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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4.02.18 07:46

[권상집 칼럼] 안현수 현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안현수 현상이 주는 교훈,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최근까지 소치 올림픽 최고의 영웅은 이상화 선수도, 그리고 아직까지 경기를 치르지 않은 김연아 선수도 아니었다. 가장 많은 이슈와 함께 뜨거운 찬반 논란이 현재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에 의해 국내에 점화되고 있다. 지난 주말,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가 남자 1,000미터 쇼트트랙 결승에서 같은 러시아 선수와 한국 국가대표 신다운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하자 빅토르 안 선수의 금메달 소식은 과거 안현수 선수가 귀화한 이유, 국내 부패한 빙상연맹, 더 나아가 공정사회라는 화두까지 함께 쏟아내며 국내에 숱한 논란과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 출처 SBS 방송캡처

안현수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많은 화제를 몰고 온 안현수 선수는 이미 2006년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에 3개의 금메달을 안기며 일약 22세의 나이에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었다. 그 이후 부상과 일반 대중이 알지 못하는 숱한 시행착오와 시련 끝에 러시아 행을 택한 그는 결국 이번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8년만의 금메달을 거두며 쇼트트랙 선수로서 잃어버린 자존심과 명예를 되찾는데 성공했다.

그 이후 반응은 굳이 필자가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분들이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 이른바 박근혜대통령부터 빅토르 안 선수의 귀화 과정과 그 이면에 있었던 사항들을 질타하기 시작했고, 비단 스포츠 방송과 스포츠 신문사 외에 메이저 언론까지 부도덕한 빙상연맹을 질타하고 공정사회와 정의를 안현수 현상에 빗대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보다 빅토르 안 선수에 대해 더 열광적인 응원을 해준 국민들의 호응이 뒷받침되었음은 물론이다.

안현수 현상에 대한 보도는 최근 더 많이 쏟아지고 있는데 여기엔 대체적으로 한국 빙상연맹, 더 나아가 체육계 전반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부패를 겨냥한 기사들이 많았다. 특히, 아직 실력이 탁월하고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과의 불합리한 경쟁과 담합에 의해 밀려난 빅토르 안 선수를 언급하며 체육계가 다 같이 반성해야 함을 날카롭게 꼬집은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경향신문은 17일자 지면에서 ‘안현수의 성공을 축하하기에 앞서 우리가 정말 제대로 안현수 현상을 짚고 있는지, 안현수 현상에 대한 무조건적인 국민 정서가 반영된 비이성적 열기는 없는 건지’ 성찰을 촉구한 기사도 있었다.

경향신문의 지적도 물론 옳은 점이 있다. 안현수 현상이 일어나기까지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문제와 원인은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안현수 선수도 과거 국가대표 시절에 편의와 혜택을 받았기에 지금 와서 혼자 차별 받았던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도 일부 옳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안현수 현상의 본질을 잘못 해석한 데 있다. 지금 안현수 현상이 국민들로부터 열풍으로 거듭나게 된 건, 안현수 선수 개인의 혜택, 편의, 불합리에 기인해서 발생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빙상계를 질타하는 것이 맞냐는 일부 지적에 앞서 왜 이런 정황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메커니즘 분석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안현수 선수 역시 과거에 편애를 받았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은 초점이 벗어나 있다. 아직까지 실력이 있고 재활해서 충분히 자신이 가진 역량을 잘 보일 수 있는 인재를 가차 없이 내몰았던 구조적인 배경과 문제점을 먼저 지적했어야 한다. 사실,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각 스포츠 연맹의 부조리함은 지금도 끊임없이 다른 선수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속내가 안현수라는 개인을 통해 표출되었기 때문에 지금 모든 국민들이 더 많은 관심과 환호를 빅토르 안 선수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쇼트트랙은 사실 스피드 스케이팅보다 더 팀 화합이 필요하고 때로는 트랙 상에서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같은 트랙을 여러 명이 한번에 참여해서 경쟁하기에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문제는 그 경쟁의 구도가 지금까지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 안현수 선수가 혜택을 받았고 지금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차별 받아 러시아로 귀화했기에 비판에 앞서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식의 개인적인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다. 부조리가 결국은 불합리를 불러 일으켰고 그 안에서 곪아 터져 안현수라는 개인의 귀화로 사건이 표출되어 나타났기 때문에 이는 철저하게 문제의 구조적인 관점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이 마땅하다.

최근 빅토르 안 선수에 이어 다른 선수들의 귀화가 거론되었거나 과거 안현수 선수 못지 않게 훌륭한 재능을 갖고 있었던 선수들도 지난 세월 피해를 받았다는 식의 내용이 인터넷 여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재능 있는 선수들이 지금도 부패한 단합, 또는 협회의 이기심으로 인해 공정함이 벗어난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를 일깨워준 것만으로도 안현수 현상은 우리에게 충분히 좋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과연 안현수 현상이 없었다면 우리가 재능은 있지만 피해를 본 선수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뒷면에 숨겨진 부조리에 조금의 관심이라도 가졌을까?

안현수 현상이 2차, 3차 안현수 현상을 불러 일으키기 전에 이 고질병을 서둘러 고치길 바란다. 공정사회라는 키워드는 이미 2010년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 서적을 통해 국내에 정의 열풍을 불러내자 지난 정부가 급하게 설정한 국정 방향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우리는 어쩌면 정의,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체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소치 올림픽에서 나타난 안현수 현상은 안타깝게도 2014년 지금도 공정사회라는 키워드가 여전히 대한민국에 필요함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성찰과 부조리에 대한 개혁이 시급한 2014년 2월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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