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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칼럼
  • 입력 2014.02.26 19:42

[기자수첩] 드라마, 영화에서도 정치인이 천대받는 이유

현실과 전혀 안 맞는 '로맨틱, 서민적인 정치인'에 대중은 오히려 더 환멸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KBS 월화드라마 '총리와 나'가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을 무렵 한 네티즌은 '총리와 나' 기사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 "이 드라마 제목을 '총리나와'로 정했다면 대박쳤을텐데..."

정말 '웃픈' 상황이다. 드라마 속 권율(이범수) 총리는 대쪽같은 성격이지만 로맨티스트의 면모도 보이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본 이들은 권율의 캐릭터를 상당히 못마땅해했다. 이범수와 윤아의 연기에 대한 불만이 큰 것도 이유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국무총리의 개념과 권율의 캐릭터가 너무나 다르다는 데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앵무새'로 인식된 지 오래다. 대통령의 정책을 변명하기에 바쁜 사람으로 언제부턴가 국무총리는 각인되어 왔다.

그런 이들에게 권율은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절대 나올 수 없는 인물'이었고 그렇기에 공감할 부분이 전혀 없었다. 그것은 결국 '총리와 나'가 몰락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KBS '총리와 나'(KBS 제공)

생각해보니 그간 대통령, 국회의원, 총리 등 정치인을 내세운 드라마나 영화 중 성공한 작품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상영된 안성기, 최지우 주연의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고 신하균과 이민정이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으로 출연해 사랑을 이루는 SBS '내 연애의 모든 것'도 최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최수종과 하희라 부부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KBS '프레지던트'도, 장동건이 오랜만에 국내 영화에 복귀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긴 마찬가지였다.

정치인을 전면에 등장시킨 영화와 드라마는 이처럼 관객과 시청자의 외면을 받아왔다. 왜? 그들에겐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실패는 시나리오의 실패, 소위 '케미'의 실패도 크지만 '정치인의 판타지'를 기대하지 않는 대중들의 생각도 크게 작용을 한다. 강직하지만 서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로맨틱하기까지 한 대통령, 국회의원, 총리 등을 지금 우리들은 상상하는 것조차도 힘들다. 이내들은 너무나 멀리 있다. 현실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인물들이다.

대중은 판타지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 판타지도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때 대중들이 좋아한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 분)은 400년의 세월을 넘나든다. 그런데 그 도민준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로 나온다고 상상해보자. 받아들일 수 있는가?

▲ 장동건과 장진 감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대통령도 현실과 엄청난 거리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람들은 정치를 시작한 사람들이 본성을 잃어버리고 결국 더러운 정치의 세계에서 살아남기위해 더 더러운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강직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정치인들을 오히려 외계인으로 취급하고 보지 않으려한다.

'지금이 어느 땐데 로맨틱한 국무총리 타령이야?' 비록 드라마라도, 영화라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용납하지 않으려하는 게 지금의 대중들이다.

다음달 5일 첫 방송되는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물론 탄탄한 극본과 SBS 수목드라마가 독주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번엔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 작품이 조심해야할 '내부의 적'은 바로 현실감없는 대통령과 정치인의 모습이 나올 가능성이다.

▲ SBS 새 월화드라마 '쓰리데이즈'도 대통령이 출연한다 ⓒ스타데일리뉴스

대통령 역을 맡은 손현주는 그 고민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현실성에 대해 매일 고민하고 이야기한다고 제작발표회에서 밝혔다. 그들은 정말 현실적인 대통령, 현실적인 정치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을까? '정치인 소재작'의 잇달은 몰락을 '쓰리데이즈'가 경험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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