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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칼럼
  • 입력 2013.11.01 18:33

보수 정부와 게임 규제의 이유

게임이 무가치하고 유해한 이유를 말하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재작년 종영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똘복 강채윤은 이렇게 울부짖고 있었다.

"저희도 욕망하는 것 좀 갖겠다는데 그것이 그리 지옥입니까?" 

정기준이 그리 말했다. 지옥이라고. 너도 나도 자기가 욕망하는 것을 갖게 된다면 지옥이 시작될 것이라고. 지옥이란 질서의 붕괴다. 

보수란 질서다. 질서란 곧 금기다. 질서를 흐트리는 모든 것을 금지한다. 본능을 억누르고, 욕망을 배제하며, 개인을 경계한다. 일사불란.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에 충실할 때 사회는 유지되고 발전한다.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쓸모없는 낭비이며 무의미한 낭비다. 

부모님 세대에서 흔히 듣던 말이다. 

"그거 하면 쌀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뭐라도 나와야 의미가 있다. 생산을 의미한다. 일을 해서 생산을 한다. 공부를 하는 것도 결국 생산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생산이란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아니 사회란 곧 생산을 위한 구조라 할 수 있다.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그것을 다시 보다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소비한다. 개인은 그같은 사회를 구성하는 한 단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개인이 다른 것을 추구한다. 

게임만이 아니었다. 역사도 유구하다. 노동력을 생산해야 할 여성이 쾌락에 빠져들까 저어되어 지금도 어느 지역에서는 할례라는 끔찍한 의식을 진행한다. 남성의 할례 역시 남성의 성감을 죽이기 위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술을 금지하고자 하는 시도는 많은 사회에서 수도 없이 있어왔었다. 술을 만드는데는 막대한 곡물이 소비되고 술을 마시고 나면 그 폐해가 적지 않다. 징치고 꽹과리치고 풍물로 어우러져 즐기기보다 겨울에도 쉬지 말고 일을 해야 한다 가르치고 있었다. 

하기는 그래서 잡기다. 바둑과 장기 등 유희를 잡스럽다 해서 잡기라 불렀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조한다는 말은 바로 얼마전까지 조롱의 의미로 쓰였었다. 생산에 종사하지 않는 예술인들은 천직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놀기만 하며 돈을 벌려 한다. 그같은 인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연예인을 비판할 때 하는 일보다 많은 돈을 번다며 그 수입을 질시하는 것도 그같은 맥락에서다. 노동을 않는 불로소득이다. 게임이 다르지 않다. 

불과 얼마전까지 만화가 그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었다. 이제 출판만화시장은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다. 국내창작만화는 물론 해외의 수입만화조차 거의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과거처럼 만화책을 불태우고 유해매체로 미디어를 통해 선전하는 일은 의미가 없어졌다. 게임은 그때도 사회적인 해악이었다. 게임을 하느라 공부도 안하고 일도 소홀히 한다. 게임으로 인해 영향을 받아 사회적으로 안 좋은 성향을 가지게 된다. 게임은 악이다. 

바로 이 말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을 하느라 공부를 않는다. 일을 해야 할 시간에 게임을 하려 한다. 게임에서 안좋은 것을 배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질서다. 질서란 생산이다. 안정이다. 그리고 그것은 금지에 의해 유지된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린다. 학생은 공부하고, 성인은 일을 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의 마음과 같다. 우리 아이가 게임을 그만두고 공부만 했으면. 문제는 대부분의 게임유저는 저들의 아이가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이것을 굳이 음모론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난 대선은 권위주의와 자유주의와의 싸움이었다. 보수와 진보는 아니었다. 진보라 일컫던 야당 역시 크게 보면 보수였다. 다만 권위주의 보수인가, 아니면 자유주의적인 보수인가. 그리고 선거의 결과 권위주의 보수가 승리했다. 예정된 수순인 것이다. 선거는 이후 사회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엄숙해지고 엄격해진다. 게임에 대한 견제는 그러한 일환인 셈이다. 큰 그림으로 본다. 

만화책 그만 보고 공부하라. TV볼 시간에 차라리 자격증이라도 따라. 흥미로운 건 그러면서도 술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는 점일 것이다. 술을 금지하던 시절과 차이라면 술은 노동의 피로를 푸는 훌륭한 수단이기도 하다는 것일 게다. 야근에 철야를 하고서도 술 한 잔으로 고단함을 잊는다.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경감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그것이 사회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게임도 산업이다. 하지만 그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산업이란 생산이다. 경제는 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생산이란 가치다. 게임에 무슨 가치가 있는가. 사회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이란 유해매체다. 게임을 금지하는 이유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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