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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0.10.03 06:23

[권상집 칼럼] 오직 대중만을 위한 가왕 나훈아의 존재감

시간이 흘렀어도 나훈아의 존재감이 여전히 빛나는 이유

▲ 나훈아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국내 트롯 음악을 포함 가요계에서 지상파 방송사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세울 수 있는 가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예컨대 아티스트로서의 공연 컨셉과 무대 구성 등에 관해 방송사에 전권을 요구할 수 있는 가수는 조용필, 서태지, 나훈아 정도만 꼽힌다. 이중, 가왕이라고 불리는 나훈아의 존재감은 유독 공연에서 빛이 난다. 수많은 뮤지션과 아이돌이 경쟁하는 가요계에서 그의 공연은 그 누구보다 빠른 시간 안에 매진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KBS에서 나훈아가 15년만에 단독 공연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공연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트로트 열풍이 TV조선으로 인해 다시 점화되긴 했지만 이미 트롯의 중심은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가왕 나훈아라고 해도 존재감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그의 연로한 나이, 그간 몰고 다닌 이슈 등으로 인해 과거만큼 무대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의 우려와 달리 나훈아는 15년만에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여전히 가왕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연히 시청자에게 각인시켰다. 추석 명절 방송된 모든 특집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음은 물론 개인 가수의 단독 공연으로는 믿겨지지 않는 29.0%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의 이번 추석 공연 시청률이 과거 MBC <무한도전>의 역대 최고 시청률과 대등하게 나왔다는 점에서 나훈아의 존재감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무대에서 그가 얼마나 철저히 완성도를 중시하는지는 공연업계에서도 유명하다. 무대 구성 및 안무 하나하나까지 모두 상세히 챙길 정도로 그는 프로페셔널리즘을 중시한다. 관객들에게 준비되지 않은 무대를 보이는 걸 가장 싫어하는 그였기에 이번에 얼마나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2시간 30분이 넘는 공연 동안 그 진면모를 우리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과거 마이클 잭슨의 공연 못지 않았다고 호평이 쏟아진 이유이다.

나훈아의 KBS 공연 이후 2일간 그에 대한 각종 기사와 칼럼은 1000개가 넘게 쏟아졌다. 개인 가수의 TV 공연에 관해 역대 최다 기사와 평가가 나올 만큼 그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 또 그의 신곡은 음악업계에서 더 나아가 정치권까지 강타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부터 각 정당의 유력 정치인들까지 모두 음악적 완성도와 그가 던진 메시지의 깊이를 높이 평가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공연에서 확연히 빛났다.

참고로 나훈아는 대중가수로 불리는 걸 가장 선호한다. 이미 다양한 서적과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이 그는 대중을 위한 무대에서는 최선을 다하지만 재벌과 정치인들이 초대한 무대나 이벤트는 아무리 많은 행사비를 제공하더라도 절대 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국내 재벌그룹의 회장이 행사를 위해 그를 초대하려고 했을 때 “내 공연을 보려면 대중처럼 돈을 내고 표를 끊어서 공연장에 오십시오”라고 답변한 발언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기간에 진행된 평양 공연에서도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이 싫다고 불참을 선언한 적도 있다. “평양 공연을 하기 위해 우리가 선물을 들고 북한 당국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것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트로트 가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말한 나훈아의 평양 공연 거부는 덩달아 화제에 올랐다. 그는 국민과 대중을 위해 최선을 다할지언정 힘있는 자의 지시, 권력자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는 언제나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렇기에 그는 방송에서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거침없는 메시지를 던져 공연 이후 하루 종일 업계, 정치권으로부터 설왕설래를 유도했다. KBS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방송이 되길 희망한다며 KBS에 관한 당부 메시지부터 위정자에 대한 경고와 분노까지 쏟아낸 그의 발언은 이후 수많은 언론사와 정치인들로부터 호평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훈아는 자신의 발언 취지에 대해 굳이 변명도 해명도 하지 않았다.

나훈아는 이번 공연의 완성도와 몰입도 유발을 위해 재방송도 허락하지 않았고 인터넷을 통한 VOD 시청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역대 최고의 출연료를 제안했던 방송사, 기획사와 달리 그는 출연료를 받지 않고 이번 공연을 진행, 모든 열정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트로트 가수들과 기획사뿐만 아니라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는 대형 기획사들까지 나훈아의 공연을 시청하고 녹화를 했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로 그의 공연 완성도는 완벽했다.

KBS에서의 공연 이후 나훈아가 대중 앞에 언제 또 다시 모습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신비주의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항상 대중에게 가장 완벽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때 대중을 위한 공연에서만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훈아는 권력과 금력을 자랑하는 재벌도 그리고 정치권도 아닌 오직 대중을 위해서만 빛을 발산했다. 가왕 나훈아가 말한 대중가수의 의무와 책임, 그리고 그가 던진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 묵직하게 들린 이유이다.

- 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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