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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공소리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1.05.15 17:05

[공소리 칼럼] S파트너와 친구가 됐다

‘프렌드 위드 베네핏’ 합리적인 관계 성립

▲ 픽사베이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오로지 하나의 목적으로만 만나던 남자가 있다. 목적에 충실하게 언제나 육체적 관계만 맺고 헤어지곤 했다. 어느 날은, 그가 술을 마신 상태라 대리운전으로 내가 사는 곳 근처 숙박업소로 왔었다. 나는 목적만 달성하고 피곤해하는 그를 방에 두고 나왔었다. 그때는 그게 목적 있는 만남의 최선이었다.

상대방에게 큰 불편함을 주지 않고, 최대한 매너를 지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는 숙박업소에 자신을 버려두고 간 나에게 화가 났었다고 한다. 언제나 육체적 관계만 하고 가는, 그리고 마치 업무를 보듯이 취할 것을 취하고 돌아서는 나에게 실망했다고 말이다.

그와는 육체적인 관계만 하는 일명 S파트너였다. 그러나 육체만을 위한 관계는 튼튼할 수 없었다. 은근히 긴 시간 동안 서로 연락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왔고, 만나자는 약속을 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와 다르게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다. 근거는 설명할 수 없지만, 이상하게 술을 마시면서 대화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처음으로 내가 그가 사는 동네로 찾아갔다. 한 시간 정도를 이동했고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항상 상대방을 기다리거나 내버려 두고 왔던 내가 처음으로 상대방을 기다리고 만남을 위해 노력했다.

술이 한두 잔씩 들어가자 그는 내게 “네가 술 마시며 대화하자고 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쏟아지는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그는 업무적으로 육체적 관계만 맺고 가버리는 내게 여러 차례 인간적인 소통을 시도했었다고 했다. 그때마다 나는 얼버무리며 그 상황을 피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그날 서로 어떤 직업인지 처음 알았다. 그는 내가 사고가 단순하고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친구일 거라 예상했을 정도로 내가 육체만을 원했고 그 이상의 것을 표현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항상 내가 있는 곳으로 불렀기 때문에 운전할 수 있고 자가용이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못 했다고 한다. 모든 것을 알게 되니 충격이라고 말이다.

변명하자면 나는 하나의 방어기제를 발휘한 것이다. 상대방도 육체만을 원하는 사람일 것이고, 인간적인 소통을 해봤자 어차피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가벼운 관계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는 모두 피했다. 정이 들어 상처받을 수 있는 관계가 되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와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 그가 말했다. 다행인 건, 그는 뇌가 섹시한 편이었다. 나도 그리 지루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하는 일은 흥미로운 활동이었고, 그도 나와 같이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대화의 호감도가 높아졌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그가 친구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악수하며 친구가 되기로 했다. 소위 말하는 프렌즈 위드 베네핏(Friends with Benefits)이라는 관계가 성립된 거다. 육체만 교통했던 사이에서 정신적으로도 나누는 사이가 되기로 했다.

평소에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말이 좋아 관계를 포장하는 말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내가 프렌즈 위드 베네핏을 성립하니 진정으로 만들어가는 관계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 어떤 친구가 될까? 그리고 앞으로도 지나왔던 것처럼 육체적인 만족이 지속될까?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래도 다행이다. 나는 그동안 상대방을 존중하지 못한 관계를 해왔던 것을 되돌려 만회할 수 있어서 말이다.

내게 맺은 프렌드 위드 베네핏은 서로의 이성 관계에 대해 전혀 터치하지 않고, 육체적 관계가 가능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위로할 수 있는 친구의 어깨를 내주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처음이지만, 잘 보듬어주는 합리적인 관계가 성공하길. 사랑과 섹스가 아니라, 우정과 섹스라는 개념이 가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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