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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1.12 20:31

[권상집 칼럼] ‘히든싱어’를 통해 바라본 공정 사회에 대한 소망

참가자들의 공정한 실력이 불러 일으킨 프로그램의 열풍과 시사점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종편인 JTBC의 킬러 콘텐츠 중 1년 가까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현재 <썰전>과 <히든싱어>가 유일하다. <썰전>이 초기 정치 및 경제와 관련된 뒷이야기, 일반 시청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계(?)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논의함으로써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면 <히든싱어>는 그야말로 원조가수를 능가하는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과 예전 가수들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히든싱어>를 잘 살펴보면 프로그램 초기 기획했을 때 얼마나 내부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혔을지 짐작할 수 있다. 실력 있는 모창자들을 위주로 한 방송은 이미 SBS <스타킹>및 기타 명절 프로그램에서 종종 진행했던 식상한 콘텐츠 중 하나였으며, 실제 ‘듣는 즐거움’보다 ‘보는 즐거움’에 익숙한 10~30대 영상세대에게 썰렁한 무대만을 1시간 내내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분명 성공하기 어려운 요소를 두루두루 갖추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 출처:'히든싱어2' 홈페이지캡처

그러나 <히든싱어>는 다른 프로그램보다 더 강력하게 흥미를 부각시키는 요소가 하나 있었다. 바로 참가자들만의 공정한 실력으로 매 라운드마다 진출자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지원자들의 외모가 상당한 팬심, 네티즌 투표를 유발했다면 <히든싱어>는 말 그대로 무대 뒤 숨겨진 곳에서 원조가수를 능가하는 자신만의 목소리, 노래 실력을 통해 참가자들이 각 라운드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끝까지 누가 오를지, 누가 승리할지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시즌 2에선 원조가수인 신승훈과 조성모가 모창 가수보다 더 적은 표를 받으면서, 누구나 자신만의 모창 실력만으로 평가를 받고 공정한 기회를 거머쥘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이는 초기 시즌 1에서 시청자 및 평론가들로부터 제기된 ‘원조가수 = 승리’라는 공식을 깨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 아울러, 故 김광석 편에선 노래 실력 외에 감동까지 선사하며 ‘듣는 즐거움’과 ‘휴머니즘’을 함께 제공하여 시청자들의 가슴에 훈훈함을 전달해주었다.

사실 돌이켜 보면 <히든싱어>의 흥행 요인이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닐 수 있다. 이미 <슈퍼스타K>가 노래 실력만으로 정상에 오른 허각을 통해 수많은 스토리를 창출해내며 2010년 공정사회의 대표적 예로서 주목을 받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슈퍼스타K>는 인기투표로 전락하며 시즌 4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일부 출연자나 참가자의 이미지를 고려한 마케팅을 내세우며 문자 투표를 동원, 프로그램 자체를 사업화하여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말았다.

최근 동 시간대 케이블과 종편에서 <히든싱어>와 <더지니어스>가 동일하게 시즌 2를 시작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두 프로그램 모두 사회의 한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론가들의 비평을 받으며 시청자들의 애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더지니어스>가 배신과 음모, 왕따 등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어 시청자들의 불편한 심기를 초래했다면, <히든싱어>는 참가자들의 순수한 실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기에 더 많은 호평을 받는지도 모른다. <더지니어스>는 매주 방송이 끝나고 시청자들이 부정적인 반응과 댓글을 보이는데 비해 <히든싱어>는 많은 시청자들이 매주 방송이 끝날 때마다 긍정적인 기대를 언급해주는 건 바로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한가지 우려는 있다. 이번에 진행되는 <히든싱어>의 왕중왕전 역시 생방송을 통해 문자투표로 진행된다고 한다. 이미 참가자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실력, 외모를 보여주었기에 생방송에서 진행되는 문자투표는 공정한 실력보다 참가자의 이미지나 팬심으로 결판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 실력 있는 지원자보다 팬심이 더 강한 지원자가 올라가는 걸 우리는 이미 지켜봤다. 그렇기에 <히든싱어> 최종 라운드인 왕중왕전 생방송에서 참가자들의 실력이 아닌 인기로 최종 모창 가수 1위가 선정된다면 이 또한 아쉬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우가 벌써 든다.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이 99%의 서민을 대변하지 못하는 재벌그룹의 이야기, 백마 탄 왕자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고, 시청자들도 문자 투표를 통해 진정한 실력이 아닌 누구의 외모나 이미지가 더 우수한가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대중은 ‘오직 객관적인 실력과 공정함으로 승부하는 우리와 같은 일반 대중’을 또 원하는 모순에 직면해 있다. 이 역설을 슬기롭게 풀어줄 수 있는 <히든싱어>제작진의 노하우와 지혜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정한 실력만으로 자신의 소망을 성취할 수 있는 참가자가 등장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객관적 실력으로 사회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대중은 아직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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