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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제니 기자
  • 공연
  • 입력 2021.02.18 17:52

[S리뷰] ‘맨오브라만차’ 조승우, 놀랍도록 섬세한 1인 2역... 일깨운 꿈과 희망

▲ 오디컴퍼니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꿈’과 ‘희망’이라는 낭만적인 메시지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남녀노소 구분 짓지 않고 많은 관객에게 용기를 건넨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돌아왔다.

한국 초연 15주년을 맞이해 아홉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맨 오브 라만차’는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명작 소설 ‘돈키호테’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이 극은 자신을 기사 돈키호테로 착각하는 괴짜 노인 알론조 키하나와 그의 시종 산초의 모험을 그린다.

‘맨 오브 라만차’는 감옥 속에서 진행되는 즉흥극을 이용해 액자식 구성을 이룬다. 극 중 극 형태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며 집중력을 높인다. 또한 이를 더욱 뚜렷하게 구분하도록 돕는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에게 감탄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 오디컴퍼니 제공

배우 조승우는 소설 ‘돈키호테’의 저자이자 배우인 세르반테스 그리고 자신이 기사라 착각하는 노인 돈키호테 두 인물을 맡았다. 극 초반 세르반테스가 옷을 갈아입으며 돈키호테로 처음 변신하는 장면은 그 어떤 관객도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뚜렷한 목소리 톤의 변화는 물론 자세, 걸음걸이 하나마저 구분 지은 조승우의 세밀한 연기에 몰두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돈키호테로 완벽하게 분한 조승우 덕에 극 중 극에 푹 빠져들었던 관객은 즉흥극이 종료되고, 돈키호테가 아닌 세르반테스를 마주할 때 ‘맨 오브 라만차’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될 것이다. 우스꽝스럽게만 보이던 노인 돈키호테가 관객들에게 남긴 메시지는 오래오래 가슴에 남으리라.

서영주의 변신도 눈에 띈다. 그 또한 카리스마 넘치는 도지사와 친절한 여관 주인을 맡아 1인 2역을 소화했다. 서영주는 두 인물을 연기한 배우가 정말 같은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다른 매력을 뽐낸다. 특히 능글맞은 여관 주인으로 분한 서영주는 그의 아내는 물론 돈키호테를 연기하는 조승우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 오디컴퍼니 제공

하지만 무엇보다 빛나는 건 돈키호테와 그의 유쾌한 시종 산초의 케미스트리다. 돈키호테를 따라다니는 이유를 묻자 “그냥 좋다”고 말하는 산초처럼 조승우, 이훈진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저 좋다. 마스크 속 수차례 미소를 짓게 해준 두 사람의 사랑스러움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

‘맨 오브 라만차’의 웅장한 무대와 감동적인 음악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커다란 지하 감옥을 구현한 무대는 시선을 사로잡으며, ‘맨 오브 라만차’의 대표 넘버 ‘The Impossible Dream’(이룰 수 없는 꿈)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자신의 길을 나아가겠다는 극의 주제를 관통한다. 이외에도 가슴 뭉클한 넘버들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맨 오브 라만차’는 지난 시즌부터 여성 캐릭터인 알돈자가 노새끌이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삭제한 바 있다. 1965년 뉴욕에서 초연을 올린 극이니만큼 구석에 케케묵은 먼지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뒤늦게라도 이를 털어내려 노력했다는 점은 다시 한 번 칭찬하고 싶다.

한편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 윤공주, 김지현, 최수진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오는 3월 1일(월)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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