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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0.07.21 20:29

'블루 아워' 이하이의 Rose를 첨가했다면 어땠을까

늙고 병든 고향, 그럼에도 힐링 아닌 희망을 찾아냈어야

▲ '블루 아워' 힐링포스터(오드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22일 개봉하는 '블루 아워'는 감독의 자전적인 스토리가 녹아있다. 부모와 영원히 풀수 없는 갈등, 소외, 차별 그리고 일탈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져 있다. 

간략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이바라키 현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도쿄에서 능력이 출중한 광고 감독으로 재직 중인 삼십대의 스나다(카호). 자식도 없는 부부 사이는 소홀해졌고, 유부남 촬영스탭과 바람 피우며 일상을 버티는 그녀는 온통 남자들 뿐인 현장에서 회식자리, 심지어 노래방까지 지킨다. 정작 스나다의 꿈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모른채 말이다. 

회식 자리에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 스탭 근황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남자 스탭들. 그것이 결국 경력마저 단절될 수 있다며 더 강한 톤으로 대화에 끼어드는 스나다

아무도 그녀의 진심을 듣고 싶어하거나 물어보지 않는다. 스나다는 이런 분위기를 아주 잘 알고 매번 쿨한 척하며 대응한다.

그러던 어느날, 스나다 어머니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어머니가 스나다에게 할머니가 입원한 고향 이바라키 요양원을 방문하자는 제안을 한다. 

스나다는 '갈까 말까' 고민하던 차, 친구 기요우라(심은경)를 카페에서 만나고, 그녀가 몰고온 피아트 중고차를 타고 밑도 끝도 없는 여행을 떠난다. 첫 방문지는 스나다의 고향 이바라키. 고민은 스나다가, 결정은 기요우라가 했다.

고향에 도착한 스나다. 그런데 왠지 슬프다. 일만 하다 다 늙어버린 어머니, 늘 그렇듯 한량처럼 어슬렁대는 아버지, 도무지 정체를 알수없는 이상한 인간이 된 오빠.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실상.

그렇다. 고향마을은 스나다에게 있어서 정말 오기 싫은 그런 곳. 바삐 돌아가는 농장일 때문에 할머니에 맡겨져 성장했던 그녀에게 부모와 고향집은 있으나 마나한 존재들이며, 스나다 자신의 일터 보다 더 지겹고 보기 싫은 곳이다. 

왜 '블루 아워'에 이하이의 대표곡 Rose가 첨가됐어야 할까?

영화 제목 '블루 아워'는 일몰과 일출 직전의 모습이다. 맑은날 이른 아침이 될 수도 있고, 초저녁이 될 수도 있다. 영화는 이를 두고 하루 중 유일한 공백으로 묘사했다.

'블루 아워'는 극중 주인공 스나다와 같은 광고디렉터로 활동했던 하코다 유코의 입봉작이다. 첫 작품이지만, 로드무비의 장점이 도드라진 영상과 작달만한 피아트 자동차와 소니 캠코더 소품들에게서 풍겨나는 아날로그 감수성은 신선하다.

물론 앞서 설명한 '블루 아워'의 간략한 줄거리를 곱씹다 보면, 순간 소금 커피가 생각난다. 단짠이라고 설명한 이 커피는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맛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선호하지 않는 그런 맛이다. 즉, 호불호가 있다.

한편 '블루 아워'는 명쾌한 해답을 찾아내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하나 더 첨가됐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를테면, 가수 이하이의 대표곡 'Rose' 말이다.

'Rose' 앨범 버전은 전형적인 하우스뮤직으로 이하이의 음색이 가려져 있다. 그래서 평범하다. 그런데 최근 JTBC채널에서 시즌 4로 방영된 '비긴어게인' 속초 공연편.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이하이의 'Rose'는 정말 다르다.

파두와 보사노바 향이 느껴지는 이하이의 'Rose' 라이브 버전은 템포가 느려진 대신, 가사를 깊게 음미할수 있게 됐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볼 여유를 3분 20초 안에 다 찾아낼 수 있다.

'블루 아워'가 필요했던건 그런 것들이 아닐지? 하물며 평범한 일상은 결코 희극으로만 점철되어 있지 않다.

물론 우리 네 삶이 처한 현실이란 때때로 잔인하고 혼란스럽다. 인생이 마치 외줄타기처럼 보일 때가 많다. 겉보기에 위태롭지만 그래도 유유히 흘러간다. 그러다 보면 간헐적으로 예기치 못한 웃음을 선사하지 않나? 

영화사 오드(AUD)가 수입하고 배급하는 '블루 아워'는 오는 22일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한다. 보는 이의 시선과 관점에 따라 다양한 감정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러닝타임 92분에 12세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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