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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1.01.23 22:20

영화 '미스터 존스'는 Before Corona

공유가 필요한 이 영화, 1933년 폭로 기사로 70년이 지나서야 사실 인정 받아

▲ 80년전 비극을 다룬 영화 '미스터 존스' 메인포스터(디오시네마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 다수 공유가 필요한 작품 둘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지난 7일 개봉해 최근까지 상영 중인 작품으로 폴란드 출신의 거장 아그네스카 홀란드 감독의 '미스터 존스'다. 수입사는 제이브로, 배급사는 디오시네마이다. 

곧 IPTV로 공개될 예정인 이 작품은 'Before Corona'(BC)로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80년전 동유럽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그 다음은 오는 2월 10일 개봉예정인 헝가리 영화 '살아남은 사람들'(감독 바나바스 토트)을 다뤄본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전후로 유대인 수용소에서 갖은 고초를 겪고 생존한 생존자들의 이야기다. After Corona(AC)로 지금에 비춰 적절한 상황과 사연이 담겨 있다.

Before Corona '미스터 존스', After Corona '살아남은 사람들'

올해 들어 국내외 매체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두 단어가 있다. BC(Before Corona), 그리고 AC(After Corona)다.

흔히 세계사와 달력은 예수 탄생을 기점으로 BC를 사용한다. 풀어쓰면 Before Christ. 우리말로 '기원전'이다. AD는 '기원후'라는 뜻의 라틴어 Anno Domini(주님의 해)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Christ(예수)를 Corona로 명칭을 바꿔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이러스가 세계 인류사를 바꿨다는 의미다.

1세기에 걸쳐 반복되는 비극 '미스터 존스'

최근 영국 언론과 중국 외교부가 몇몇 사건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 때문이다.

넷플릭스에도 다큐로 공개된 홍콩發 '우산혁명'의 리더 죠수아 웡과 아그네스 차우 등이 홍콩 공안에 의해 구속 수감된 것이 서방 언론의 우려를 증폭시킨 것이다. 

사실 중국의 민주주의 탄압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점령한 내몽골과 티벳, 그리고 위구르 자치주에 그 수도 헤아릴 수 없는 강제수용소가 건설되고, 수용 인원을 더 늘리고자 대규모 증축까지 감행했다는 보도가 VOX, BBC, CNN을 비롯해 북미, 캐나다 매체에서 여러차례 다뤄진 바 있다. 

더 나아가 캐나다 연방의회는 중국에 장기이식 병원이 지난 10년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유를 꼬집으며, 인권탄압의 실체를 밝히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 사고들은 2019년과 2020년을 정점으로 깨끗이 정리됐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중국 인권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고,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각국에서 불 붙은 바이러스 감염 사태에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 위 상단 화면 컷은 홍콩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서 2019년 7월 보도한 영상 컷이다. 당시 우한에서 발생한 소각장 건립 반대 시위 장면으로 외신에서는 홍콩민주화 시위 만큼이나 격렬했다고 전한다. 아래 화면 컷은 미국 인터넷매체 VOX에서 2019년 5월 보도한 위구르 자치주 강제수용소 구글맵 화면이다. 뉴스는 몇년 전과 비교해 수용소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고 지적했다.(SCMP, VOX)

'홀로도모르' 그 누구도 몰랐던 동유럽의 기근과 기아, 80년이 지나서야 영화로 공개돼 

최근 중국과 같은 양민 탄압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32년, 공산주의가 장악한 스탈린의 소련(러시아)에서도 유형만 다를 뿐, 엄청난 규모의 양민 학살 참극이 벌어졌다.

이른바 '홀로도모르'(Holodomor: 우크라이나어로 대기근으로 발생한 아사)가 그것이다. 당시 이 기근으로 700만명 이상이 사망한 사실은 그로부터 약 70년이 지난 2003년이 되서야 확인됐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12년 후인 2003년 UN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유럽연합 등이 참여한 인권 회의에서 '홀로도모르는 실제로 있었던 비극'이라는 만장일치 공동성명이 발표된 것이다.

살펴보면, 1930년대에 이르러 등장한 대기근 '홀로도모르'는 세계 3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비극이다.

당시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한 레닌을 축출하고, 독재 권력을 구축한 스탈린 서기장은 자신의 수하들이 내놓은 계획경제를 앞세워 러시아 전역에서 소수민족과 반공 이력을 가진 사람들을 우크라이나 집단농장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하지만 스탈린과 공산당이 부푼 꿈을 안고 인민 계몽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계획경제의 끝은 참담했다.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우크라이나 현지는 혹독한 노동과 배고픔을 못 견디고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고, 굶어 죽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이 모든건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이 전에 일어났다.

또한 위 참극은 1933년 영국출신 가레스 존스 기자가 모스크바로 자진 파견뒤 각고의 노력 끝에 이 사실을 폭로했으나, 독일 나치와 대립하던 영국 정부는 러시아(소련)와의 마찰을 피하고자 가레스 존스를 허풍쟁이로, 그의 기사는 가짜뉴스로 몰아세워 퇴출시켰다.

그럼에도 이 기사는 70년이 지나서야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003년 러시아, 미국을 포함한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대기근과 관련 참사를 사실로 인정한 뒤, 공동성명이 유엔에서 발표했다. 또한 이 참사를 다룬 영화가 무려 86년만에 제작 상영됐다. 제목은 '미스터 존스'

가상의 통제체제를 다룬 소설 '1984'를 집필한 기자출신 작가 조지 오웰의 대표작 '동물농장'이 바로 가레스 존스의 기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건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

▲ '미스터 존스' 우크라이나 집단농장을 잠입 취재 중인 가레스 존스 기자(제임스 노턴) 영화 스틸컷(디오시네마 제공)

한편 영화 '미스터 존스'의 각본과 연출 제작에 참여한 폴란드 출신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는 국내 관객들에게 음악영화 '카핑 베토벤'(2006)으로 알려진 인물.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만큼 명작들이 즐비하다. 1983년 프랑스, 폴란드 합작영화 '당통'의 각본을 집필했고, 1988년 서슬 퍼렇던 폴란드 공산당의 실체를 폭로한 '암살의 그림자'(크리스토퍼 람베르 주연)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다.

칸 영화제가 명작으로 꼽은 '세 가지 색, 화이트'(1994) 각본을 썼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주연작 '토탈 이클립스'(1997), 1968년 프라하의 봄을 재조명한 '타오르는 불씨'(2013), 2017년 평단 호평을 받은 '스푸어' 등을 연출하며 반세기에 걸쳐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아울러 러닝타임 118분인 '미스터 존스'(15세 관람가)는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국내 극장가에서 지난 1월 7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곧 IPTV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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