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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수빈 기자
  • 문화
  • 입력 2020.08.10 14:20

‘방구석 역사여행’ 유정호 저자, “다 똑같아 보이는 여행지도, 역사를 알면 색다른 모습 만날 수 있어”

현직 역사 교사가 들려주는 우리나라 역사 여행지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여파는 현대인의 삶을 우울로 가득 채웠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 등 외출과 대면을 자제하는 생활이 이젠 지치기까지 한다. 이러한 부정적 상황에서 휴가철이 찾아왔지만, 마냥 반가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해외여행은 불안한 마음에 꿈도 못 꾸고, 상황이 해외보다 안전한 국내는 막상 어디로 떠나 어떤 여행을 즐길지 모르겠다. 또 새로운 매력이 없는 국내는 딱히 끌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이 황금 같은 휴가마저도 집에 있자니 아쉬운 것이 현실, 여행에 대한 꿈을 접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중·고등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재직 중인 유정호는 국내도 해외만큼 멋진 명소들이 많다고 강조한다. 각 지역마다 고유의 삶과 역사가 담겨있어, 역사를 알고 다가가면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방구석 역사여행’을 출간하며 대한민국에 방방곡곡 숨어있는 여행지를 소개한 그는 학교에서 시험을 위해 무작정 외운 역사는 잊고 역사에 흥미를 붙이고 특별한 추억을 남기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를 만나 역사여행에 대해 들어봤다.

▲ '방구석 역사여행'저자 유정호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다. 브런치와 밴드 등 SNS에 역사와 여행 관련 글을 올리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재미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아저씨다.

Q. SNS에 우리 역사를 꾸준히 알리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역사는 답이 정해진 학문이 아니다 보니 누가,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역사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하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는 시험을 위해 외우는 역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하게 사실만 나열하는 역사는 재미가 없지 않나. 또 어려운 역사용어는 흥미를 떨어뜨린다. 나는 역사에 대한 전문적 지식은 역사 연구가들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학생이 혹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은 자신 있다. 그래서 쉽게 설명하고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도록 국사 100문 100답. 여행으로 떠나는 역사, 동상으로 만나는 위인 이렇게 세 가지 주제로 SNS에 글을 올리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SNS 이름이 ‘늘픔역사’인데, ‘늘픔’이란 순우리말로 조금씩 나아지는 형세를 뜻한다. 조금씩 나아지고 발전하는 역사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나의 소망을 담았다.

Q. 교사생활과 SNS 운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낼 거 같은데, 바쁜 와중에도 책을 출간한 동기가 있다면.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역사 관련 책은 정말 많다. 역사와 여행을 접목한 책도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그런데 역사에 중점을 둔 책은 역사 교사인 내가 봐도 어려운 부분이 많다. 잘 쓰이지 않는 역사용어와 어려운 설명은 흥미를 잃게 해 책을 덮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여행 정보 위주로 쓰인 책은 역사 내용이 다소 간략하게 소개돼있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있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은 한국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국인들이 우리 역사를 더 재미있게 배우고 사랑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

▲ 도서'방구석 역사여행'

Q. '방구석 역사여행'은 어떤 책인가.
 우리나라의 숨은 명소와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는 도서다. 쉽게 읽히는 것이 오래 기억된다는 믿음으로 어렵지 않게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내용을 쉽게 풀이했다. 또 국내 여행을 다닐 때 활용할 수 있도록 각 지역의 다양한 명소를 담았다.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설화부터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과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담았다. 자녀와 함께 여행을 계획하는 부모나 혼자 여행을 계획하는 독자들, 혹은 방에서 조용히 독서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역사여행을 선사할 것이다.

Q. 책은 어떻게 구성했나.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각 장을 지역으로 나누고, 지역 곳곳에 있는 여행지를 담았다. 대한민국에는 가봐야 할 장소가 너무나도 많은데 다 담을 수 없어 고민을 많이 했다. 역사 여행인 만큼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여행지부터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음식과 관련된 지역들도 담았다. 이 외에도 아름다운 풍경과 재미있는 전설이 내려오는 여행지도 소개해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Q. 국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거 같다. 하지만 역사는 어렵다고 느끼기 쉬운데.
 많은 사람들이 국내 여행지는 특색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어디든 다 비슷하게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역사를 몰랐을 때 이야기다. 예를 들어 우리가 선택한 여행지에 사찰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의 사찰은 규모만 다를 뿐 비슷한 모습이지 않나. 당연히 흥미가 떨어진다. 하지만 역사를 알면 다르다. 책에 소개한 수종사를 예로 들면 직접 방문하면 왜 두물머리란 지명이 생겼는지 알게 될 것이다. 또 불교를 억압하던 조선 시대, 왕이 직접 수종사를 창건한 이유를 알면 다른 사찰과 똑같아 보일까? 오히려 왕이 이곳에 수종사를 세운 이유가 궁금해지고 특별해질 것이다. 모든 여행지에는 선조들의 삶과 생각이 오랜 시간에 걸쳐 녹아들어 있다. 이를 찾아보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역사를 접하는 것. 이 또한 여행을 즐기는 방법 아닐까.

▲ 출처 Pixabay

Q. 여행은 해외로 많이 가곤 하는데, 국내 여행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내가 해외여행보다 국내 여행을 좋아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만의 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말이 통하니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며 몰랐던 정보도 알고 우리만의 정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도시가 아닐수록 말이다. 두 번째는 차별화된 음식을 맛보는 것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마다 맛은 다 다르다. 개인적으로 순댓국을 좋아해 여행가면 꼭 먹는데 지역마다 맛이 다르다. 먹는 재미도 있고 맛이 다른 이유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지막으로 즉흥적으로 떠나 멋진 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에도 멋진 문화유산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의 것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뛰어난 것들도 많이 있다. 익숙한 것 보다는 새로움에 끌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리 역사를 알면 우리 문화가 새롭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국내 여행만의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

Q. 꼭 소개하고 싶었지만, 책에 담지 못한 여행지가 있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장소는 각각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어 몇 개의 특정 지역을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추천을 해본다면, 경복궁이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곳이지만 역사를 알면 가장 다르게 보이는 곳이 경복궁이다. 조선 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까지 시대별 역사를 다 담고 있는 곳이니 역사를 알고 경복궁을 다시금 방문해보길 바란다. 자연을 그대로 느끼며 편안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제주도의 절물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로 가득한 곳으로 어느 계절, 어떤 날씨에 가도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색다른 편안함을 선사할 것이다.

▲ 출처 Pixabay

Q. 반대로 책에 소개된 여행지 중 특별히 아끼는 여행지가 있나.
 소개한 여행지 모두 소중한 곳들이라 고르기가 쉽지 않지만, 꼭 꼽으라면 한라산 백록담이다.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곳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미루기만 했던 곳이다. 그러다 온 가족이 큰맘 먹고 한여름에 한라산 등반을 했는데 초등학교 1, 5학년인 두 딸을 데리고 올라가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한라산 정상에 서니 힘들게 올라온 기억이 사라졌다. 하트모양의 백록담 물을 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온 가족이 감탄했다. 마치 내가 신선이 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정상에서 본 까마귀를 보며 삼족오를 연상하기도 했고 백록담에 얽힌 설화가 다시금 생각하기도 했고, 하산할 때는 둘째 딸이 더는 지쳐 못 내려 가겠다고 해 업고 내려오는 일도 있었다. 한라산의 아름다움과 에피소드가 기억에 많이 남아 개인적으로 너무 소중한 곳이다. 이제는 통일이 되어 백두산 천지를 올라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 출처 Pixabay

Q. 책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이 다양할 것 같은데.
 인터넷에 올라오는 서평과 SNS, 지인을 통해 반응을 살피는데 지인들의 경우 아무래도 좋은 말만 해주시니 제일 정확한 것은 서평과 SNS 댓글이 아닐까 싶다. 전반적으로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재미있었다, 책에 나온 장소를 직접 방문하고 싶다’ 등 나쁘지는 않다. 그중에서 동국사를 방문해 책에 나와 있는 일본인이 기생과 술을 마시는 사진을 찾아봤다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고마움 마음과 감동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또 며칠 전에는 독자분이 포스트잇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본인이 모아 두었던 향토사학회 문집을 보내주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읽어준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린다. 물론 내 사견이 불편하다는 평가도 있다.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기대하며 책을 읽었을 독자들을 떠올리면 죄송한 마음이다. 아무쪼록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 하나라고 봐주면 감사하겠다.

Q. 책의 이야기를 접하고 여행지에 가는 독자들이 여럿 있을 거 같다. 여행을 더 재미있게 즐기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는지.
 나 같은 경우 혼자 여행을 가는 경우라면 아무런 준비 없이 간다. 그냥 발길 닫는 데로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또 현지인과의 대화를 나누며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가기도 한다. 여행에 답이 어디 있겠나. 내가 여행에서 역사를 보듯 누구나 여행에서 보고 느끼고자 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스스로 만족하는 여행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방법이고 정답 아닐까.

Q. 자녀와 함께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독자들도 있을텐데.
 자녀와 함께 떠나는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경우 미리 정보를 찾아보고 계획을 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너무 교육적인 계획을 짜지 않으셨으면 한다. 교육적인 여행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되지만,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흥미를 느끼면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게 되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방구석 역사여행'저자 유정호

Q. 학생과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역사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우선 학교에서 배운 역사는 잊길 바란다. 억지로 외워야 했던 역사가 떠오르는데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옛날이야기를 듣는다는 마음으로 관심과 재미를 붙여보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이해도 잘 되고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 생각한다. ‘잘하고 싶다’보다는 ‘즐기고 싶다’가 역사와 가장 친해질 수 있는 방법 아닐까.

Q. 앞으로의 계획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로운 책을 쓰고 싶다. 방구석 역사여행 후속작도, 학생들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발자취를 따라갔던 답사기 등도 책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 도서가 호응이 좋다면 출판사에서 제의가 오지 않을까. 그때까지 본업인 교사생활에 충실하려 한다. 또 SNS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것도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관심있는 독자들이라면 언제든 놀러 오길 바란다.

Q.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책을 출간하며 즐겁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두렵기도 했다. 혹시 검토하지 못한 자료가 있는지 무엇보다 내가 책을 낼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아직까지도 그 두려움이 가시질 않는데 다행히 부정적 평가보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 위로를 받고 있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잘못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길 바란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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