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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12.31 13:37

[권상집 칼럼] 불안한 청년층 일자리, 대책 없었던 2013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 청년층 일자리 문제 다시 한번 묻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면 모든 사람들이 쉽게 흥분하거나 동요하기 쉽다. 아무래도 연말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다리며 저마다 차분한 소망을 빌기 때문일 것이다. TV에선 연일 연말 시상식이 진행되고 경제 뉴스 등에선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선전과 호황이 들려오지만 이들 소식은 적어도 청년층 일자리에 고민하는 많은 20대들에겐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지난 몇 달 전, 모 대학에서 진행하는 포럼에서 필자는 웃지 못할 강연을 들었다. 한국의 공과대학에 우수 인재가 몰리지 않아 대한민국의 향후 미래가 걱정된다는 모 정부 부처 담당자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야기의 핵심은 ‘더 많은 인력이 이공계로 가서 국가경제를 살려야 한다’라는 점이었다. 최근 중국이 급속도로 하이테크 기술을 선보이며 한국을 위협하는 것도 중국은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공과대학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의 주장이 갖고 있던 문제는 이공계로 가도 졸업 이후 전망이 밝지 못한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도외시하고 무조건적으로 국가 경제를 육성하기 위해 젊은 10대 학생들에게 사명감만을 강조하는 주장은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고 건강하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그 동안 70~90년대 대한민국의 성장 원동력이었던 과거 이공계 대학 출신들의 우수 인재는 지금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왜 많은 부모, 더 나아가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내린 단순한 처방은 청년층에게 아무 해법을 주지 못한다.

문제는 과거 이공계 대학생들의 불투명했던 진로와 전망이 이제는 20대 전 청년층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에 4년제 대학교가 200개가 넘는데 이제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서 지방 대학까지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일자리 고민을 겪고 있다. 지금 어느 학교 어느 학과를 가더라도 만족할만한 취업률을 제시하는 곳이 많지 않다. 이렇다 보니 우수한 인재는 좀 더 안정적인 의대/치대로 몰리는 것이고, 상당수 학생들은 졸업을 유예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여 2년 정도의 시간을 더 확보하는 것이다.

모 경제주간지에 의하면 내년도 한국경제의 장점으로 완만한 회복세와 소비 및 기업투자 심리 개선을 꼽고 있으나 전혀 현실과 와 닿지 않는 얘기다. 기업들의 현황/상황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는 쉽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기업들이 사람을 얼마나 더 많이 채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사람에 대한 투자(인사 및 교육)에 더 많은 비중을 쏟고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만족할만한 수준의 답변을 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로 2009년에 이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대기업의 수익성이 점차 줄어들며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지는 상황을 우리는 올해 일부 대기업들의 법정관리 및 부도 소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기업에서는 청년층 일자리를 더 많이 줄일 수 밖에 없다. 재무구조가 악화되는데 현실적으로 채용한 후 투자를 상당 기간 해야 하는 청년층(20대~30대 초반) 일자리에 관심을 갖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제의 해법은 정부가 제시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뚜렷한 청년층 일자리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 문제를 심화시키고 소득 양극화라는 기형적인 문제를 낳을 수 있는 악순환의 시작점인데도 여기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나 정부의 장기적 비전이 보이지 않는 점은 2013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아무리 정부부처 및 경제부총리가 거시경제 지표를 거론하며 긍정적인 전망과 성과를 내놓아도 청년 세대들이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이 때문이다. 취직이 어려우면, 가계소득은 줄어들게 되고 소득 양극화로 국내 소비가 얼어붙고 이는 급기야 심리적 반발감을 초래할 수 있기에 청년층 일자리는 2014년 새해 들어 가장 최우선적인 해법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이다.

창조경제의 대표적 국가로 거론된 이스라엘의 공과대학 졸업자는 한해 4천명, 산업혁명의 국가인 영국의 공대 졸업자는 한해 2만 5천명이다. 우리나라의 한해 공과대학 졸업자는 7만 명으로 미국의 8만 명과 비교할 때 결코 양적인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즉, 필자가 던지고 싶은 조언은 어떤 문제에 대해 단편적인 해법이나 처방을 내릴 것이 아니라 정책적인 일자리 및 도전을 자극할 수 있는 대안과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필자가 점점 멀리하는 건 자기계발서이다. 자기계발서 역시 앞서 말한 정부 부처 담당자의 얘기와 동일하다. 대책과 대안이 없이 ‘현재의 문제와 구조를 받아들여라’, ‘생존해야 한다.’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라는 자기계발서의 논리가 이 시대 대학생들 또는 20대 젊은이들에게 과연 강조해야 할 핵심 키워드인지 궁금하다. 사회적,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과 대안 없이 현실적인 조언을 내리는 순간, 사회는 승자독식사회로 바뀌게 되고 승자독식사회에서 실패하는 사람들에겐 잉여인간이라는 낙인효과만을 줄 뿐이다. 일자리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대안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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