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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20.01.07 04:34

[S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진정한 사랑을 드러낸 마스터피스

마리안느와 엘로이즈가 전하는 사랑의 본질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메인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16일 개봉하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의 짧았던 만남을 그린 시대극으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마스터피스다.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이 작품은 18세기 시대상을 21세기 스크린으로 연결해 변하지 않는 차별과 억압을 낱낱히 고백했다.

때는 1770년대. 여동생의 자살, 가문의 명맥을 유지하고자 수녀원을 나와 여동생 약혼자와 결혼을 해야만 하는 엘로이즈(아델 아에넬).

하지만 이 또한 웃지못할 촌극으로 채워져 있다. 약혼자가 결혼을 서두를수 있도록 초상화를 그려 보내야만 한다. 그야말로 진심이라고는 단 한개도 느낄수 없는 형식적인 절차. 하지만 한 인간의 인격과 자유가 희생되어야만 끝나는 혼인이었다.

극중 마리안느(노에미 멜랑)는 한 가문의 명운을 책임진 백작부인(발레리아 골리노)이 강권하는 결혼을 치뤄야 하는 엘로이즈(아델 아에넬). 그녀의 초상화를 몰래 그리기 위해 외딴섬으로 향한다. 완성하면 보수가 두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안느가 외딴 섬에서 얻은 것은 초상화가 아닌 엘로이즈의 진솔함 그리고 그녀의 시중을 드는 소피(루아나 바야미)의 말못할 처지와 헌신적인 모습이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퀴어 영화로써 주목받고 있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따지고 보면 동성애 혹은 이성애라는 구분을 굳이 떠들 필요가 없는 사랑 이야기다.

러닝타임 121분(15세 관람가) 동안 자유롭게 살고 싶고, 사랑을 하고 싶은 한 여인의 짧았던 러브 스토리다.

또한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에게 사랑하는 연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동성애라며 따로 구분 짓는건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축복이자 은총인 사랑을 사회적 시선과 가치관에 가두는 행위 아닌가.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두 사람만의 추억...그리고 사랑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 스탕달(마리 앙리 베일). 그의 에세이 '연애론'(De l'Amour)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눈에 띈다. 

"인생의 불행 중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이 확실하고 구체적인 기억으로 남지 않는 일이다"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비관적인 감성이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서로를 공감하고 사랑하는 행복을 기억하고자 발버둥 치는 두 연인의 애절함을 표현했다. 만약 비관론자 스탕달이 이 영화를 봤다면 실날같은 희망을 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는 또한 11세기 프랑스의 비극적인 사랑으로 알려진 성직자이며 신학자였던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고립된 삶도 떠오른다. 첨언하자면 이 둘의 사랑도 잠시 뿐, 성직자와의 스캔들로 비화되면서 수사로 수녀로 여생을 마감했다.

1월 16일 개봉할 이 걸작, 놓치지 말고 꼭 보길 

지난해 국제영화시상식에서 촬영상을 잇따라 수상한 클레르 마통 촬영 감독의 미학세계가 훨씬 더 정교하고 과감하게 표출됐다.

특히 섬 절벽과 해변가 산책 장면은 오버 더 숄더 샷으로 구성돼 롱테이크와 쇼트 테이크를 교차로 보여주며 엘로이즈가 품은 절망, 분노, 두려움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극중 울려퍼지는 아카펠라 송과 자연스러운 파도소리가 인상적인 사운드디자인의 완성도는 걸작의 향연이 느껴진다.  

여기에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감독 셀린 샴마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여러 세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굳건한 가부장적 사회의 일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두 사람의 추억 그리고 사랑을 그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그린나래미디어가 수입/배급했다. 개봉일은 16일.

지난 6일 GV시사회를 가졌고,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서울프라이드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많은 관객들의 아낌없는 호응과 찬사를 받았다. 덧붙여 작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작품으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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