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들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의 다른 저서들이 그러했듯 그는 이 책에서도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관한 미지의 의문들에 대해 천착한다. 그는 과학자들의 유명한 저서와 논문, 서신 그리고 자신이 직접 진료했던 환자들의 임상기록을 회고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과학적 여정을 펼쳐나간다. 그리하여 색스 박사는 두족류들이 피부의 색깔, 패턴, 질감을 바꿈으로서 복잡한 감정과 의도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 투렛증후군과 파킨슨증 환자들이 일반인보다 훨씬 능가하는 시간과 속도 감각이 있다는 사실, 인간의 기억이란 지속적으로 재범주화되고 다듬어지므로 서사적 진실밖에 없다는 사실, 창의력의 발현에는 모방이 필수적이고, 무의식적 숙성 기간이 존재한다는 사실 등의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이끌어내고 독자들과 함께 나눈다.

그는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신경학자였다. 더불어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를 이어가며,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그에 관한 흥미롭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왔던 경이로운 작가였다. 인간의 뇌와 정신이라는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분야의 이야기를 대중과 함께 소통하려고 애썼으며, 또한 가장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주제를 인간적이고 문학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려고 노력했던 ‘따뜻한 학자’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 출처: 올리버색스닷컴(oliversacks.com)

# 인간과 과학에 대한 무한한 애정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그는 생을 다하기 전까지 이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 동물, 식물의 아름다움과 그 순수한 미지의 영역을 예찬하며 탐구했다. 그의 글에는 언제나 과학을 향한 무한한 호기심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넘쳤기에, '뉴욕타임스'는 그를 “의학계의 계관시인(The poet laureate of medicine)”이라 칭하기도 했다.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연인이기도 했던 작가 빌 헤이스는 이 책이 처음 구성되었던 날의 기억을 다음과 같이 회고 했다. “2015년 8월, 어쩌면 그는 곧 죽을 수도 있었다. 나는 그날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한다. 올리버는 갑자기 원기를 회복했다. 책상에 앉아 마지막 저서가 될 책의 목차를 불러줬다. 그 일은 ‘죽어간다는 것’의 ‘끔찍한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반가운 기분전환거리였기 때문이리라. 올리버에게 지루함이란 그가 그동안 견뎌온 불편함보다 더 나쁜 것이었다.” 올리버 색스는 통찰력을 겸비한 시적 언어로 과학이라는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생명의 역사와 인간의 삶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우리와 끊임없이 소통해왔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 책은, 그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아름다운 삶은 뭔가를 계속 추구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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