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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0.02.08 17:29

[권상집 칼럼] '미스터트롯' 신드롬 현상

미스터트롯, 열풍을 넘어 문화적 신드롬을 일으키다

▲ ‘미스터트롯’ 포스터 (TV조선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지난달 시청률 25%를 넘기더니 이번 주에는 무려 27.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종편 역사상 최고 시청률인 JTBC <스카이캐슬> 시청률 23.8%를 넘어섰으며, 오디션 역대 최고 시청률인 MBC <위대한 탄생 시즌 1> 시청률 21.8%까지 넘겼다. 화제성 측면에서는 엠넷의 2010년 <슈퍼스타 K2>에 필적하는 상황이다.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문화산업 전체를 포괄해서도 현재 ‘미스터 트롯’의 열풍을 넘어선 콘텐츠는 없다.

TV조선이 ‘트롯’ 관련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소문이 들렸을 때 업계에서 성공을 기대한 이는 거의 없었다. 이미 지상파 채널을 포함 TV 매체는 젊은 세대의 관심에서 벗어난 지 오래며,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더 많은 콘텐츠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거친 욕설과 상대를 공격하는 랩과 힙합 등의 음악을 위주로 오디션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었다.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은 이 모든 업계의 고정관념을 단번에 무너뜨렸다. 전작 <미스트롯>이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며 지원자의 가창력 못지 않게 지원자의 성 상품화가 도마 위에 오른 반면 <미스터 트롯>은 논란보다는 호평이 이어지는 것 또한 이색적이다. 일부 문화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들이 여전히 남성 지원자가 옷을 벗고 육체미를 과시하는 등 전작과 동일한 행태를 보인다며 비판하고 있지만 이 정도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 비하면 애교에 가깝다.

현재 <미스터트롯>의 시청률 27.5%를 넘어서는 콘텐츠는 전통의 강자 KBS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 기록한 28.0%뿐이다. 현재 방송업계는 KBS 주말드라마가 사상 최초로 예능 프로그램 그것도 종편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에 의해 시청률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다양한 평론가들이 현학적 담론을 동원하며 <미스터트롯>을 저평가하는 상황이지만 프로그램은 오디션의 본질에만 주력, 지금도 다수 시청자의 호평을 받고 있다.

기존 오디션은 스토리 반, 노래 반으로 진행되었다. 지원자의 희로애락 인생을 조명하면 쉽게 팬덤을 형성할 수 있고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관행을 <미스터트롯>에서는 찾기 어렵다. 현재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지원자 임영웅도 어려운 삶을 살았다고 하지만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임영웅의 스토리보다 임영웅의 노래 실력에 철저히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사연에 기반한 팬 투표가 자칫 순위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시간 30분에서 최대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프로그램 편성 역시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예능도 2시간이 넘어서면 시청률이 하락한다는 예능계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과거 1995년 SBS가 드라마 <모래시계> 편성을 월~목, 주 4일 배치하며 공격적인 편성을 통해 다른 드라마들을 초기에 압도하며 시청률을 단 번에 장악한 것과 동일한 전략이다. 속도감 있게 지원자의 경쟁 상황을 조명하자 2시간 30분은 이른바 ‘시간 순삭’ 효과로 시청자에게 다가왔다.

<미스터트롯>의 신드롬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모방 작품의 등장이다. MBC는 곧바로 <나는 트로트 가수다>를 제작했으며 MBN 역시 보이스퀸의 스핀오프 격인 <트로트퀸>을 선보였다. 또한, 프로그램의 성공 비결 또는 비판이 동시에 다양한 매체에서 각기 다른 관점에서 조명되고 있다. 아울러, 방송업계를 넘어 영화, 음악, 게임업계 종사자들과의 대화에서도 ‘미스터트롯’을 최고의 콘텐츠로 뽑고 있는 점도 프로그램의 신드롬을 반증한다.

유튜브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하고 젊은 세대가 게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방송업계에서는 아무리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도 드라마 또는 예능이 시청률 30%를 올리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는 말을 종종 해왔다. 수많은 미디어의 등장과 채널 증가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건 과거에나 가능했다는 말을 무색하게 할 만큼 <미스터트롯>은 가창력이라는 본질에 충실, 재미를 배가시켜 여전히 콘텐츠가 경쟁력만 있으면 호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상기시켰다.

<미스터트롯> 제작진 역시 시청률이 이렇게 높이 오를 줄은 미처 몰랐다고 한다. 신드롬 현상을 보이자 방송 및 영화업계 전문가들은 ‘콘텐츠의 경쟁력은 역시 재미’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한다. 다양한 채널과 미디어의 증가는 핑계일 뿐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면 여전히 대중은 미디어가 올드인지 새로운지 따지지 않고 콘텐츠를 찾고 즐긴다는 평범한 교훈을 <미스터트롯>은 일깨웠다. 해당 프로그램이 전 방위에 걸쳐 트로트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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