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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12.28 14:53

[권상집 칼럼] EXO의 100만장 판매, 어떻게 볼 것인가?

12년 만에 수립된 100만장 판매 기록, 그 논란에 대하여..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2001년 이후 오랜만에 가요계에 100만장 판매 소식이 전해졌다. 과거 90년대 신승훈, 서태지와 아이들, 김건모, 조성모, HOT, god 등이 가요계를 장악하며 100만장, 더 나아가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던 시기 이후 무려 12년만이라고 하니 반갑기 그지 없는 소식임엔 틀림없다. 특히, 과거 90년대 초반엔 실험정신으로 유명했던 O15B와 같은 방송 출연보다 공연과 음악 위주로 활동했던 뮤지션도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니 그때에 비하면 국내 음반 판매 자체가 얼마나 불황에 시달리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국내뿐만이 아닌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어제 TV 뉴스 등을 통해 EXO의 100만장 판매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으나 여론의 반응은 아주 환호에 그쳤던 것만은 아니었다. 가령, 과거 100만장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던 가수들이 그 해를 풍미하며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 관계자들의 관심과 대중의 호응을 얻은 데 비해 EXO는 확실히 예전 HOT와 같은 폭발적인 팬덤 현상은 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제 KBS에서 진행한 <가요 대축제>에서 올해의 노래로 EXO의 <으르렁>이 선정되었지만 여전히 이 노래가 올해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EXO의 100만장 판매가 100만명이 구매한 것이 아니라 특정 계층이 사재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음반업계에서 100만장 판매는 분명 경이적인 기록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거에도 음반을 다량으로 구매한 팬클럽은 물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2013년 현재 EXO의 100만장 판매를 굳이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울러, EXO의 음반을 국내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샀기 때문에 과거 가수들의 100만장 판매에 비교할 때 가치가 적다라고 비난하는 것도 옳은 지적은 아니다. 오히려 국경을 넓혀서 자신들의 시장 가치를 국내에 한정시키지 않은 건 한류 엔터테이너의 특성상 올바른 방향이기 때문이다.

과거 100만장 판매 기록을 세웠던 가수들의 소위 말하는 임펙트(?)가 현재의 EXO에 비해 컸던 것은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시절 판매 기록은 사실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토대로 정립된 것이 아니기에 당시엔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 가수 대비 자신들의 판매 기록을 부풀리는 기형적인 문제점도 드러냈다. 인터넷만 검색해봐도 90년대 시대를 풍미했던 특정 가수의 한 앨범의 판매량이 기사 및 출처에 따라 150~220만장 사이를 오갔으니 그 당시 객관적인 음반 판매 기록이 얼마나 미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당시 가수 및 아티스트들의 상품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공정한 조사를 통해 확인하지 못한 건 한국 음악계에서 두고두고 아쉬워해야 할 대목이다.

과거에 비해 음반 판매 기록이 더 체계적으로 입증되고 정리됨으로써 이런 웃지 못할 판매고 늘리기(?) 현상은 줄어들었지만 음악이 하루살이에 그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과거와 같이 폭넓게 사랑을 받는 곡이나 음반이 나오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랩퍼들 간의 디스 논란, 로이킴부터 아이유, 프라이머리까지 제기된 ‘표절 논란’과 ‘장르의 유사성’ 논쟁으로 음악 산업 전반에 유쾌한 소식이 전해지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EXO의 100만장 판매는 분명 우리에겐 좋은 소식임에 틀림 없다.

과거의 잣대와 기준으로 비교해서 현재의 기록을 깎아 내리는 것 자체가 옳지 못한 건, 과거의 잣대와 기준이 통하던 음반업계와 지금의 음반업계는 너무 많은 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젠 레코드사에서 음반을 구입하기 보다 음원을 다운받는 풍토가 더 익숙해져 있고 음원 역시도 하루가 다르게 순위가 뒤바뀌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국내 가수들의 인기 및 활동 영역도 국내만이 아닌 아시아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기에 과거 90년대 음반 판매 기록과 현재의 음반 판매 기록을 비교하며 ‘누가 더 의미 있다, 인기 있다’ 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옳지 못한 발언이다.

앞으로 제 2의 EXO와 같은 기록이 계속 나와야 한다.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는 것 이상으로 히트곡의 수명주기가 무한정 짧아지고 있기에 이번 100만장 판매는 찬반 여부를 떠나 격려해주어야 마땅할 기록이다. ‘과거 100만장 가수의 인기 및 장악력에 비해 EXO가 떨어진다’라고 평가하는 건 음악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지 못하는 이들의 불평 어린 시선일 뿐이다. 국내 시장 장악보다 더 중요한 건 국내 음악을 더 널리 해외, 적어도 아시아에라도 적극 알려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건 국내 100만장 판매보다 아시아 100만장 판매이다. 그 신호탄을 EXO가 잘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 100만장 판매에 대한 비판과 시기보다 진정한 격려가 필요해 보인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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