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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칼럼
  • 입력 2014.02.04 21:56

[기자수첩]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상영되야 마땅

불의에 침묵하는 사회는 죽은 세상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상영관을 구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확보된 서울시내 상영관은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극장과 인디스페이스 두 곳 뿐이다. 전국적으로 상영관은 9곳이 전부이다. 또한 배급사 OAL에 따르면 메가박스는 상영관을 3곳만 할애했다. 

한편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스토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근로자로 근무하다 암 발병으로 사망한 故 황유미씨와 그녀 가족들이 겪고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점이 이상할건 없지 않나?

더구나 황유미 씨와 또 다른 피해자 3명은 법원으로부터 2011년과 2013년 유족 급여 보상을 판결 받았다. 한국 법원에서 사망하거나 암을 앓고 있는 반도체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한 것이다. 국가가 산업재해를 인정한 마당에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극장 상영관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 영화 '또 하나의 약속' 포스터. 아버지 상구(박철민)과 윤미(박희정)의 모습이 안타까워 보인다.

한국이 후진국인가?

한국이 캄보디아, 혹은 아프리카 여러 나라 중 하나였다면, 개봉예정인 영화 <또 하나의 약속>처럼 대기업의 무지와 횡포를 담은 작품은 상영은 커녕, 제작이 안되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불안정한 후진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2012년 기준 국민총생산이 1조 1,615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경제 15위 국가다. 자동차, 선박, IT 분야에서 1위이거나 상위권을 차지하는 첨단기술강국이다. 더구나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 등 '한류'라는 이름으로, 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나라이다. 

한국 굴지의 기업체에서 근무하던 여성 근로자가 산업역군으로 열심히 일하고도, 기업체의 안전 불감증과 이윤창출의 희생양으로 사망했다면 위 같은 대한민국의 프로필은 당연히 부끄러운 역사가 된다.

철도원들의 정리해고를 담은 '저주받은 유산'(1966), 화학공장 폐기물로 오염된 한 마을 주민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전을 펼쳤던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2000), 거대 에너지 회사의 불법 부동산매입을 다룬 '프라미스드 랜드'(2012) 등 이들 세 작품들은 미국은 물론 해외 각국에서 상영됐고, 흥행도 성공했다.

영화 3편 모두 공기업과 세계적인 기업체들의 횡포를 담았다. 심지어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도 했다.

끝으로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의 저서 '광기의 역사' 중에 나온 문장을 하 나 올려본다. "인간이 갇혀있는 비참한 처지, 인간으로 하여금 진실과 선에 다가가지 못하게 방해하는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것, 이것이 인간의 가장 나쁜 광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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