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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1.04 15:57

[권상집 칼럼] 갈등과 분열이 아닌 화합을 기대하며

소득 양극화보다 더 무서운 이념과 분열의 양극화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많은 사람들이 올 한해 경제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다. 실제로 5개월 후면 2014년 지방선거가 열리고 선거에 몰입하는 순간 정치권에서 민생법안 처리 및 갈등 조정 등은 모두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선거가 있는 해는 모든 정당들이 겉으로는 통합을 외치지만 언제나 상대에 대한 비방과 근거 없는 폭로로 자기편 끌어 모으기에만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오죽하면 선거 때마다 ‘집토끼’ 등과 같은 발언으로 지지층 확보에만 신경 쓰는 정치인들의 저속한 말들이 나왔겠는가.

문제는 정치 환경에서만 진행되었던 분열과 갈등이 지난 한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정치적 갈등과 대립의 장으로 지적을 받았던 초점이 정당에서 일부 온라인 사이트로, 급기야는 정치, 경제, 사회 가릴 것 없이 전반적인 사회 현상으로 확산되어 퍼지고 있다. 상대가 자신의 적이라고 간주되는 순간, 누구도 상대의 의견에 집중하지 않고 누구도 상대의 업적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이 점이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고질적인 병폐라고 할 수 있다.

문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만 봐도 이러한 예는 단적으로 드러난다. 영화 변호인을 둘러싼 논쟁, 그리고 일부 보수 언론들이 변호인 대신 다른 영화의 관객수와 홍보를 내세우는 장면 등은 이제 이러한 갈등과 분열이 점점 영역을 확대해서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과거 자신들이 좋아하는 엔터테이너에 맹목적인 집착을 보이고 라이벌 가수를 적대시했던 어린 청소년들의 팬클럽 현상이 성인에게까지 확대되어 그 현상이 증폭되고 있는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러한 갈등과 대립은 우리의 교육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누차 이야기했지만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라는 부분에 교육의 초점을 두지 않고 ‘정답이 있고 오답이 존재할 뿐’이라는 생각에 교육의 포커스를 맞추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정답을 맞추어야 하고 정답을 위해 사고하는 훈련’ 에만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에 더욱 더 두터운 성벽을 쌓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단적인 예는 TV 토론에서 볼 수 있다. TV 토론에 나온 상당수 패널들은 무조건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고 상대가 언급했던 내용 중에 핵심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부 발언에서 오류가 보이면 그걸 꼬투리 삼아 상대의 논리가 아닌 상대의 실수에 모든 공격을 퍼붓는다. 그리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후 곧바로 인터넷에는 열렬한 반응이 뒤따른다. ‘누가 누가 토론에서 이겼고, 누구는 발렸네, 밀렸네’등의 저속한 표현이 이어진다. 애초에 건설적인 토론, 상대의 논리를 수긍하고 여기에 더해 자신의 생각을 추가하여 아이디어와 생각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순식간에 실종되고 만다.

2013년까지 이런 행태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정치에서 사회, 문화 분야로 확대되며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였다. 보수와 진보, 내 편과 네 편을 떠나 서로 잘하는 점은 인정을 하고 상대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조언과 함께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함에도 지난 한해는 모두가 상대의 생각과 사상을 배척하는 데만 집중한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이런 갈등과 분열에 대해서 조정자 역할을 해주어야 할 오피니언 리더들이 오히려 발벗고 갈등과 분열을 불러 일으킨 점은 또 다른 아쉬운 부분이다.

대한민국은 자원이 부족하기에 인재들이 서로 단합하여 더 많은 아이디어와 생각을 쏟아내어 발전해야 한다. 말다툼이 아닌 건설적인 토론과 이를 통한 긍정적인 합의가 절실한 건, 이를 통해서 그야말로 창의적인 사고와 유연한 오픈 마인드, 상대의 생각에 대한 경청이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철도 파업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더 많은 실망을 하게 된 건 그 어느 쪽도 먼저 다가가 상대의 이야기와 생각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새해 들어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 건, 적극적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조화와 화합의 리더십이다. 소득 양극화보다 우리들의 발목을 더 세게 붙잡는 건 이념과 대립의 양극화에 있음을 우리는 지난 한 해를 통해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새해는 ‘상대의 잘못은 건설적으로 비판하고, 상대의 업적 및 성과는 훌륭히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희망한다. 물론, 상대의 업적 및 성과를 인정했을 때 이를 더욱 더 격려하고 칭찬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갈등과 분열이 아닌 화합으로 2014년이 이루어지길 다시금 희망해본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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