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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0.06.29 09:24

'트랜짓' 78년전 망명소설, 이 시대에도 적용되는 이유... 2일 개봉

2차세계대전 전후를 살았던 작가의 감수성을 21세기에 접목

▲ '트랜짓' 메인포스터(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28살 이후 평생 사회주의자로 활동했으며, 나치 독재를 포함한 전체주의를 비판했던 작가 안나 제거스의 1942년 소설 '경유 비자'(Transit Visa)는 전쟁이라는 혼란, 그 속을 관통하는 예리한 통찰이 눈에 띈다.

이 소설책은 저항 지식인에서 독재 탄압을 피해 멕시코로 도망쳐야만 했던 방외인의 한때를 조명하고 있다. 아울러 안나 제거스의 자전적 소설이며 동시에 망명 문학이다.

지난 세기에 마무리됐던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도 독일감독 크리스티안 펫졸트가 21세기 현재를 배경 삼아 영화화했다. 제목은 '트랜짓'(Transit). 스토리를 원작과 대동소이하게 유지하고 일부 상황만 현재 진행형으로 각색해 영화로 내놨다.

2018년 2월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해외 관객들 사이에서 '신선한 충격'이라는 찬사와 '괴이하다'는 촌평이 각을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28일 기준, 로튼토마토 평점지지는 94%, IMDb평점은 6.9점으로 高평점을 받고 있다. 또한 버락 오바마 전대통령이 선정하는 '매해 봐야할 작품 리스트'(오바마 리스트)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덧붙여 영화 '트랜짓'의 상황극은 참신함을 넘어 충격적이다. 21세기 현대화 된 군복과 각종 장비로 무장한 나치군이 프랑스를 침략해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한때 나치독재에 치를 떨며 독일을 벗어나 프랑스와 이웃나라로 도망친 독일인들이 다시 바다 건너 멕시코와 미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등 시선 비틀기로 망명문학을 대체역사영화로 둔갑시켰다.

▲ 독일영화 '트랜짓' 스틸컷(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왜 78년전 소설이 현대 영화로 제작되고 주목을 받을까

파시즘과 인간은 10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변화를 거듭했고, 끝내 전쟁으로 귀결됐다. 지난 세기초 등장한 사회주의가 만민의 평등을 외쳤지만, 이 또한 국수주의와 결합해 20세기에는 나치즘으로 변질됐고, 21세기에는 중화사상과 연결되면서 또 한번의 변질을 목격하고 있다.

일례로 소설 '트랜짓'을 집필한 작가 안나 제거스는 1965년 서방 언론과의 공개 인터뷰를 통해 소련이 동독에 명령해 쌓아올린 베를린 장벽을 두고, "동서독 분단의 비극을 초래했다"면서 "이 장벽은 인류애가 결여된 또 하나의 비인도적인 폐쇄 정책이자, 불운한 상처"라고 정의했다. 

당시 그녀는 나치즘 치하에서 자신이 겪었던 비참함과 고통을 설명하며, 현재(1965) 벌어지고 있는 정치 탄압과 언론 통제가 다시 드리워진 이 세상이 인간의 자유를 얼마나 말살시키고 있는지를 지적했다.

참고로 안나 제거스는 1983년 작고할 때까지 좌파성향의 작가로써 동독 사회주의작가연맹 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열혈 사회주의자였다.

그런 그녀가 왜 전후 망명지 멕시코에서 떠돌던 자신을 받아주고, 영웅 칭호까지 붙여줬던 동독과 소련을 비판했을까.

▲ 1965년 SWR방송사가 촬영한 '트랜짓'의 작가 안나 제거스의 '동서독 분단' 비판선언 화면 컷(SWR)

영화사 엠엔엠인터내셔널이 수입/배급하는 시대극 '트랜짓'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정치적 망명을 떠난 지식인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다. 여기에 21세기 현재 시점을 접목해 독재권력의 변함없는 억압과 공포, 그 속에서 발버둥 치는 인간들의 절규를 집중 조명했다.

때는 21세기. 나치즘이 싫어 독일에서 프랑스로 밀입국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저항작가 바이델의 편지와 멕시코 망명허가서를 들고 화물열차 타고 남부 마르세이유로 향했던 전기기술자 출신의 게오르그(프란츠 로고스키), 여기에 남프랑스 항구도시 마르세이유에서 바이델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마리(파울라 비어)의 애절함이 어우러진 독일영화 '트랜짓'.

과연 극장에서 러닝타임 101분동안 이 비극을 목격할 관객들에게 무엇을 선사할까. 이제와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트랜짓'은 얼핏 보면, 공상과학소설가 필립 K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The man in the High Castle)와 유사한 대체역사소설처럼 꾸몄지만, 실상은 감독 크리스티안 펫졸트의 역발상적인 구상에 의해 제작됐다.

독일영화 '트랜짓' 1세기 시차를 두고 벌어지는 억압의 본질 조명해

내달 2일 국내 극장가에서 개봉예정인 '트랜짓'의 시대 배경과 스토리는 약 1세기의 텀을 두고 있다. 누가봐도 2차세계대전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기반 삼아 스토리를 보여주지만, 정작 시대 배경이 21세기 현재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세계 국경과 도시가 폐쇄되는 락다운(Lockdown)의 시대. 유럽과 북미를 필두로 서서히 확산중인 폐쇄주의와 백인 중심의 폭력. 공격적인 국수주의 성향을 확산시키는 중국과 일본을 이웃나라로 둔 한국.

이 아이러닉한 상황에서 오는 7월 2일 개봉하는 독일영화 '트랜짓'은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알리는 일종의 경고음처럼 들린다.

따로 볼 것 없이 이 영화는 대환란 직전에 일어난 다양한 전조(前兆)중 하나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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