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12.21 21:58

[권상집 칼럼] 창의적 인재 육성 방안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맞고 틀리는 것’이 아닌 ‘서로 생각이 다른 것’으로의 전환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었으면서도 동시에 수많은 사람에게 혼선을 빚게 한 용어는 ‘창조경제’일 것이다.

창조경제에 대한 취지와 목적은 좋으나 기술과 콘텐츠, 상상력의 결합이라는 다소 이질적이면서도 모호한 용어가 조합되다보니 이곳 저곳에서 ‘과연 창조경제가 무엇이냐’, ‘여기서 말하는 창조경제는 무슨 산업을 의미하는가’ 등으로 불필요한 말꼬리 잡기 비판과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필자는 창조경제의 개념이 모호하다, 실체가 불분명하다 라는 식으로 이를 깎아 내리며 정책적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창조경제라는 용어를 하나의 명확한 개념으로 정립시키는 것도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로, 아직 학문적으로 명확히 개념화되지 않은 용어를 온갖 미사여구 또는 실무적 관점에서 용어를 조작적으로 정의화시키는 것도 위험하지만, 두 번째로 더 중요한 점은 모든 사람들에게 ‘창조경제는 ~~한 것이다’라고 방향성을 하나로 제시하는 건, 지금과 같이 국민들의 정보 습득과 지식이 늘어난 시기에 창의성을 가장 저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정책적으로 일사불란하게 비전을 제시하거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는 건, 전혀 창의적이지 못한 대응이다. 이미 필자는 칼럼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다양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교사가 ‘서로 생각이 다르다’ 라는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교육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서로 생각이 다른 점’ 이 아닌 ‘내 생각은 맞고 네 생각은 틀렸다’라는 정답 위주의 교육만을 강조하고 있다. 객관식 시험으로 옳은 것만을 찾고 옳은 것만을 찾기 위해 훈련한 폐해가 바로 ‘창조경제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요구하는 지금의 모습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학교의 수업에서도, 대학원에서의 논문 지도에 있어서도 철저히 스승의 관점은 ‘학생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육성시키는데 포커스를 두어야 한다. 물론, 세부적인 과정상, 그리고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을 학생이 놓치는 것에 대해선 명확히 짚어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큰 틀 안에서 학생의 생각을 더욱 키워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은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의 많은 학교에서는 학생의 생각과 주장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이를 틀렸다라고 주장하며 해답만을 강조하기에 학생들의 사고의 다양성과 창의성은 더욱 더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 역시 창의성과 관련된 수업을 진행하면 많은 학생들이 이곳 저곳에서 질문을 한다. ‘창의력 수업을 들으면 실제로 창의력이 향상되나요?” “창의력을 계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등등. 그러나 그 어떤 연구에서도 특정한 방식을 통해 창의력이 계발되거나 향상될 수 있다고 단언한 논문이나 주장은 없다.

창의력은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해답이 아닌 꾸준한 토론과정을 통해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수용하고 논리를 바탕으로 내 생각을 주장하며 사고의 다양성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충분히 내재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4년 한국의 교육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강조와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는데 시간을 할애하지 말고 학생 입장에서 ‘좀 더 흥미 있는 수업’, ‘좀 더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수업’ 즉, 학생의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창조경제, 창의적 인재를 생각하면 우리는 언제나 막연하게 ‘커다란 것’,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별화된 아이디어’만을 떠올린다. 그런 불분명하고 불확실한 추상적 생각을 던지고 학생에게 더 많이 그리고 다양한 방향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게 창의적 인재에 필요한 교육의 첫 걸음이라는 걸 우리는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과거 급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엔 선진국가의 기술과 콘텐츠를 학습하고 이를 완전히 체득하기만 하면 쉽게 선진기업 또는 국가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이는 선진국의 콘텐츠에 대한 학습에서 비롯된 ‘모방의 패러다임’이다. 이제는 우리만의 독특한 사고와 능력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방’ 이 아닌 사고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에 우린 도달해 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의 방향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끊임없이 계발시키고 육성해야 할 이유와 책임이 바로 여기에 있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