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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0.10.05 18:23

[박수빈의 into The book] #1. 미술사로 보는 이집트 미술

- 도서 ‘1페이지 미술’ 김영숙 저자, 이집트 미술 특징은 자연스럽게가 아닌, 특징을 명확하게!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 도서'1페이지 미술'

이집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왕릉으로 추정되는 건축물 피라미드부터 보존된 시체 미라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한 가지 더 생각나는 것이 바로 피라미드를 장식한 암호 같은 그림들이다. 분명 그림은 그림인데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사람의 자세도, 몸의 방향도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을 그렸음에도 크기는 모두 제각각이다. 전체적인 그림의 느낌이 마치 낙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이집트 미술 하면 어딘지 모르게 다 비슷한 느낌이다. 왜 그럴까. 고대 이집트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 부족해서 일까.

아니다. 3천여 년간 통일된 왕조를 이루고 살았던 이집트인들은 영혼 불멸을 믿어 죽음을 생의 연장으로 보았다. 특히 살아 있는 신이었던 파라오의 무덤은 왕궁을 대신하는 공간으로 그 안에 생전에 쓰던 물건을 포함한 온갖 사치품이 함께 소장되곤 했다. 무덤의 벽면에는 파라오의 일상부터 업적까지를 상형문자와 삽화로 가득 채웠다. 

그림이나 초상 조각 등을 죽음 이후 영혼, 즉 ‘카’가 육체를 대신해 머물 곳으로 생각했던 이집트인들은 인체를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자연스럽게’ 그리기보다는 특징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데 치중했다. 죽은 자를 위한 미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철저하게 계산된 미술이었다. 

▲ <새 사냥>, 기원전 1450년경, 런던 대영 박물관, 출처 도서'1페이지 미술'

 위 그림에서 보듯 가장 크게 그려진 파라오의 발이 옆을 향하는 것은 그래야 발이 가장 발다워 보이기 때문이며, 어깨나 가슴, 눈동자 등은 정면을 향해야 왜곡 없이 완벽해 보이기 때문이다. 파라오의 다리 사이에 앉은 작은 키의 노예를 보면, 파라오가 아닌 존재를 그릴 때는 이 정면성의 법칙이 다소 느슨해짐을 알 수 있다. 파라오는 파피루스 배를 타고 서서 왼쪽 파피루스 위로 치솟아 오르는 새를 사냥하고 있다. 그의 뒤로 모자를 쓴 왕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집트인들은 인물을 위계에 따라 상대적으로 크거나 작게 그렸다.

두 번째로 기원전 3천 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르메르 팔레트’를 살펴보자. 이 석판은 태양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화장품을 섞은 팔레트이지만 그 크기로 보아 장식용 혹은 제의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팔레트의 양쪽 윗부분, 뿔 달린 암소는 파라오를 보호하는 ‘하토르 여신’이며 중간에는 ‘메기’와 ‘끌’이 왕궁 모양과 함께하는데, 상형문자로 ‘화난 메기’ 즉 ‘나르메르’이다. 

▲ <나르메르 팔레트> 양면 중 한 면, 석판, 높이 63.5㎝, 기원전 3천 년경,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 출처 도서 '1페이지 미술'

중앙에는 상이집트의 왕관을 쓴 나르메르가 하이집트 왕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채 곤봉으로 내리치는 장면이 크게 그려져 있다. 그의 뒤로 파라오의 신발을 든 시종이 보인다. 오른쪽에는 매의 머리를 한 태양신 호루스가 포로의 목을 감은 밧줄을 움켜잡아 당긴다. 호루스는 곧 나르메르이다. 포로의 등에는 종이를 만드는 데 쓰였던 파피루스가 자라고 있다. 당시에는 하이집트가 종이를 만드는 파피루스의 주생산지였다. 팔레트 아랫부분에도 두 명의 포로가 황급히 도망치고 있다. 팔레트는 결국 나르메르가 상하 이집트를 통일한 최초의 파라오임을 기록, 과시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출간된 ‘1페이지 미술’은 반 고흐, 렘브란트처럼 잘 알려진 화가부터 골비츠, 키르히너 등 전공자가 아니라면 잘 모르는 근대 화가를 소개, 이어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고대벽화, 판화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 작품을 담아내 서양 미술의 전반적인 것을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독서가 쉽지 않은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1페이지를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해 1년 동안 꾸준히 미술과 친해질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미술에 어려움을 느꼈거나 미술과 친해지고 싶은 독자라면 주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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