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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이 영화는 축복이다
3월 3일 국내 개봉 예정 '미나리' 잔잔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2021년 02월 22일 (월) 05: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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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원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미나리' 메인포스터(판씨네마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지금까지 아시아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북미 영화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몇몇 작품은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1990년대에는 중국계 이민자들의 위장결혼을 주제로 뉴욕 정착기를 다룬 '결혼 피로연'(1993)이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이 내놨다. 이 작품은 당시 유럽과 북미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뒤이어 올리버 스톤 감독의 베트남 전후 영화 '하늘과 땅'(1993), 중국계 이민자들을 다룬 '조이 럭 클럽'(감독 웨인 왕, 1993)이 인기를 모았다.

최근에는 미국의 중국계 이민자 1세와 2세들의 이야기를 다룬 '페어웰'(감독 룰루 왕)이 2019년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주연 아콰피나)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들 작품 스토리를 보면, 모국에서 일어난 전쟁의 아픔과 상처, 제2고향이라는 미국에서의 차별과 고초를 다루고 있다. 냉정히 짚자면, 오리엔탈리즘을 내세운 북미 영화다.

즉 서구인들이 생각하는 아시아인들의 전형이다. 물론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거시적인 담론을 다루며, 동시에 날카로운 비판도 있다. 하지만 묵직하고 담백한 맛은 없다.

오히려 2016년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서 시작해 현지 방송과 넷플릭스에서 시즌 5까지 인기리에 방영 중인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이 아시아 이민자들을 다룬 기존 작품들 보다 더 디테일하고 담백하다.

여기에 작년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 수상 뒤, 북미에서 펼쳐진 각종 영화제, 영화협회 시상식에서 60개가 넘는 상을 수상한 작품이 등장했다.

제목은 '미나리'.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각본과 연출을 담당하고 내놓은 이 작품은 헐리우드 스타 스티븐 연, 한예리가 주연을 맡았다. 

이제는 전설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배우 윤여정이 순자 할머니로 출연했으며 손자 데이빗에는 재미교포 아역배우 엘런 S.김, 손녀 앤은 노엘 케이트 조가 맡아 열연을 펼쳐 보였다.

   
▲ '미나리' 아칸소 시골농장에 도착한 제이콥 가족 컷(판씨네마 제공)

'미나리' 이 영화는 축복이다

영화사 판씨네마가 수입하고 배급하는 영화 '미나리'는 배경이 1980년대이다. 극중 캘리포니아에서 목초지와 농장 밖에 없는 중남부 아칸소 주(州)로 이사 온 한국인 가족이 듣거나 보는 TV, 라디오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30년전 이야기. 

영화 '미나리'는 출연진들의 연기력 호불호를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 그것을 뛰어넘는 훌륭한 연기와 앙상블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버지 제이콥(스티븐 연)이 부인 모니카(한예리)를 설득해 심장병이 있는 어린 아들 데이빗(엘런 김)과 조금 더 큰 앤(노엘 케이트 조)을 데리고 아칸소 구석에 위치한 한 농장으로 이주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큰 농장을 경작해 인근 댈러스와 미 동부 교포들에게 한국 농작물을 공급하려는 아빠의 계획은 희망, 그 이상이다.

하지만 말이 좋아 경작이지, 농수로 쓸 물도 찾기 힘든 지경. 이웃인 참전용사 출신의 폴(윌 패튼)을 고용해 어떻게든 작물을 경작하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 '미나리' 고스톱 치는 장면 컷(판씨네마 제공)

그런 중에 제이콥 부부의 두 자녀를 돌보려고 모니카의 엄마 순자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찾아온다. 고추가루, 멸치, 김 등등을 바리 바리 싸들고 제이콥 가족과 만난다.

또한 어린 손자의 병을 고치기 위해 한약도 들고온 한국의 전형적인 친정어머니 순자. 그녀가 하나 더 들고온 것은 다름아닌 미나리 씨앗. 물가만 있으면 어디건 자란다는 이 식용작물은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즐겨먹는 한국의 흔한 채소. 

'미나리'는 러닝타임 115분간 집안의 가장 제이콥은 아칸소에 온 뒤로 드넓은 농장과 축산공장을 다니며 치열하고 힘겨운 모습을 보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때문일까? 처음과 달리 편안했던 모습이 점차 줄어든다.

여기에 제이콥의 아내 모니카는 나름 침착하게 행동하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생계를 이어가려고 남편과 같은 축산공장에서 일을 하고, 아픈 아들을 치료하는 것도 어려운데 농장 일이라니. 얼마나 암담할까.

   
▲ '미나리'스틸컷(판씨네마 제공)

이런 중에 데이빗과 앤을 돌보려고 순자 할머니가 왔지만, 아이들과 소통조차 안되는 형편. 예고편에 공개된 대로 데이빗은 할머니에 대한 미움과 불만이 날로 커져만 간다.  

영화'미나리'가 해외 평단과 관객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는 이유는 생각 보다 많지 않다. 어쩌면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하나는 진솔함이다. 한국에서 온 이민자 가족의 평범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로 이사온 첫날부터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 가족과 생계를 책임지려는 남편과 아내의 다른 관점 등이 묘사된다.

가령, 제이콥 모니카의 부부싸움, 이어 가족들의 대화하는 장면 등은, "왜 이런 생각을 안해봤을까", "왜 여태 저걸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었지?"하는 자책감마저 든다.

그래서 '미나리'를 두고 "이 영화는 축복이다"라고 제목에 썼다. 각종 매스 미디어로 뒤덮힌 세상. 그래서  모두가 잊어버렸던 우리네 일상, 나라와 인종을 떠나 우리네 진짜 모습이 이 영화 속에 녹아내려 있다.

   
▲ '미나리' 제이콥을 맡아 열연한 스티븐 연 스틸컷(판씨네마 제공)

'미나리'는 한국 관객에게 줄 것들이 많다

아시아 이민자들의 애환을 애가 닳도록 부연하고 또 부연해봐야 바라보는 입장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건 너무도 뻔한 서사 구조를 지녔기 때문이다.

수 십년전 거장 감독들이 시도했던 스토리, 서부 개척사를 다룬 영화, 드라마에서 이미 봤던 이야기로는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기가 어렵다는 것.

그런 면에서 영화 '미나리'의 접근법은 기존 이민자 영화와는 달리 단순하다. 동시에 내러티브의 흐름 또한 긴 호흡과 묵직하고 뭉클한 곡선 형태로 잔잔하면서도 깊이 있는 내면을 드러낸다.  

어렵게 볼 것 없이 윤여정 씨가 국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를 읽고 "진솔하다"라고 칭찬했던 그 한 마디가 이 영화의 큰 줄기였던 것.

   
▲ '미나리' 손자와 함께 미나리밭에 온 순자 할머니 컷(판씨네마 제공)

동양의 종교와 정서를 강조하고, 마치 엄격한 규율이라도 존재하는 것처럼 떠드는 아시아 영화들은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이다.

하지만 지난 세기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찰리 채플린의 작품 어디에 그런 엄숙함이 존재하는가? 

영화 '미나리'는 극중 순자 할머니가 들고온 화투장이 희노애락의 시작점을 찍었고, 줄기채소 미나리처럼 생긴 한국 신파의 장점이 북미 영화와 결합해 새콤하고 맛깔나는 무침으로 치환됐다.

이 점이 기존 이민자들을 다룬 작품과 다른 지점이다. 인간(관객)이 인간(배우)의 행태(연기)를 바라보면서 자신을 되돌아 보고, 간헐적으로 미소를 머금는 장면이 있다면.

그리고 뭉클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심금이 드러났다면. 그래서 그 감정을 북미 관객들이 느꼈다면, 그 영화가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쓰는건 그저 작은 소동에 불과하지 않을지?

   
▲ '미나리' 스틸컷(판씨네마 제공)

'미나리' 온갖 전통과 정치 이슈가 아닌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와 진솔함이 무기

한 때 아시아 이민자들을 다룬 영화, 드라마가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하나 남아 있었다. 서구에서 바라보는 아시아인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고착되어 있다는 것.

불법이건 합법이건 이민자들의 애환과 향수병을 다룬다는 것은 문화와 정치적인 함의가 강하다. 정작 다뤘어야할 아시아 이민자들의 정착 일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보편적인 가치를 두고 인간의 굴곡진 삶을 진솔하게 다루지 않고, 차별을 내세운 인권과 '아시아인'하면 흔히 연상되는 가족주의가 결합된 내용이 주류였다. 

시선을 돌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여러 나라 사람들과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다 보니 역사와 문화, 정치, 로맨스를 다룬 작품들이 나열할 수 없을만큼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일상과 삶의 면면을 다룬 작품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과거 한때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월튼네 사람들', '초원의 집'같은 TV시리즈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위에 나열된 가족 드라마 혹은 영화들이 사라지고, 온갖 이슈와 이념이 뒤섞인 영화와 시리즈가 안방과 극장가를 뒤덮었다.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글로벌이라는 주제를 놓고 비교적 큰 틀의 이야기들을 다뤘지만, 삶의 뒤안길과 진솔한 면을 파헤치거나 잔잔한 작품은 최근들어 거의 없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대표인 영화제작사 '플랜B'가 타작품에 비해 매우 저렴한 제작비로 만든 '미나리'. 이 영화가 북미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이유를 오는 3월 3일 국내 관객들도 느껴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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