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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3.12.08 19:12

[기자수첩] 김연아, 세상을 바꾸는 그녀의 등장

부정을 긍정으로 바꿔가는 퀸연아와 그녀 팬들의 힘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김연아 선수가 동유럽 크로아티아에서 펼쳐진 국제피겨스케이팅 대회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쇼트 점수 73.37, 프리 131.12을 기록, 합계 총점 204.49점으로 1위에 올랐다.

이는 같은 시기에 日 후쿠오카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해 1위를 차지한 아사다 마오의 204.02점 보다 0.47점이 높다. 김연아 선수가 지난 9월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모든 대회 일정을 취소하고, 회복 훈련에 들어간지 석 달 만의 일이다. 

▲ 피겨 연기하고 있는 김연아(출처: MBC 방송캡처)

한편 국내외 피겨 팬들은 김연아가 무대 위로 등장할 때 마다 큰 소리로 환호를 하고, 심지어 모든 부정적인 뉴스가 순간 긍정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잘 보면 퀸연아와 그녀 팬들의 힘인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지난 7년여 동안 벌어졌을까. 경기불황에 시간제 일자리로 내몰린 모두가 왜 연아를 연호할까. 한 번 살펴 보자.

김연아 팬들이 기대하는건 점수가 아니라, 대회 출전과 공연

'퀸연아', '여왕의 귀환', '피겨여제' 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김연아 선수와 김연아 팬들은 점수와 등수에 연연하는 모습이 무의미해 보이는가 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달성 이후로 김연아를 바라보는 주변의 모습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반대로 김연아의 지난 동계올림픽 금메달 이후에도 변함없는 건 일본과 한국 매스컴 뿐이다.

특히 일부 국내 매스컴은 대회에 출전한 김연아 선수의 수익과 의상 및 점수 그리고 아사다 마오와 라이벌로 보도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마치 일본 매스컴과 일란성 쌍둥이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국내 언론은 팬들로부터의 비난을 감수하며, 조회 클릭수 증가를 위해 여전히 비아냥대고 있다.

꿈 속에서도 상상할수 없었던 세계 피겨스케이팅 정상, 그 위에 오른 김연아

지금부터 20년 전의 일이다. 지난 1994년 유럽에서 펼쳐진 피겨스케이팅 국제대회와 노르웨이의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피겨 대회를 유심히 지켜 봤던 기억이 있다. 

특히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옥사나 바이울(우크라이나)은 기존 대회에서 보지 못한 발레 안무를 접목, 동계 스포츠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피겨스케이팅에서 '예술의 경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그럼에도 당시 유럽과 북미 대륙이 양분한 동계스포츠계에서 많은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는 피겨스케이팅 만큼은 아시아 선수가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서구인 체형에 가장 잘맞는 스포츠'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올림픽 뿐 아니라, 국제피겨스케이팅 대회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꿈 같은 소리일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06년. 꿈 속에서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당시 프랑스의 '트로피 에릭봉파르' 국제대회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의 김연아 선수가 1위를 한 것이다. 또한 이듬 해인 2007년 3월 거의 모든 국제대회에서 김연아 선수를 '피겨 여왕'으로 각인시킨, 그녀의 쇼트 프로그램 '록산느의 탱고'는 해외 피겨스케이팅 팬들을 매료시키기에는 충분한 경기였다. 

▲ 6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빙상장에 응원 온 김연아 팬들의 모습. 이들은 한국에서 꼬박 16시간을 날아와 응원전을 펼쳤다. (출처:MBC 방송캡처)

스포츠 경기를 넘어 아티스트 연기를 하는 김연아

외신에서 바라보는 김연아는 스포츠선수로서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로서 '연기'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가령, 김연아 선수가 차지한 지난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은 '피겨스케이팅의 여왕'으로 등극하기 위한 순서에 불과했다. 당시 미국 3대 방송사 NBC의 베테랑 해설위원 톰 해먼드가 김연아 선수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마치자, 점수와 상관없이 '김연아의 여왕 대관식이 끝났다'며, "Long Live the Queen!"(여왕 폐하 만세!)을 외친 점은 이를 반증한다.

이렇듯 왜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의 여왕'으로 만인들로부터 불리우게 됐을까. 일례로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흔히 이너바우어에 이은 더블악셀 하면, 단연 김연아 선수다. 하지만 일본 팬들은 지금도 지난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여자싱글 금메달리스트 아라카와 시즈카를 떠올리며, 김연아와 비교 한다. 과연 그럴까? 

실상 아라카와 시즈카의 지난 2006년 올림픽 경기를 보면, 이너바우어에 이어서 더블악셀 점프를 위해 준비 동작이 여러 차례 이뤄진다. 피겨 선수가 빙상링크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이너바우어를 시도하면 속도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점프 전 준비 동작이 필요하다.

반면 김연아는 위 같은 준비 과정 없이 바로 점프한다. 

심지어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김연아를 보면, 레이백 이너바우어를 빠른 속도로 유지하며, 더블악셀-악셀-타노(손을 머리 위로 올린채 점프) 더블 룹을 구사했다. 이너바우어를 선보인 뒤 바로 3연속 콤비네이션 점프를 한 것이다. 

해설가들은 위 같은 김연아의 연기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도 '이게 가능하냐'고 반문한다. 이뿐 아니라, 외신은 김연아가 매년 마다 선보이는 피겨스케이팅 프로그램의 틈이 전혀 안보인다고 덧붙인다. 다시말해 연기를 위한 음악과 스토리 그리고 기술력이 완벽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러니 '피겨의 여왕'이라는 극존칭이 나올수 밖에 없다.

스포츠를 예술로 승화시킨 김연아와 그녀 팬들

미 NBC채널을 포함한 외신들은 이구동성으로 '2014년 소치올림픽 히어로'는 김연아 선수라고 말한다. 반면 아사다 마오와 다른 선수들은 들러리로 생각한다. 이는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를 쫓아가는 경쟁자는 되도, 라이벌은 아니다"라는 다른 말이다. 이는 팬들도 같은 입장이다. 반대로 이를 부정하는 측은 일본 뿐이다.

실제로 지난 주 크로아티아와 일본에서 펼쳐진 두 선수의 경기 영상을 보면,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에 치중한 나머지, 사용되는 음악도 어설프고, 다른 동작들의 유연성과 연기력이 현저히 떨어진 반면, 김연아는 음악.기술.예술성에서 눈에 띌 만큼 돋보이는 차이를 갖고 있다. 

스포츠를 예술로 승화시킨 김연아와 이를 응원해온 김연아 팬들의 노력 덕분이다.

아래 동영상은 지난 6일 크로이티아에서 펼쳐진 '2013 Gold spin of Zagreb'에서 한국의 김연아 선수가 새로 선보인 쇼트 프로그램 'Send in the Clowns'(어릿광대를 보내주오)이다. 이 곡은 영국 손드하임(Stephen Sondheim)이 작곡한 뮤지컬 'A Little Night Music'에 나오는 노래로, 지난 1975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 해의 노래상'을 수상한 바 있다.

특히 이 노래는 영국의 명배우 주디 덴치가 뮤지컬과 공연(2010 BBC 손드하임 80세 생일기념식)에서 불러 화제가 됐으며, 미국 명배우 글렌 클로즈와 바바라 스트라이잰드가 불렀던 명곡이다.

김연아 화이팅!

이제 내 년 러시아에서 펼쳐질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2달여가 남았다. 그 때까지 김연아 팬카페와 SNS에 쏟아지는 연아 팬들의 입장이란, 다치지 말고 무사히 경기를 마치길 바랄 뿐이다. 이제 점수와 등수는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들러리'에 불과하다.

피겨여왕 김연아 화이팅! 승냥이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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