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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2.12 10:26

[기자수첩] '강호동 중계'는 왜 네티즌의 비난을 피하지 못할까?

'소속사 끼워넣기, 수신료 인상' 등 부정적 인식에 강호동의 노력이 묻혔다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10일과 11일, 우리 나라의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결과 못지 않게 관심을 모았던 것은 KBS가 보여준 '강호동의 스피드스케이팅 중계'였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일원으로 선수들 응원을 위해 출국했다고 생각한 시청자들은 갑작스럽게 들린 강호동의 목소리에 놀라움과 호기심을 가지게 됐다.

이상화의 금메달 소식이 전해지던 11일, 언론은 KBS의 강호동과 MBC의 김성주가 라이벌전을 벌인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엄연히 전문 캐스터로 나선 김성주와 보조 해설자인 강호동을 라이벌로 본다는 것은 애초에 넌센스였다. 어쨌든 그 덕분인지 양사는 백중세의 시청률을 보였다. 물론 시청률의 일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이상화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시청률은 좋게 나왔다고는 하지만 인터넷의 반응은 생각보다 차갑다. 말이 좋아 '백중세'지, 추천이 많이 달린 댓글의 내용은 강호동에 대한 비판이다. 갑자기 등장해 몰입을 방해했다느니, 목소리가 짜증이 났다느니, 공영방송이 왜 이런 쇼를 하느냐 등의 비판이 잇달았다.

시청자들은 이미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핸드볼과 체조 중계를 하는 모습을 봤다. 당시 핸드볼 중계를 하던 정형돈과 노홍철은 '무한도전'과 다른 침착하고 재미있는 중계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유재석의 중계는 '유느님'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네티즌도 비난이 아닌 '참신한 시도'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이번 강호동의 중계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이어진다. '무한도전' 스타일을 따라했기 때문이라고 처음엔 생각했지만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은 생각보다 없다. 지금의 비난은 강호동 한 사람, '왜 강호동이냐?'라는 내용이 훨씬 더 많다. 그런데 여기서 기자는 이 질문을 하고 싶어진다. 과연 강호동의 중계가 이런 비난을 받을 만큼 잘못된 것이었을까?

강호동이 느낄 엄청난 부담감을 생각해보자

▲ 소치 동계올림픽 중계석에 앉은 강호동(출처:방송 캡쳐)

일단 강호동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물론 그의 입장에서는 중계석에 선다는 것이 영광일수도 있지만 그것은 곧 엄청난 부담감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중계석이 어떤 곳인가? 말 한 마디만 실수해도 바로 비난 세례가 이어지고, 단어 하나 선수 이름 한 글자라도 잘못 말해도 '공부도 안하고 중계석에 앉았다'며 졸지에 '무식자'로 매도되는 곳이다.

천하의 퀵마우스 노홍철이 핸드볼 중계석에 앉는 순간 입을 열지 못하고 '우리 헝가리 선수들'이라는 표현을 정형돈이 지적하자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표정을 지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 부담감이 얼마나 클까가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중계 시작 때 나온 '백만 안티 대기중'이란 자막은 또 얼마나 섬찟했나?)

게다가 이 경기는 모태범과 이상화가 메달에 도전하는 경기다. 이규혁과 이강석이 투혼을 발휘하고 김준호, 박승주 등 새로운 신인들이 등장하는 경기다. 만에 하나 이들이 모두 부진한 성적을 거둔다면 그 비난은 모조리 강호동에게 쏟아질 것이다. 타 방송사보다 시청률이 낮아도 사람들은 '강호동 탓'으로 돌릴 것이다. 공연히 끼어들어 경기를 망치고 중계를 망쳤다는 비난이 줄을 이을 것이다.

이 모든 최악의 상황을 강호동은 당연히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이 방송을 허투루 넘기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중계석의 강호동은 의외로 진지했다.

사람들의 비난과는 달리 강호동은 자신이 나서기보다는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질문들을 대신 하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경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강호동을 비난하는 이들이 말하는 과장이나 고음은 중계석에선 그렇게 크게 들리지 않았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중계보다 못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호동은 역시 비난받는다. 강호동만 아니었으면 시청률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강호동 때문에 다른 채널로 돌렸다고 또 비난이다. 그런데 그 비난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비난의 대상이 꼭 강호동만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강호동을 향한 비난, 강호동만을 노린 것이 아니다

▲ 언론은 강호동과 김성주를 갑작스럽게 '라이벌'로 만들었다(출처:김성주 트위터)

강호동에게 대중이 불만을 품는 이유는 그의 진행 방식에 대한 불만이었다. 고음을 내지르고 과장된 제스쳐를 취하고 1인자 노릇을 하려는 그의 방송에서의 모습은 사실 모든 대중이 좋아할만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호동의 진가는 오히려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방송에서 빛을 발했다. 그가 '1박 2일'과 '스타킹', 그리고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인들에게 자신을 낮추고 스스럼없이 어울렸던 강호동의 소탈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생각하는 강호동의 이미지는 여전히 '고음과 과장'으로 점철된 모습이다.

여기에는 강호동이 소속되어 있는 SM에 대한 반감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소속사들이 자사 소속 연예인들을 잇달아 한 드라마나 예능에 꽂아놓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강호동 또한 '우리동네 예체능'에 SM 소속 최강창민과 이수근이 출연하고 '무릎팍도사'에 역시 SM 소속의 이수근과 장동혁이 출연하자 '자사 연예인만 출연시키려한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강호동의 중계석 등장이 또 하나의 'SM 꽂아넣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렇기에 강호동의 등장을 썩 좋은 눈으로 보지 않았을 것이다.

또 하나, KBS는 최근 '수신료 현실화'라는 미명으로 수신료 인상을 강행할 뜻을 밝혔다. '왕가네 식구들'의 막장을 비난하는 시청자들이 마지막 '수신료 현실화' 자막을 보며 '수신료 올려 막장드라마 만드냐'라고 한 번 더 비난하는 상황이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상황이다.

KBS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차가운 시점에서 강호동의 투입은 오히려 이들을 달래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꼬투리'였다. 결국 이런 방송 만들려고 수신료를 터무니없이 올리려한다고 시청자는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 비난은 결국 강호동이 받고 있다.

▲ 강호동은 중계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묻힌 이유는 결국 다른 곳에 있었다(KBS 홍보실 제공)

이래저래 강호동의 스피드스케이팅 중계는 관심과 사랑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엄청난 비난이라는 댓가도 치뤄야했다. 강호동 개인은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도 강호동이 가야할 길은 멀다는 것도 이번에 보여줬다.

대중의 호감은 결코 개인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큰 교훈. 강호동의 시련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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