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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3.11.03 23:10

[권상집 칼럼] 20년 넘은 수능을 다시 생각하다

온 국민이 겪는 수능 스트레스, 대안은 없는가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매년 11월, 대한민국은 수능이라는 제도로 가장 큰 몸살을 앓는다. 그 정도가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올해도 65만에 가까운 수험생과 학부모는 노심초사하는 한 주, 아니 한 달을 지낼지 모른다.

지난 80년대 초 예비고사 폐지 이후, 학생들의 대입 입시 제도가 학력고사로 전환되면서 가장 큰 문제로 이슈가 되었던 부분은 ‘이해력보다는 암기식 위주의 테스트’와 ‘단 한번의 대학 지원’에 있었다. 당시에 100일 작전, 4당 5락을 넘어 3당 4락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면서 이른바 ‘찍기 과외’를 통해 단기간에 점수 향상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또한, 당시 전기와 후기 입시라는 독특한 제도로 인해 학생들은 일생일대의 지원 기회를 단 1~2번 밖에 갖지 못해 원서접수 마감일 막판까지 해당 지원 대학교 입시 창구에서 큰 혼선과 혼란을 겪기도 했다. (참고로, 당시에는 원서 접수를 자신이 지원한 대학교에 직접 방문하여 접수했음)

특히, 12월 학력고사 시행 전 주요 학교의 학과별 경쟁률과 시험 당일 현장은 지금 학생들에겐 생소할 정도로 주요 메인 뉴스의 톱 기사거리가 되었으며, 입시 결과 이후 주요 대학교의 수석 합격자는 연일 뻔한(?) 스토리를 언급했고 연말과 연초 여성지엔 ‘대입 수석 내 아이 이렇게 키웠다’라는 식의 수험생 학부모 체험기가 실리기도 했다. 특히, 당시엔 수석 합격자 중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어 이런 경우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인간 승리를 거두었다는 식의 내용으로 수석 학생을 영웅시하기도 하는 등 스토리가 과대 포장되기도 했다.

이런 주입식 교육과 지원 제도의 미비함을 극복하기 위해 학생들의 창의력, 논리적 사고력과 이해력을 측정하기 위해 도입된 시험이 바로 93년에 첫 시행된 대입수학능력시험이다. 당시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자는 취지 아래 93년엔 수능이 8월과 11월, 총 2회에 걸쳐 진행되기도 했으나 오히려 시험 난이도를 조절하지 못해 그 해 11월 2차 수능 시험을 목표로 한 학생들이 낭패를 겪기도 했다.

올해 역시 수능시험을 앞두고 경찰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고 한다. 수능 시험 전까지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공부한 학생들의 일탈 및 탈선 우려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며, 수능 당일 혹시라도 모를 사항에 대비하기 위함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매년 수능 당일 관광서와 기업체들이 출근시간을 조절하고 비행기, 버스, 지하철 등이 듣기 평가 시간에 맞춰 운행 시간을 조절하는 건 바로 수능시험이 학생들에게 주는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과거 수능시험 초창기에는 수능 시험 이외 대학별 본고사라는 제도를 시행했다. 대학별 본고사는 주요 대학에게 학생 선발권한을 보장함과 동시에 학생들의 역량과 실력을 보다 깊이 있게 측정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목적과 취지는 좋았을지 몰라도 국영수 위주의 본고사는 급기야 고액과외 부추김 현상으로 이어졌고 대학별 논술고사는 논리력 향상이라는 입시 취지와 무관하게 글쓰기 과외를 불러일으키는 폐단을 낳기도 했다.

필자가 언급한대로 지난 20년 사이에도 수능 이외 논술고사, 대학별고사 등의 제도가 등장하다 사라지기도 했으며, 수시 전형, 특차, 정시 전형 등 다양한 입시 전형이 나타나며 학생들을 좀 더 다양하게 선발하겠다는 학교의 노력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학교와 학생들이 더 주목하는 건 바로 수능시험이다. 수능시험이 학교 입학에 기여하는 절대적인 비율이 그 무엇보다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수능은 지엽적 암기, 무조건적인 반복 학습을 탈피해서 학생들의 사고력, 이해력을 측정하기 위해 전환된 입시 제도라고는 하나 학생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시험 제도에 대한 차이는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학교 교육이 여전히 창의력 있는 교육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능이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에 가깝다.

최근에, 16년 전 신문 기사를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해당 언론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한날 한시에 전국의 입시생이 똑 같은 시험지 앞에서 치른 시험 결과를 일렬로 1등에서 꼴찌까지를 세우는 게 얼마 전까지의 우리 평가 방식이었다. 이제 그런 교육 평가로는 우수 인력을 배출할 수 없다”

위의 기사는 불과 2~3년 전 이야기도 아니고, 무려 16년 전 기사 내용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6년이 지난 지금도 전국의 모든 입시생이 동일한 시험지 앞에서 치른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교는 학생을 평가 및 선발하고 있다. 물론, 과거와 같이 수석 합격자 인터뷰 기사는 사라졌고 수능 최고 득점을 받은 학생이 화제로 언론에 등장하는 경우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입시 제도의 다양화도 있지만 교육적 의미에서 수석 합격이라는 낡은 관행은 다른 모든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걸 모두가 공감하기 때문이다.

사실, 객관식 위주의 시험으로 학생들의 이해력과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낡은 패러다임이다. 매년 노벨상을 받는 국가와 대한민국의 차이는 단 하나에 있다. 그 동안 정답만을 강요 받으며 정답을 선택해야 하는 교육만 12년 넘게 받은 학생들이 대학교 와서 자신만의 문제 의식으로 정답이 아닌 스스로의 연구 문제를 찾고 만들어가는 교육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의력, 논리력 등은 하루 아침에 향상되는 것도 아니고 꾸준한 비판적 성찰과 사고력 학습을 통해서만 보완이 가능한 영역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대학 입시의 다양성이 좀 더 추구되어야 하나의 입시 제도로 인해 65만 학생들의 역량이 평가 받는 이런 모순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11월 7일, 단 하루에 모든 학생들의 실력이 가늠되고 누군가는 입시의 승자가,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하루 빨리 입시 제도와 교육 개혁을 통해 학생들의 선발을 더 다양하게, 그리고 학생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 제도와 입시 제도가 변경되어야 한다. 과거 누군가의 말처럼 “공부 안 해도 대학 갈 수 있다”는 허언만 날려서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학생들이 고통만 감수해야 한다는 걸 우린 이미 체험하고 목격했다. 입시 제도와 교육 방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절실한 때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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