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0.03.30 14:32

'페인티드 버드' 인종학살의 악몽 홀로코스트, 지금도 유효하다

제 2치 세계대전 전후 유대인 소년이 겪었던 동유럽의 실상

▲ '페인티드 버드' 스틸컷 (제공 엔엠엔 인터내셔널)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현재 상영 중인 '페인티드 버드'는 체코, 독일,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합작 영화다.

원작자는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동유럽에서 가까스로 생존했던 작가 저지 코신시키의 유년시절 경험(실화)이 바탕인 장편 소설이다.

북미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거두로 평가받는 작가의 이력은 영화 '페인티드 버드'를 보면 어떻게 완성됐는지 잘 살펴볼 수 있다.

한편 흑백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2차대전이 발발한 1939년부터 1944년 종전 까지를 다루고 있다. 폴란드계 유대인 6살 조스카(Joska)는 동유럽 농촌에서 유모와 함께 살고 있다. 조스카 부모가 유일한 자식이 수용소로 강제 이송되는걸 막으려고 보낸 것이다.

그것도 잠시. 노령의 유모가 죽고, 아는 이 하나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된 조스카(페트르 코틀라르)는 이 마을 저 마을 전전하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몰매를 맞다 마을 무당에게 구조돼 그녀의 시종이 된다.

영화는 독일 극우 나치가 점령한 서유럽, 코카서스와 슬라브인들이 엉켜 사는 동유럽이 문명과는 거리가 먼 야만의 세상이라는 걸 보여주며, 목숨만 부지한채 생존에 몸부림 치는 조스카라는 소년을 비춘다.

하루 하루가 황당하고 처참한 삶의 연속이었던 조스카, 저지 코신스키의 어릴적 이름

'페인티드 버드'의 원작자 저지 코신스키 작가는 종전후 성인이 되어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 폴란드에서 동유럽을 돌아 다니며 때로는 구걸로 때로는 농가 마을 창고를 뒤지며 생존했던 한 소년이었다.

1939년부터 44년까지 약 5년간 여러마을에서 숱한 집단린치, 성폭행, 나치 친위대의 추격과 학살을 피해다니고, 본의 아니게 성인 남성과 여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처첨한 기억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페인티드 버드'를 통해 주목해야할 점은 전쟁이라는 비극 가운데 사회 곳곳에서 자행된 인권유린과 고립, 배고픔이다.

극중 주인공 조스카의 시선과 울부짖음을 통해 18세기 자유주의 깃발을 내세운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룩한 서구문명이 어떻게 해서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으며, 어떻게 유럽 하부계급 곳곳에 감춰진 야만적인 군중 행태가 약자를 향해 집단 폭행을 가하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하물며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수천명이 사망하고, 약탈과 인종차별 그리고 폭행이 자행되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유럽의 현재 진행형이 영화 '페인티드 버드'에서 처참한 삶을 살았던 조스카를 중심으로한 주변 환경과 상당부분 일치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세상도 이 영화처럼 만만치 않다

치료제조차 없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전 세계가 홍역을 앓고 있는 지금. 과거의 전쟁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우리가 교육받고, 상식으로 받아들였던 것들을 여지없이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로인한 폐해가 바이러스 확산 이후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이 영화를 통해 살펴봐야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엔엠엔 인터내셔널이 수입하고, 배급하는 '페인티드 버드'의 러닝타임은 169분. 청소년관람불가다. 또한 최근 극장가에서 개봉한 신작 영화들 중 가장 길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거나 진부한 내용이 아니다. 덧붙이자면 시선을 떼기 힘들 정도로 장면 하나 하나가 21세기에도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다. 

한 소년이 겪었던 갖은 차별과 생사가 오가는 폭행이 포함된 처참함이 지금 우리가 우려하고 예측하는 현재. 그리고 전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바츨라프 마르호울 감독이 엮어낸 '페인티드 버드'에는 독일의 우도 키어, 스웨덴의 스탈란 스카스가드, 미국의 하비 케이틀, 캐나다 출신의 베리 페퍼, 영국의 줄리안 샌즈처럼 유럽과 북미에서 익히 알려진 명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했다.

상영관은 대한극장, 서울아트시네마, KU시네마테크, CGV는 명동씨네라이브러리(명동역), 용산아이파크몰, 압구정, 메가박스는 코엑스, 신촌, 군자, 남춘천, 부산대 등이며, 파주 헤이리시네마, 씨네큐 신도림에서 상영 중이다.

최근 국내 영화수입배급사들이 CGV, 메가박스를 포함한 상영극장들과 공동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 좌석 사이가 여유롭고 편안한 관람이 가능하다. 

▲ '페인티드 버드' 메인포스터(제공 엔엠엔 인터내셔널)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