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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한가림 "행복해 보이는, 행복을 얻게 하는 배우가 되겠어요"

'로맨스가 필요해' 이어 영화 '타투이스트' 출연 "남에게 절대 지지 않아요"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신인 배우를 만난다는 건 설레이는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부분도 있다. 어떤 작품에 출연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알아가는 단계이고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 만나게 될 배우 한가림도 아직 신인이다. 출연한 드라마는 많지만 사실 비중있는 역은 없었다. 그러나 한가림은 이제 막 시작하는 배우다. 그리고 연기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우리는 이제 그 동안 감춰뒀던 열정과 욕심을 명연기로 표출해내는 배우 한가림을 만나게 될 것이다.

▲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은 신인배우 한가림 ⓒ스타데일리뉴스 서보형 기자

 Q.연극 무대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래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솔직히 공부하기가 너무 싫었거든요(웃음). 전 원래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 공부에 그렇게 취미가 없었어요.

단순히 '야자'하기 싫었고 놀고 재미있고 특별한 걸 하고 싶어서 친구가 다니던 연기 학원에 다니고 우연찮게 극단을 따라다녔죠. 그러면서 알게 된 건 일반인도 연극영화과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거였죠(웃음).

연영과를 다니다보니까 선배들이 극단을 차리고 그 선배들이 '해볼래?'하며 저를 부르면서 연극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연극을 하면 방송에서 멀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방송하고 싶어 서울에 혼자 올라왔는데 너무 힘들었죠. 다시 돌아가자. 그래서 무대로 다시 왔었어요.

Q. 무대에서 기억 남았던 역이 있다면요?

예쁜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한 번도 못했어요. 망가지고 웃긴 표정 짓는 역할이 대부분이었죠. 대본을 볼 때는 분명히 예쁜 캐릭터였는데 막상 공연해보니 망가지는 역할인 적도 많아요.

최근에 '아찔한 데이트'란 연극에서 남자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역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첫사랑이라 예쁜 줄 알았더니 집에서 소리지르고 술먹고 난동부리는 역이라서(웃음).

그래도 좋았어요. 욕심이 있었거든요. 이런 캐릭터를 맡으면 관객이 웃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지금 소속사 대표님이 그 때 저를 보시고 회사로 오라고 한 거에요.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네가 연기하는 모습이 좋아서 데려왔지만 이제 망가지는 역은 금지다. 예쁜 척 해라"는 거였죠.

▲ 한가림은 연극 무대에서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아왔다 ⓒ스타데일리뉴스 서보형 기자

Q. 무대에 서다보면 연기가 뭔지 생각하게 되지 않나요?

연기란 뭘까? (한참 생각 후) 지금도 물음표에요. 경험이 없어서인지 경력이 부족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연기를 하면 허무함이 많이 들어요. 내가 이 배역을 혼신을 다해 했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전 집중을 못한 것 같은데 상대방이 칭찬을 하면 '내가 잘하는 걸까? 기술만 느는 배우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죠. 그 의문이 많아요. 앞으로 그 물음을 마침표로 바꿔야겠죠. 많은 걸 보여주면서요.

Q. 극단 생활에서 이제 소속사가 있는 배우가 됐습니다. 차이가 있다면요?

이전엔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고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싶었어요. 소속사가 생기다보니 그 부분에선 편해졌죠. 하지만 마음은 연극했을 때가 더 편했던 거 같아요. 제 연기를 인정하는 관객들을 실제로 만나고 활력소가 생겼거든요. 어떤 사람을 만날 지 즐겁고 설렜어요.

그때의 생각이 '오늘을 즐겨야지'였다면 지금은 미래를 향해 고민하는 중이에요. 오디션이 잘 안되도 그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죠.

▲ 연기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은 한가림 ⓒ스타데일리뉴스 서보형 기자

Q. 처음 한 드라마 기억나세요?

tvN '이웃집 꽃미남'에서 된장녀 역이었요. 지금도 기억나요. 크리스마스 이브날, 찬바람 맞으며 호피옷 입고 망사스타킹 신고(웃음)... 떨리지는 않았는데 외모에 강박이 있었어요.

카메라는 독립영화도 찍어보고 해서 떨리지 않았는데 외모에 자신이 없더라고요. 결국 외모에 신경 썼지만 실패, 예쁜 척 하려다 실패(웃음). 마음대로 되지 않더군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Q. '막돼먹은 영애씨'에 출연하셨죠?

'영애씨'도 중간에 투입됐어요. 오디션 보고 나서 바로 출연이 결정됐는데 나중에 뒷풀이에서 감독님이 "(김)현숙이 후배라 네가 못하면 선배가 어떻게든 끌고 갈 거라 생각했다"고 말해주셨어요.

김현숙 선배님이 학교 선배이신데 너무 잘 챙겨주셔서 기가 죽어서 들어왔다가 기가 살아서 나왔죠(웃음). 활기차게 할 수 있었어요.

Q. 최근 '로맨스가 필요해'에 출연했을 때는 '아이유 닮은 꼴'로 화제가 됐는데요?

솔직히 상처받았어요(웃음). 옛날에는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지금은 다 안 닮았다 그래요(웃음). 제가 말한 것도 아닌데 기사가 그렇게 나서 정말 큰 소리로 엄청 웃었는데 댓글을 보고 조금 상처를 받았죠.

'내가 뭘 잘못했나'는 생각도 들고. 물론 아이유씨처럼 노래 좋아하고 연기 욕심많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픈 꿈은 있죠.

▲ 한가림은 최근 영화 '타투이스트'를 촬영했다 ⓒ스타데일리뉴스 서보형 기자

Q. 가수 준비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아주 어릴 때 꿈이 가수였어요. 한창 SES랑 핑클 유행했을 때죠. 실제로 엄마 손 잡고 오디션도 몇 번 봤었어요. 근데 아이들은 수시로 꿈이 바뀌잖아요. 언제부턴가 관심이 연기로 가고 스무살 때 학교 뮤지컬을 한 이후부터는 가수보다는 배우가 더 되고 싶었어요.

저는 톱스타가 되는 걸 바라지 않아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가수를 꿈꾸면 그런 배우가 못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만약에 가수 해볼 생각 없냐라고 묻는다면 하고 싶다고 할 텐데 어린 마음엔 정통 배우가 되고픈 고집이 있었어요.

Q. 출연작은 많았지만 비중이 적다보니 아무래도 어필이 많이 못된 것 같습니다. 섭섭한 점은 없었나요?

오디션 준비할 때마다 나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건 다른 사람의 양념 정도에 불과했어요. 그래서 존재감있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필사적이 된 게 사실이에요.

인정 못받아 섭섭한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100%를 다하고 후련하게 돌아온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내가 연기를 잘하나 하는 물음표가 계속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한 발 한 발 올라가려하지만 이전에 혼자 일한 것 때문인지 의기소침하고 기가 죽는 건 있어요. 지금 같으면 '한 번 더 나가자'라고 말할텐데 당시엔 혼자 기다리고 혼자 촬영하니까 말도 못하고 어색한 연기가 나오곤 했죠.

Q. 최근 영화 '타투이스트'를 찍었죠?

여주인공(윤주희 분)의 어린 시절 역을 맡았어요. 살인마(송일국 분)에게 유일하게 살아남은 역할이면서 영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캐릭터에요. 살인마에게 '독종'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독한 성격이죠.

▲ 만능 엔터테이너의 꿈을 가지고 있는 한가림 ⓒ스타데일리뉴스 서보형 기자

Q. 영화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처음에 감독님 만났을 때 미팅 자리에서 보자마자 '이 역할 해라, 잘 할 수 있을 것이다'하고 말해서 의아했어요. 어떤 점을 보고 어떻게 믿고 이런 역을 하라고 하나 궁금했죠. 사실 대본 봤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역할이었어요. 어렵지만 욕심이 난 게 사실이었고 잘하진 못해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도망다니는 장면이 있었어요. 이것도 추위에 떨면서 했는데(웃음), 맨발로 뛰면서 정말 집중해서 찍었어요. 어떻게 지나갔는지 생각은 안나지만 굉장히 집중해서 찍은 걸로 기억나요.

Q. 촬영 끝나는 날 느낌이 어땠나요?

밤새고 새벽에 끝났는데 끝나자마자 라면 먹으러 가자고 말했어요(웃음). 다 끝났다 생각하고 기분좋게 집에 들어가서 누웠는데 눕자마자 잡생각이 들었어요.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그 때 그렇게 했어야했는데.. 그런 생각하니 잠이 안 오더라고요.

Q. 연기하는 데 롤모델이 있다면요?

굉장히 많아요. 예전부터 문소리, 설경구 선배님 등을 좋아했고 그리고 꼭 같이 하고픈 배우가 있는데 류승룡씨에요. 믿고 보는 배우, 배역이 묻어나는 배우를 좋아하고 저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요. '이 역은 얘밖에 할 사람이 없어'라는 말 꼭 듣고 싶어요.

Q. 무대에 다시 서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항상 다시 서고픈 마음이 있어요. 마지막에 같이한 극단 대표님한테는 지금도 할 생각있냐고 전화가 와요. 저도 한때는 무대를 안 좋아한 적이 있었어요. 관객을 매일 만난다는 건 좋았지만 몇개월간 똑같은 대사, 똑같은 연기를 하니 로봇이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결국은 다시 찾게 되요. 지금은 자리를 잡는 과정이라 어려울 수 있지만 자리를 잡게 되면 연극은 꼭 해야할 것 같아요.

Q. 만능엔터테이너의 꿈은 아직 갖고 있죠?

자신감 엄청 있어요. 전 지는 걸 엄청 싫어하거든요. 남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노래도 죽도록 연습하고 연기도 남이 하는 걸 보면 더 연습하고 지금도 혼자 연습하고 혼자 노래해요. 지는 경우는 결코 없어요. 지지 않을 거구요.

Q.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진짜 못된 사람을 연기하고 싶어요. 저런 악마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착하고 예쁜 역은 솔직히 관심없고 연기를 잘하는 건지 모를 것 같아요. 생활 연기는 심심할 것 같아요. 내 안의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를 맡고 싶어요.

Q. 30년 후 사람들이 '배우 한가림'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습니까?

'참 행복해보이는 배우'로 보여지고 싶어요. 제 인생의 목표가 엄청 행복해지는 거예요. 사실 제가 정말 행복하다 느낀 적이 없는데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기는 하지만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다른 분들이 보고 '저 배우는 행복해보여'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보시는 분들도 저를 보시고 행복을 느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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