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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3.11 10:07

[기자수첩] 함익병, '부모의 권위'로 '시청자의 권위'를 무시하다

의무이행 할 수 없는 서민들이 함익병의 인기를 만들었음을 기억하라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제 자식들은 지금까지 투표권이 없습니다. 나이가 안 찬 게 아니라 제가 못하게 했어요.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투표권이 없는 겁니다. 아들이 현 체제를 바꾸고 싶다고 투표를 하겠다 했는데 4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니 이번 대선은 내 뜻에 따르라고 했습니다. 씩씩거렸지만 수긍했습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최근 SBS '자기야-백년손님'을 통해 '국민사위'라는 애칭을 얻은 함익병 원장이다. 그는 지금 논란의 중심이 됐다. 월간조선 3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는 독재를 찬양하고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는 여성에게는 4분의 3만 권리를 주자는 말을 했으며 안철수 의원을 '거짓말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발언에 네티즌들은 '뒷통수 제대로 맞았다'며 함익병 원장을 비난했고 '자기야' 게시판에는 함익병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짝'에 이어 또 한 번 역풍을 맞은 SBS 측은 이 사건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함익병이 '국민사위'가 된 데에는 장모와의 친근한 모습이 어필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함익병은 '짝' 간담회에서 장모와 시간을 보내면서 어머니에게 무관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의사가 아닌 친근한 사위로 인식되던 그가 이처럼 돌발 발언을 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 월간조선과의 인터뷰로 물의를 빚은 함익병(SBS 제공)

사실 그의 발언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에 딴지를 걸고픈 이유는 엉뚱한 곳에서 내세운 부모의 권위, 그리고 시청자에 대한 모독이다. 과연 국민의 소중한 권리인 투표권을 '부모'라는 이유로 뺏는 것은 대체 무슨 권리일까?

그의 논리대로라면 열심히 일을 해도 공과금을 내지 못하는 송파구 세 모녀는 투표를 하면 안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이는 투표를 하면 안된다. 가난한 이, 젊은이는 물론 노인들도 투표를 할 수 없다. 그럼 누가 투표를 해야하는가? 돈 많고 직업있는 자만이 누리는 것이 투표권인가?

그는 이번에 정말로 큰 실수를 했다. 그의 발언은 단순히 아들이 대상이었지만 이는 곧 '자기야'를 사랑한 시청자들을 철저하게 모독한 것이다.

어른들에게 친근한 미소를 보였던 그가 사실 그런 어른들의 고생에 귀를 기울일 생각조차 없었다는 것이 시청자들이 느낀 배신감이었다. 그에게 연예대상 신인상을 주게 한 시청자들을 함익병은 모독했다. 투표를 못하게 한 아들을 대표로 내세워서 말이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그것을 무시하는 건 결국 자신을 지켜본 시청자의 마음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함익병은 경솔했다. 설사 독재가 좋더라도 그렇게 말을 하면 안된다. 함익병은 부모의 권위를 앞세워 시청자의 권위를 무시했다.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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