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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4.01.24 17:55

[기자수첩] 설 극장가 한국영화, 정말 위험하고 위험하다

네 편 모두 부실한 만듦새 보여.. 관객의 열망을 '멜로, 코믹'에 가두려는 자세 문제

[스타데일리뉴스=임동현 기자] 설날 시즌을 맞아 개봉하는 한국영화가 위험하다. 이미 개봉한 '수상한 그녀', '피끓는 청춘', '남자가 사랑할 때'에 이어 29일에는 '조선미녀삼총사'가 개봉한다.

물론 한국의 기술로 만든 애니메이션 '넛잡:땅콩 도둑들'과 여전히 건재한 성룡을 오랜만에 명절에 만날 기회인 '폴리스 스토리 2014' 등 외화가 있기는 하지만 역시나 극장가는 이 네 편의 영화 중심으로 가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 네 편은 공교롭게도 대형 한국 영화 배급사의 2014년 첫 라인업이기도 하다. '수상한 그녀'는 지난해 배급사 1위 자리를 내준 CJ엔터테인먼트가 명예회복을 노리며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이고 '남자가 사랑할 때'는 지난해 '10타수 10안타'의 기록을 세우고 '변호인'으로 또다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NEW의 야심작이다.

'플랜맨'의 흥행 실패로 첫 단추를 잘못 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피끓는 청춘'으로 재도약을 노리고 쇼박스 또한 '조선미녀삼총사'의 성공으로 2014년 정상을 다시 한 번 노릴 준비를 갖췄다.

▲ 설날 극장가에 공개될 네 편의 영화들(CJ엔터테인먼트,NEW,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 제공)

자연히 자신들의 극장을 갖고 있는 배급사들은 서로 자신들의 영화를 앞서 홍보하며 스크린 수를 늘릴 것이고 NEW 또한 그 틈새에서 스크린 수를 조절하고 있다. 어쩌면 설날에 어떤 영화가 흥행하느냐에 따라 배급사의 1년 운수가 달려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치열한 전쟁터에 뛰어든 병사가 너무나 허약하다는 데 있다. 즉, 요란스러운 광고만큼이나 실속있는 영화가 올 설날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최근의 한국영화가 질적으로 많이 하락했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CJ의 첫 배급작인 '수상한 그녀'는 다행히 20대로 변신한 70대 할머니를 연기하는 심은경의 연기 덕분에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영화를 우수하다고 평가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가족이 볼 수 있는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어딘가 감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인위적으로 비춰진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역시 황정민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다. 한혜진과의 멜로가 분명히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기댄 정서는 여전히 '신파'다. 황정민을 앞세워 신파조의 이야기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피끓는 청춘'은 이종석과 박보영이 나온다. 이종석이라면 여전히 여성 팬의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80년대의 향수 또한 관객을 유혹하는 요소다. 하지만 80년대 이야기는 너무 많이 나왔다. 게다가 이종석과 박보영의 캐릭터도 그렇게 신선하지 않다.

가장 늦게 개봉하는 '조선미녀삼총사'는 23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그러나 생각보다 평이 좋지 않다.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면서 정작 내용은 부실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결국 설날 극장가는 대기업 배급망과 스타들을 앞세운 영화들이 선을 보인다고 하지만 네 영화가 모두 예상보다 부실한 형태로 등장했고 그것은 현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모두 밀리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설 연휴에 역전을 할 가능성이 점점 적어질 것이다.

문제는 흥행이 아니다. 이것이 현재 한국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이냐는 것이다. 물론 올해 한국영화계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다. 여름 대목을 전후해 개봉할 사극 영화들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나타날 때까지 한국 영화의 붐을 일으킬 만한 영화들이 눈에 띄질 않는다.

▲ 관객들의 열망으로 인기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변호인'과 '또 하나의 약속'(NEW, OAL 제공)

설 극장가는 흥행의 첫 출발이기도 하지만 한국영화의 첫 출발이기도 하다. 하지만 첫 출발을 다지며 내놓은 영화들이 이렇게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면 결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쉽게 말하면 이들 영화는 사람들이 단순히 멜로 좋아하고 코믹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만든, 그저 관객들 입맛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고 내놓은, 스타를 모델로 내세운 '팬시 상품'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변호인'이 천만을 넘는 모습을 보았다. '또 하나의 약속'을 향한 제작두레의 모습과 시사회를 본 관객들의 열망을 봤다. 아주 간단한 이유다. 사람들이 정말 보고 싶어했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관객들은 자신의 열망을 담았다.

그것을 모르고 메이저 영화사들은 그저 멜로에, 코믹에 사람들을 가둘 생각만 했다. 그리고 부족한 영화로 그들을 사로잡으려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관객의 열망은 이미 먼 곳으로 갔다.

설 극장가에도 분명히 승리의 면류관을 쓸 영화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승리의 면류관이 아니라 관객의 열망을 묶어버린 자에게 수여되는 가시 면류관이다. 한국 영화는 아직도 반성해야할 것이 많다. 대중의 열망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허접한 장르에 열망을 가두는 이런 영화들을 그만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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