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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1.04.29 18:54

'사유리 비혼모' 100년전 아스트리드가 먼저 시작

'말괄량이 삐삐'의 스웨덴 女작가 린드그렌, 그녀는 선구자였다

▲ '비커밍 아스트리드' 스틸컷1(알토미디어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최근 방송인 사유리가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아 홀로 키우는 비혼모라는 사실을 공개하자, 오히려 그녀를 더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비혼모에 대한 정부와 여야 국회는 늘어나는 긍정 여론에 힘입어 비혼모(혹은 미혼모)에 대한 각종 지원은 물론 관련 법규를 개정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100년 전에도 상황은 다르지만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아픈 아이를 위해 들려준 동화를 소설로 출판해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여성이 있다. 이름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스웨덴의 인기 드라마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말괄량이 삐삐'의 원작자다.

'사유리 비혼모' 100년전 아스트리드가 먼저 시작

드라마로 시작해 장편 영화,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말괄량이 삐삐'. 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삐삐 롱스타킹'의 인기는 대단했다. 지금도 어린시절부터 삐삐 배역을 맡아 열연한 잉거 닐슨의 근황이 국내외 매체들로부터 보도될 정도다.

하지만 엉뚱하고 기발한 빨강머리 주근깨 소녀 삐삐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원숭이 미스터 닐슨, 점박이 말 릴라를 세상에 알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라는 작가에 대한 소식은 유럽을 제외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영역이었다.

1907년 스웨덴 남부 스몰란드의 작은 마을 빔머비 농부의 둘째 자녀로 출생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16살의 나이에 지역신문사 인턴 기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20대를 맞기 전, 유부남이었던 신문사 편집장과 사랑을 하다 뜻하지 않은 임신을 했고, 이웃 시선이 두려운 가족의 강압에 의해 덴마크로 건너가 현지 보육원에서 아이(라세)를 낳고, 스웨덴으로 돌아와 비서학교를 졸업한뒤 스웨덴 왕립 자동차협회에서 비서로 근무했다.

아스트리드는 2002년 작고할 때까지 가족과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자신이 낳은 아이를 홀로 키웠고, 재혼 뒤에는 북유럽 최고의 여류 작가로 당당한 삶을 살았다. 

▲ '비커밍 아스트리드' 스틸컷2(알토미디어 제공)

그 누구의 탓도 아닌 아스트리드의 선택 '비커밍 아스트리드'

내달 12일이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과감했던 청춘일기를 그린 '비커밍 아스트리드'(15세 이상 관람가)라는 영화가 개봉한다. 감독은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덴마크 출신의 여성감독이다.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말괄량이 삐삐'라는 소설로 유럽 문학계 큰 업적을 이룬 한 작가의 청춘 비하인드다. 1920년대 혼전 임신, 미혼모는 현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만큼 큰 스캔들로 여겨졌고, 숱한 편견과 차별이 극심했던 시대다.

지난 세기 스웨덴 유명 여류 작가의 미혼모 일기를 포함한 모성애를 풀어낸 이런 류의 영화가 결과적으로 주목받지 못할 거라는 주변 우려를 씻고 영화로 내놓기까지 감독의 노력이 상당했던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전한다.

그러다 보니 출연 배우들의 열연을 넘어서는 감독의 촘촘한 연출과 편집이 극중 드러나는 소품들까지 전해지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과 집중을 유도한다.

예고편만 보면, 뻔한 내용에 지루할 것만 같은 이 영화가 4월 29일 기준 로튼토마토에서 96%의 지지를 받고, IIMDb에서 10점 만점 중 7.1점(5,182표)을 얻었다는건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고루 받았다는 이야기.

몇 달전 방송인 사유리가 비혼모를 선택한 이 시대는 21세기. 이 와중에도 일본과 한국에서는 찬반논란이 일부 존재했으며, 공영방송사가 출연을 막는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국회와 정부에서 법 개정을 논의할 만큼 비혼을 포함한 미혼모에 대한 지원대책이 논의되는 지금. 과연 20세기 초에는 상상이나 했을까.

제 아무리 스스로 문명국을 자부하는 유럽이라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뒤에야 타종교에 대한 존중을 말하기 시작했고, 인종차별 또한 남아공에서 흑인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면서 겨우 일단락됐다. 그것이 고작 1994년의 일이다. 25년 전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그 보다 훨씬 전인 1920년대에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미혼모를 선택했고, 주변 비난과 편견을 뚫고 자신이 가진 모든걸 걸고 아이(라세)를 키웠다. 

▲ '비커밍 아스트리드' 스틸컷3(알토미디어 제공)

삶의 지표를 찾지 못했다면 이 영화를 꼭 보길 기원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결코 미혼모와 혼전임신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 한 여성의 청춘과 인생을 가족과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옭아매고, 듣도 보도 못한 가치관으로 입을 틀어막고, 밝고 명랑하게 살고 싶은 한 인간에게 어떻게 억압적으로 눌러놨는지가 가감없이 드러난다.

심지어 유튜브와 각종 매체에서 가볍게 다뤘던 여성해방(Woman Emancipation)이라는 주제를 '이 영화 이후 좀 더 진지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만큼, 모든 연령대를 향해 계몽적이면서 동시에 고압적인 기성 가치관을 타파하려는 요소가 다분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꼭 봤으면 하는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수입/배급 알토미디어), 러닝타임 123분이 결코 길지 않은 촘촘한 스토리로 내달 중순 관객들을 찾아간다. 여담이지만 만약 사유리가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말을 건낼지 궁금하다.

▲ '비커밍 아스트리드' 스페셜 포스터(알토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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