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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4.03.10 07:54

[권상집 칼럼] 컴백과 동시에 1위? 소녀시대의 Mr. Mr.

대형 기획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음악프로 순위, 문제점은 무엇인가?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대중음악계의 가장 최대 화두는 소녀시대와 2NE1의 컴백 대결이다. 당초, 소녀시대의 컴백 발표에 이어 YG가 기습적으로 2NE1의 컴백 발표를 선언하며 맞불을 놓자 두 거대 기획사는 서로의 컴백 시기를 미뤘다, 강행했다를 반복하며 신곡 발표 일정과 관련되어 때로는 신중 때로는 파격의 행보를 보여주었다.

사실, 모 스포츠 신문에 의한 전문가 분석에서도 나타났듯이 두 걸그룹의 포지션은 이미 기타 다른 걸그룹에 비해 넘사벽의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이미 두 걸그룹의 특성과 음악적 성향은 그 동안 많이 노출되었기에 컴백에 대해 매우 신선한 점을 기대한 대중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이 두 걸그룹의 정상 등극은 대중의 관심과 호응보다 양대 기획사의 마케팅과 영향력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 만큼..

▲ 소녀시대 vs 2NE1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녀시대는 지난 6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최근 신곡을 발표한 씨엔블루를 차지하고 컴백을 하지 마자 곧바로 1위에 올랐다. 수많은 언론사, 방송사에서는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걸그룹 끝판왕’이라는 낯뜨거운 표현까지 동원했지만 대중은 전혀 이에 대해 놀라지 않는다. 어차피 컴백과 함께 예정된 프로세스를 밟고 있는 것뿐이니까. 음원, 소셜미디어, 방송횟수 등 각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 및 케이블 음악 프로가 다양한 지표를 거론하며 공정성을 최대한 부각시키려고 하지만 이는 거대 기획사의 아이돌에겐 무용지물일 뿐이다.

물론, 소녀시대의 이번 컴백이 전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건 아니었다. 이미 음원 및 유튜브 조회수에선 매우 높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나름대로 예전의 명성에 못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각종 차트에서 2NE1의 신곡 및 뮤직비디오 반응에 비해 소녀시대가 정상의 자리를 내준 건 최근 트렌디한 음악을 선호하는 젊은 층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사실이다.

소녀시대와 2NE1의 컴백 시기가 이슈가 되며 다른 가수들의 컴백시기가 일제히 이에 맞춰 조율되는 등 연쇄 파급효과가 있었다고는 하나 이는 과거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90년대 대중음악을 지배했던 서태지와 아이들, 신승훈, 김건모, HOT 때도 물론 이들의 컴백 시기를 피해서 등장한 가수들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때는 정말 이들이 국내 가요계를 들썩거리게 할 만큼 파격적인 인기를 몰고 왔었고 대중음악의 흥행몰이를 좌우했었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 HOT의 잠실주경기장 콘서트 파동 등은 국내 지상파 9시 뉴스의 주요 부분을 장식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그들이 컴백하자마자 1위를 한 전례는 없었다. 그 당시가 지금보다 음악 순위 선정에 있어서 공정성이 더하거나 덜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당시에도 그들은 컴백하면 곧바로 지상파 및 라디오 방송횟수 1위, 음반판매 1위에 단숨에 오를 만큼 엄청난 팬덤을 몰고 왔었으니 지금의 소녀시대나 2NE1의 컴백 및 반응에 뒤처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등장하자마자 음악프로 1위를 차지한 모습을 필자는 본 기억이 없다.

물론 컴백하자마자 1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점은 아니다. 이미 해외 빌보드 차트에서도 싱글차트인 ‘Hot 100’에서 순위에 진입하자마자 1위에 오른 아티스트가 일부 있었으니까 국내에도 이런 일이 충분히 생길 소지는 있다. 그러나 지금의 두 걸그룹에 대한 반응은 컴백 후 일종의 컨벤션 효과 같은 것이기에 성급하게 ‘1위’라고 단정짓는 건 위험하다는 뜻이다. 특히, 음악프로 순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이미 거대 기획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사라진 만큼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이 등장하자마자 1위에 등극하는 건 이젠 새롭지도 않은 일종의 통과의례와도 같은 행위로 고정되어 있어 방송 자체의 신선함까지 잃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앞으로도 대형기획사의 정상급 아이돌은 컴백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근거는 물론 충분하다. 음원 차트 올킬, 유튜브 조회수 1위 등으로 포장하면 음악프로 순위 1위가 전혀 이상한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그 과정 속에 언제나 대형기획사의 횡포와 입김이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건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다 안다. 진정한 대중의 호응이 아닌 기획사의 마케팅과 영향력으로 1위를 만드는 건 이제 그 무엇보다도 손쉬운 일이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대형기획사의 아이들이 ‘애국가’를 불러도 곧바로 1위 할 수 있다는 비아냥이 나올까. 공정성을 회복하지 않는 한 음악프로 순위는 더욱 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뿐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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