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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0.03.15 18:01

[권상집 칼럼] 미스터트롯,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오디션의 모든 역사를 긍정과 부정에서 새롭게 쓰다

▲ TV조선 '미스터트롯'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지난 12일 결승전 방송을 통해 기록한 시청률은 무려 35.71%이다. 해당 시청률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알 수 있는 근거가 있다. 2003년 KBS <개그콘서트>가 역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을 때 35.3%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MBC <무한도전>이 신드롬을 일으켰을 때 기록한 시청률도 2008년 28.9%가 최고였다. 지상파도 아닌 종합편성 채널에서 기록한 35.71%의 시청률은 2010년 이후 기록한 역대 최고의 예능 시청률이다.

문화콘텐츠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중심은 BTS와 트롯 이 두 가지로 사실상 요약된다고 강조한다. 힙합, 랩, 아이돌 등이 대세라고 하지만 BTS 이외는 거의 인지도나 인기 면에서 거론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2008년 원더걸스, 2009년 소녀시대 열풍으로 이어온 아이돌 신드롬은 10년간 패권을 장악한 후 최근 트롯에게 완전히 자리를 내줬다. TV조선의 <미스터트롯> 신드롬 이후 거의 모든 방송 채널이 트롯 프로그램을 신설한지 이미 오래다.

해당 신드롬의 주인공인 TV조선 <미스터 트롯>은 결승전에서도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사를 새롭게 작성했다. 일단 긍정적인 면을 살펴보자. 2010년 우리 사회 공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게 만든 환풍기 수리기사 허각의 스토리를 탄생시킨 <슈퍼스타K2>도 지금의 트롯 열풍에 비교하진 못한다. 지난 10년간 대중음악계의 비주류로 밀려난 트롯이라는 장르를 문화계 중심으로 만들 만큼 TV조선의 <미스터 트롯>이 방송, 음악계에 미친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파급효과의 단적인 예가 역대 그 어떤 오디션에서도 볼 수 없었던 773만개의 문자 투표가 쏟아졌다는 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항상 현장의 반응과 시청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프로그램의 붐을 일으키기 위해 문자 투표를 활용해왔다. 그리고 매번 인기 오디션은 100~200만개의 문자 투표를 받아 그 인기를 입증했다. 이번에 기록한 773만개의 문자 투표는 국내 IT 업계 전문가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베테랑 PD들도 전혀 생각 못했던 불가능한 수치이다.

그러므로 773만개가 넘는 문자 투표로 인해 서버가 다운되고 방송 사상 초유의 사태로 우승자 발표가 지연되어 토요일 긴급편성을 통해 미스터트롯의 진으로 임영웅 참가자를 선정한 것에 대해 제작진을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500만개 이상의 문자 투표를 3시간 내에 충분히 소화, 결과를 도출하는 업체는 적어도 필자가 아는 한 국내에 없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제작진과 참가자들의 열정이 빛낸 과열 현상 또한 국내 오디션의 새로운 역사로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미스터트롯>은 수많은 과제와 논란을 남기며 퇴장한 것 또한 사실이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참가자에 대한 방송 분량과 자막 등을 통한 특정 후보자에 대한 편애 의혹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대목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본선까지 오른 최대성 참가자의 분량은 사실상 통편집되었고 참가자 중 일부는 곧바로 선보인 무대만 보여준 반면 일부는 준비 과정, 고민하는 모습 등 무대 이외의 모습까지 상세히 보여주며 오디션의 생명인 공정성을 침해했다.

그 결과, 참가자의 불균형한 분량과 편애에서 시작된 <미스터트롯>에 대한 불만은 공연 및 출연료와 관련된 불공정 계약, 미성년자 정동원 참가자의 심야 출연 논란, 문자 투표에 의한 방송 사고 등으로 이어지며 지속적으로 논란을 재생산했다. 제작진이 참가자의 방송 분량에 대한 배려를 좀 더 신경 썼더라면 그리고 참가자의 불공정 계약 이슈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 대신 세심히 참가자의 입장을 존중, 배려하겠다고 답변했다면 상황은 바뀌었을 것이다.

<미스터트롯>이 최근 10년간 진행된 예능/가요 프로그램 중 역대 최고인 35.7%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긍정과 부정 양 측면에서 엄청난 이슈를 생산했기에 <미스터트롯> 참가자들이 앞으로 보여줄 트롯 무대 행보는 엄청난 관심과 지지를 또 한번 받게 될 것이다. 진선미로 선정된 임영웅, 영탁, 이찬원 이외 모든 출연자들의 방송 활동을 일회용 이벤트로 만들지 않고 진정성을 다해 이들을 지원해야 <미스터트롯>의 브랜드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디션 이후 단발성 인기에 그친 반짝 스타는 무척 많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모든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한 제작진의 안일한 대처가 그 동안 오디션 프로그램 그리고 참가자들의 영속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번 방송 사고를 통해 제작진이 경험한 부정과 긍정의 교훈을 정반합으로 풀어나가 트롯과 프로그램의 영속성을 확대하길 바란다. <미스터트롯>은 적어도 프로그램과 참가자를 사랑하는 시청자와 팬들에게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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